사무실에서 서류작업을 하던 날, 난 지루함과 따분함을 털어내기 위해 밖으로 나와 가을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때 꼬마 아이들이 무리지어 오더니 남자 2명씩 양편으로 나뉘어 장난감 총으로 서로 사격을 하고 있었다. 같이 온 3명의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의 총에서 떨어져 나오는 비비탄을 줍기 시작했다.
여자 아이들은 장난감 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총알을 줍고 있었다.
“얘들아, 너희는 왜 비비탄을 줍고 있는 거야? 총도 없잖아.”
내 질문에 여자 아이들은 오빠 와 동생에게 총알을 주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의 마음이 예뻐 나도 모르게 여자 아이들과 어울려 골목과 공터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비비탄을 줍기 시작했다.
내 손에 가득 모인 비비탄을 본 아이들은 “아저씨, 총알 저에게 주세요!” 하며 조그마한 두 손을 나에게 내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꼬마 아이들에게 내가 주은 총알들을 하나씩 둘씩 나누어 주었다. 앗!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 ‘아저씨’라는 말이 맴돌았다.
내 나이 벌써 계란 한 판. 아이들의 나이는 계란 한 줄 정도 되어 보이니 어쩌면 당연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난 억울해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저씨가 아닌 오빠라고 하면 총알 줄 거야!”
그러자 아이들은 까르르 하고 웃어 댔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 아이가 “오~아저씨빠!”라고 말하며 내 앞으로 손을 내밀었고, 그곳에 있던 여자 아이들도 하나같이 “오~아저씨빠!”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난 아이들에게서 ‘오~아저씨빠!’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 뒤 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그리웠는지 사무실 앞을 거닐 때면 골목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비비탄을 줍는 버릇이 생기고 말았다.
첫댓글 오 아저씨빠! 참 재미있군요! 정이 많아 좋은분 만나서 알콩달콩 재미있게 삶이 행복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