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08 (토) 14:26~
오늘은 토요일. 가을 색이 완연하다. 늦게 출근하여 독서일지를 쓰려고 컴퓨터를 앞에 두고 앉았다.
지난 주에는 고와방(http://gowa.ehomp.com) 모임에 참석하느라 독서일지를 쓰지 못했다. 늦게 출근한데다, 글을 잠깐 쓰다가 2시 30분경에 사무실을 나서서 모임에 참석하곤 직접 집으로 퇴근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큰일이다. 지난 주의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워낙 기억력이 없어서 지나간 시간을 이렇게라도 붙잡아 두지 않으면 과거는 거의 다 잊혀진다. 그걸 보면 나는 참 편하다. 오로지 현재에만 살 뿐이니까. 미래도 과거도 없는 오로지 현재에만 머무를 수 있다면, 그는 여여하게 존재하는 것이리라.
<감과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실은 잠깐만 참석해 고와님을 뵈면 바로 사무실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2시에 모임이 있는 줄 알고 고와님께서 이미 도착하셨으면 출근하는 길에 내처 모임 장소까지 갔다가 3시에는 돌아오려고 가람님께 전화를 걸어보았던 것이다. 웬걸 전화를 거니 그제서야 공항으로 출발을 하신다고 했다. 고민이 되었다. 사무실에 들렸다가 모임엘 가면 시간을 많이 까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니까. 한동안 뵙지 못했던 단비님도 오신다고 하니 잠깐이라도 참석하긴 해야겠지만 워낙 급한 일이 있었으니 고민이 되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급하게 글을 쓰다가 말고 모임장소를 향해서 출발했다. 다행히 회사 앞에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금방 다녀오자는 마음을 실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잠깐만이라는 게 오후 내내 그리고 밤 이슥할 무렵까지 지내게 될 줄을 몰랐다. 결국 마감이 코앞인 글쓰는 일을 소홀히 하고 말았다. 또 다음날 집에서 큰 소란도 일었으니…
좋은 일일까, 출간을 코앞에 두고 있었는데 큰 일이 생겼다.
지난 10월 21일 출판사 사장님이 갑자기 아무래도 안되겠다며 책 내용을 좀 바꿔야겠다는 것이다. 때마침 마감 주라 정신도 없었는데 연락을 해 오셨다. 글 쓴다고 약 2년 동안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힘들게 지내왔지만 마침내 다 끝내고 마음 편하게 일에만 매진하자고 마음을 먹고 있었던 때였다. 또 글을 쓰려면 일은 당연히 소홀히 할 수 밖에 없고 힘도 많이 들 터였다. 하지만 더 좋은 책을 만들자고 하는 일이니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밖에 없었다. 책 출간도 더는 늦출 수가 없는지라 최대한 빨리 써야 할 것 같아 11월 2일까지 마무리 하고 3일 일찍 원고를 넘겨드리겠다고 약속을 했다. 이 순간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써야 할까를 고민을 해야만 했으니까, 일을 하고 다녀도 온종일 그 생각에 집중을 했다. 결국 기획이 마무리되고 26일(일)부터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피 말리는 전쟁은 아니었어도 온 신경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지난주에는 글쓰는 일을 하느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록을 해두지도 않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한가지 일이 있었다. 아들 성준이로부터 30일 목요일에 인터넷 자료를 프린트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집에 인터넷이 안 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인쇄를 해다 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10월 31일 금요일에는 출근도 하지 않고 글을 쓰느냐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 월요일까지 숙제를 해내야 하는가 본데 미리 준비를 하지 못하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토요일에는 모임에 참석하느냐 또 해 주지 못하고 말았다. 일요일에는 아들 성준이가 걱정이 심했는지 집을 나서는데 부탁을 하고, 또 아내도 일찍 들어올 수가 없냐고 묻는 것이었다. 원고를 다 완성도 못했는데 어떻게 일찍 들어간다고 대답할 수가 있겠는가. 답답하긴. 토요일 고와방 모임을 참석한 후, 다음날 일요일에는 일찍 집을 나섰다. 얼른 두 편을 마무리 하고 총 9편을 교정을 보았다. 그런데 아내가 언제 자료를 인쇄해 올 것이냐고 보채기 시작했다. 성준이가 아내를 달달 볶았는듯 싶다. PC방에 가서 인쇄를 해 보라고 조언을 했다. 피시방에서 인쇄가 안 된다고 집으로 돌아와서 또 전화를 했다. 야단야단이었다. 그래서 다시 피시방에 가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레포트를 작성하라고 했다. 성준이는 종이를 놓을 자리가 있네 없네 하면서 지레짐작을 한다. 가서 해보라고 야단을 쳤다. 결국엔 피시방에서 자료를 좀 작성해 왔는 모양이었다. 나는 밤 늦게까지 교정을 보았다. 성대역에서 11시 막차를 놓치고 걸어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니 12시가 다 되었다. 아들 성준이는 아직도 레포트를 다 작성하지 못했다. 프린트해간 자료를 건네주었다. 고기를 잡는 법을 알아야 고기를 잡을 수가 있거늘, 집에 있는 세 사람이 다 레포트 하나 작성하는 방법을 몰라 마음의 전쟁을 치른 것이었다. 성준이도 피시방에 가서 게임만 할 줄 알았지, 인터넷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하도들 야단야단하는 통에 나도 글 쓰는 동안 신경이 꽤 쓰였다.
