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종신토록 흙을 먹을 것이라는 구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성경 난제
해설)
“여호와 하나님이 뱀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네가 모든 가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살아 있는 동안 흙을 먹을 지니라”(창 3:14)
한 신학도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온 적이 있다. ‘창세기 3장에서 하나님은 뱀을 저주하시면서
배로 기어 다니며 흙을 먹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뱀이 흙을 먹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얼핏 듣기로 흙으로 사람을 만드셨으므로 그 흙은 땅에 있는
흙이 아닌 사람과 적대적인 관계를 가질 것이라는 말씀이라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 해석이 맞는 것일까.’
흙으로 사람을 만드셨으므로 그 흙은 “땅에 있는 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흙으로 창조 된
사람”과 적대적인 관계를 가질 것이라는 해석은 일종의 알레고리적 해석으로 무조건 잘못된 해석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타락 이전의 환경과
생태에 관해 우리 인간은 정확하게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본문을 통해 우리들이 알 수 있는 일반적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뱀은 다른 짐승들보다 더 저주를 받았다.
둘째 뱀은 배로 다니게 되었다. 이것은 뱀이 저주 이전에는 배로 다니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다녔음을 암시한다. 고대 벽화 가운데는 이런 뱀의 저주 이전 상황을 웅변적으로 묘사하는 그림들이 많이 남아있다. 물론 이것이 실제적 사실을
형상화한 것인지 아니면 성경의 기록이 전파되어 가는 과정에서 변형되어 나타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셋째 뱀은 종신토록 흙을 먹게 되었다.
뱀은 흙을 먹는가?
바로 여기서 종신토록 흙을 먹는 다는 것이 과연 어떤 상황을 말하는 가하는 점이다. 흙을 먹는다는
것을 굳이 음식물로서의 흙을 먹는다고 해석하려는 시도도 있기는 하다. 일부 창조과학적 해석 시도이다. 인간도 흙이므로 때로는 흙을 먹는데(심지어
살기 어렵던 옛날에는 일부 특정한 흙으로 실제 죽과 빈대떡을 해먹었다. 지금도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 그 어려웠던 시절 풍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뱀이라고 어찌 흙을 먹지 않겠는가. 당연히 뱀은 기어 다니며 먹이를 구하면서 흙을 핥으며 산다. 뱀의 입천장에는 '제이콥슨
기관'(Jacobson's organ)이라고 불리는 기관이 있다. 이것은 코와 더불어 뱀이 냄새를 맡는 것을 돕는 기관이다. 뱀은 포크처럼
갈라진 날름거리는 혀의 양끝으로 흙먼지를 입안으로 말아 올린다. 그런 다음 그 흙을 입 안에 있는 제이콥슨 기관으로 넘겨준다. 그런 식으로
냄새를 맡고 뱀은 그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다시 혀를 재사용 할 수 있도록 깨끗케 한다. 하나님이 뱀이 과연 이런 과정으로 흙을 먹으며 살게
되었다고 말씀하신 것일까? 이것이 그리 만족할만한 설명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뱀의 주식은 분명 흙이 아니라 설치류 등 특정한 육식이기 때문이다.
본문의 뱀은 단순한 뱀이 아니다
그럼 본문의 참뜻은 무엇일까? 이 구절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본문 창세기 3장에 등장하는 뱀을 나타내는 히브리어 “나하쉬”(Nahash)는 뱀을 나타내는 다른 단어 “탄닌”(Tannin)이나
“사랖”(Saraph)을 대신할 수 있는 단어이다. 뱀이 된 지팡이에 관하여 “나하쉬”는 두 번, “탄닌”은 세 번 사용되고 있다(참조 출
7장). 여기서도 이 두 단어는 완벽히 호환(互換)되고 있다. 문제는 탄닌이 단순한 “뱀”이 아니라 성경에서 큰 물고기(바다 괴물), 바다 뱀,
고래, 용 등으로 번역되는 단어이다. 즉 흙을 핥는 단순한 뱀이 아니다. 그리고 그 “탄닌”(사단 상징)은 바로 창세기 3장의 뱀(사단 상징)에
정확하게 대응되는 단어이다. 따라서 이 구절의 뱀이 나타내는 핵심은 흙을 먹는다는 단순한 생물학적, 창조과학적 해석에 집착할 문제가 아닌
신학적(성경 해석)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칼빈도 창세기 3장의 본문을 그런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뱀이 나타내는 참 의미는!
뱀이 어떤 식으로든 흙을 먹는 것은 사실이나 창세기 3장의 이 뱀은 단순한 뱀이 아닌 지팡이가
뱀으로 변한 그 뱀이요, 용이나 바다 괴물과도 호환되는 상징적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문의 ‘종신토록 흙을’ 먹는다는 표현이 흙을
주식(主食)으로 삼게 될 거라는 의미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것은 흙을 먹는 데 그 참의미를 둔 게 아니라 수치와 저주의 상징적 표현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다. 미가 선지자는 하나님 여호와가 어디 있느냐고 조롱하던 자들이 뱀처럼 티끌을 핥으리라고 예언하였다(미 7:17). 이것을 정말
사람이 뱀처럼 흙을 먹고 살 것이라고 해석하는 성경해석자는 당연히 없다. 이사야 선지자는 반대로 뱀이 흙을 양식으로 삼는 것이 새 하늘과 새
땅에서는 오히려 축복이 됨을 묘사하고 있다(사 65:25). 즉 언젠가 흙을 먹고 사는 것조차 뱀에게 복이 되는 날도 있다. 즉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에게만 주신 책이 아니라 온 열방의 민족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메타포가 담긴 책이다. 예수님도 그래서 비유로만 말씀하셨다 하지 않는가!
복음은 단순하나 신앙은 그리 단순하거나 가볍지 않다. 그것을 깨닫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지혜이다.
창조신학연구소
조덕영 박사ki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