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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입니다. 9일 기도에 진지하게 동참하는 아들이 저도 조금은 급했나 봅니다. 그래도 부모와 한자리에 앉아 기도하기 어색할 텐데 오자 밤마다 드리는 기도에 함께 묵주알을 굴립니다. 그리고 아침에 성당으로 따라 나섭니다. 리나를 유아영세 시킬 숙제가 남아 있지만 아직 와까꼬가 성당에 가지 않으니 잠깐 보류하기로 합니다. 그녀에게는 일본의 입시지옥에 좌절하여 자살한 언니가 있습니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겠느냐는 의문으로 성당에 나가기를 거부합니다. 그런 일을 설득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사람의 관념이란 건 바꾸기가 가장 어려운 걸 잘 압니다. 음식이나 도구 같은 건 그래도 바꾸기가 쉬운 편이지요.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오랫만에 간 성당에는 낯선 얼굴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이 많이 컸거나 또 새 아기를 가지거나.. 미사 분위기도 활기넘친 학생들이 독서도 하고 복사도 서고 젊은 힘이 넘쳐나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독서도 한글로 먼저 읽고, 영어만 쓰는 아이들을 위해 영어 독서도 합니다.
본당 신부님께서 한국으로 출장을 가셨다고 뉴욕에서 공부하시는 신부님께서 이번 주일 내내 계시면서 주일 미사, 매일 미사를 대신해 주신답니다. 늘 강론 준비를 하시는 황석두 루까 성당 신부님 대신 오신 신부님도 강론 내용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붕어빵과 계란빵" 느닷없이 무슨 빵이야기인가 할 것 같습니다. 신부님께선 새로운 예비신자들에게 자주 불평의 말을 듣는답니다. "천주교 신자들이 왜그래요?" 신부님도 느끼시는 일이라 합니다. 우리는 천주교 신자라고 해서 더 잘 살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다만 노력은 좀 더 할지 모르지만... 빵 속에 붕어가 들어 있지 않는 무늬만 붕어빵. 무늬만 신앙인인 사람들... 그러나 계란 빵은 그 모양이야 어떻든 간에 빵의 재료는 계란이란 말입니다. 붕어빵이 되지 말고 계란빵이 되었으면 한다고...
어찌 신앙인의 자세만이겠습니까? 무늬만 지성인, 무늬만 엄마, 무늬만 남편, 무늬만 부부, 무늬만 교수, 선생. 너무나 구역질 나는 무늬만 정치인. 무늬만 대통령은 없었는지요. 아니 나 자신이 붕어빵은 아닌지 정신이 번쩍 듭니다.
"신부님, 강론 말씀, 정말 공감했습니다."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지하 식당으로 내려 가는 길에 신부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많이 부끄러워 하시는 아직도 학생 신분의 신부님이십니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를 환영해 주시는 분들과 버밍햄에서의 첫 주일을 그렇게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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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버밍햄에 계시군요......붕어빵에 무늬만 신자요 시인이요 어머니며 이웃인 자신을 돌아봅니다. 계란빵으로 그리고 참사람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지요?살아갈 수록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오늘 혼자서 웃는 연습을 해보았습니다.즐거운 명절 되시옵기를.......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노을재님, 제가 거짓말 안하는 사람인줄 아시지요? 정말로 참, 계란빵이신 분. 노을재님이 붕어빵이라면 전, 붕어빵 깝데기도 아닌걸요. ㅎㅎㅎ
우우우~~~~~~언제나 태무님의 부지런함, 탁월한 다재다능 그리고 감히 넘볼 수 없는 극기와 남을 배려하시는 나눔의 봉사 정신 ........지혜로움의 극치!! 노을재가 얼마나 동경하는 님의 장점들 인지요.......늘 가슴속에서 닮고싶은 욕망에 한숨만 쉬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