회사에서 교정본 원고를 프린트해서 집으로 가는 동안 그리고 다음 날까지 재차 교정을 보았다. 또 고쳐 쓸 곳이 많이 나왔다. 3일 출근해서 사무실에선 눈치가 보여 밖에 나가서 마저 교정을 보고 피시방에서 수정을 해서 오후 3시경에서야 원고를 보냈다. 딱 토요일 모임에서 참석해서 시간을 보냈던 것만큼 늦어졌던 것이다. 아무튼 쉽지 않은 일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길고 긴 2년간의 글쓰기가 마무리 되었다. 이제는 출간과 마케팅만 남았다. 이렇게 수백권의 책을 읽어온 과정이 한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지식과 지혜는 언제 다 쏟아낼꼬.
사실 고와방 모임 참석은 내게 좀 무리였다.
아니, 잠깐 고와님만 뵙고 돌아온다는 내 생각이 잘못이었다. 모임이라는 게 어디 그렇게 쉽게 자리를 빠져 나올 수가 있는가. 특히 나 같이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말이다.
어렵게 참석했지만 뜻 깊었던 자리였다.
마음이 비단결처럼 고운 고와님도 뵙고, 모처럼 만에 가람님도 뵐 수 있었는데다, 많은 고와방 벗님들을 뵐 수 있었으니 말이다. 또 단비방의 단비님도 반갑게 뵐 수 있었고. 할 일이 없었다면 끝까지 남아 함께 더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쉬웠다. 모임 후기는 생략해야겠다. 왜 지독한 음치인 내가 대여섯 꼬마 적 ‘마음이 고와야 여자가 정말 여자지~’ 하는 노래를 즐겨 불렀을까. 아무튼 나는 예쁜 여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고운 여자를 사랑한다.
<문정동에 레스토랑에서... 벗님들의 모습을 담아보다!>
이번 주는 마음 편하게 보낸 한 주였다.
2년간 끌어왔던 글 쓰는 일도 마무리 되어서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다니면서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세월의 변화도 아름다웠고, 오가다 마주치는 사람들도 아름다워 보였다. 덕수궁의 무우수 도인과도 마음을 많이 나눴다. 그 분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다. 오바마나, 그 누구와도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미국 대통령에 오바마가 당선된 것은 내게 하찮은 일이다.
그저 미국 대통령이 새로 바뀐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오히려 이 대통령과 같은 후안무치한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은 우리 국민들의 어리석음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다. 남들은 진보, 발전을 위해 나아가는데 우리는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으니 어찌 한탄스럽지 않으랴. 미국민들이 어리석어 세계경제를 망쳐놓았듯, 우리 국민들이 어리석어 경제를 망칠 위인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고 만 것이다. 오바마 그가 얼마나 생명의 원칙을 존중하고, 미국민들의 어리석은 마음을 계몽하려고 노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오바마가 미 대통령 당선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만..>
지난 4일에는 출판사 사장님을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오후에는 시청 쪽으로 갔다. 무우수 도인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 동생을 만나러 영풍문고에 갔다. 잠깐 책 구경을 하다가 아름다운 가게 광화문점에 들렸다. 무슨 좋은 책을 살 수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 휘호 여사의 책을 구할 수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옥중 서간과 이 여사님의 옥바라지 시 보낸 편지 모음 글이었다. 신영복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면서 감동했었는데, 김 전대통령의 옥중서간문을 구하게 되어 기뻤다. 헌책방에 간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싸게 좋은 책들을 구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사무실에 들릴까 하다가 동생과 함께 수원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책 읽는 모습이 잡히다!>
<시청역 대한문에서 조금 광화문 쪽으로 가면....>
<무우수 도인이 자리 잡고 도를 닦으며 세월을 새기고 있다!>
<영풍문고에서 한컷~!>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고 생각을 하며 크게 웃는 것이다!
<아름다운 가게 광화문1호점에서 동생과 함께 책을 구경했다!>
<안에 선물한 사람의 마음의 글이 씌여있던 책, 수거해 오고 싶었다!>
엊그제에도 시청쪽엘 갔다.
남대문 쪽에서 상담을 하고 시청쪽으로 갔다. 무우수 도인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작업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 어려서 교통사고로 오른손 한쪽을 잃고 글을 조각하며 깨어있는 삶을 사시는 분이라 무우수(無右手) 도인(道人)이라 부르는 것이다. 세상 그 누가 몰라준다고 해도 그분은 나라는 사람의 마음을 얻으셨다. 가을 길을 오가면서 시를 썼다.
<가 을>
金 善頊
가을이
노오랗게 익어가고 있다.
길 가의 은행나무들이
제 아름다운 모습을
보아달라고, 보아달라고
노오랗게 빛나고 있다.
행인들은 삼삼오오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무심히 발길을 놓고 있다.
기다리고 있는데,
목 길게 늘여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가을은 지쳐
한장 한장 노오란 생명을
흩뿌리며 지상으로 추락한다
사람들의 발길을 잡으려고.
첫눈엔 아름다움에
나중엔 그 외롭고 쓸쓸함에
마음을 빼앗겨
익어가는 가을을,
노오랗게 빛나는 가을을
맛있게 감상하고 있다.
점심 시간에.
2008. 11. 6. 12:11
<노오랗게 예쁜 은행나무와...> 가을 하늘이...
그날 무우수 도인을 만난 후 가을나라 속으로 계속 여행을 했다.
먼저 동아일보에 있는 친구를 만났다. 안국동에 계신 분을 만나러 가기 전에 아름다운 가게 광화문 2호점에 들렸다. 머리 스타일을 확 바꾼 매니저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시집 코너에 앉아 오래 시집들 속으로 탐험을 했다. 아주 저렴한 시집과 책만 골랐다. 다른 책들은 후일을 기약하며 디카에 담았다.
<실패작이라고 생각한다는 작품이다> 글귀가 아름답다!
<언젠가 시청근처 덕수궁을 지나거든, 저를 대신해 안부를 전해주세요!> 무우수도인께...
<헌책방>
金 善頊
나는 길을 나서면서
매일 매일 다짐을 한다.
“오늘만은 거기에 들리지 않으리라!”
하지만,
오늘도 발길은 절로 그리로 향한다.
김유신 장군은
애마를 단칼에 베어버렸다지만
나는 내 발목을 자를 수는 없지 않은가!
적은 돈으로
고를 수 있는 책은 매우 드물다.
500원, 1,000원짜리 책은
책도 아니리라.
의미 부여하여
고르고 골라 2,000원에
3권을 골랐다.
계산 치르고
아쉬운 마음 달래려 돌아본
고서 서가,
오래된 빛바랜 책들이
처연하다.
기념삼아
500원짜리
한권을 구입하였으나
어디 내 놓기는 쑥스럽다
이름하여
“少女經”
하지만 아는 게
힘이라 하지 않았는가!
나는야 고서(古書)
김 선욱
오늘도 거기에 발목 잡혀
주머니 털린
헌책 마니아!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 수 없다는 말은
진리라고 되 뇌이지 않을 수 없다.
2008. 11. 6. 16:19
<시집이 놓여 있는 서가>에 오래 머물렀다!
<고서들이 꼽혀 있는 서가>
오랜만에 책 좋아하는 아가씨를 만나 시집 한권을 선물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지치고 무거운 발을 질질 끌고. 가을이 신발에 덕지덕지 붙어서인지 더욱 무거웠다. 털어내지도 못하고 조심조심 발길을 놓았다.
지난 주에 책 쓰는데 참고하려고 읽었던 책을 다 읽었다. 독서에 관한 꽤 좋은 책이다.
오늘날과 같이 바쁜 시대에는 이런 속독법에 관한 책도 읽어둘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입력을 시켰으면 효율적으로 출력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부자나라 임금님의 성공 독서전략 / 사이토 에이지 지음, 김 욱 옮김 / 북포스
참 인상적인 책이다.
30분만에 1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획기적인 속독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읽는 데서 끝내지 말고
출력으로 마무리 하고
인생에서도 성공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정독을 하며 책을 읽는 나의 고정관념을
깨주는 혁신적인 속독법을 통해 제안한다.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았다.
즉 30분 속독법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이제 이 정보를 내것으로 만들어 보면 된다.
그래야 지식이 되고 힘이 될 것이다.
매일 저녁 때 집에서
30분 속독법을 실천해보기로 결심한다.
나아가 독후감 쓰는 것도 30분으로 끝내고
앞으로 모든 나의 시간을 30분 단위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겠다.
2008. 11. 29. 14:08 선릉역
김 선욱 서
지난 10월 27일에 서점에 들렸다.
글을 잘 쓰려는 마음을 다지려고 근처에 있는 서점에 들렸다. 독서에 관한 책들만 진열해 놓은 곳이 있어 좀 살펴보았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어서 한권 구입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책 읽는 책 /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
꽤 괜찮은 책이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 책 읽는 책 /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
독서에 관한 좋은 책이다.
잔잔한 파문을 남겨주어
좋은 느낌이 든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엮어서
책은 이렇게 읽는 것이라고
조용조용 안내를 해 준다.
저자의 책 읽는 즐거움을 엿보는
즐거움을 보너스로 얻을 수 있다.
독서하는 삶이야말로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책읽는 독서가가 읽어도 좋다.
“이 책, 한번 읽어보세요!
꽤 괜찮습니다!”
2008. 11. 7. 21:46
김 선욱 서
어제부터 새책을 읽기 시작했다.
헌책으로 샀는데, 안에 선물한 사람의 글귀가, 아름다운 마음이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또 아려왔다. 이런 책을 어떻게 내다 버릴 수가 있을까 의문이다.
-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 구본형 지음 / 휴머니스트
지난주부터 2주간 산 책이 많지 않다.
요즘엔 헌책방에서 책을 더 많이 산다. 주머니 사정이 사정이니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