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앞 장애인주차구역 없앤 홍성군, 이유마저 '황당'

[안전복지]

"의회서 요청, 군청사 구역 이용하면 돼"... 실제로는 30여미터 떨어져 이동 불편

▲  지난 해 7월 9대 의회 개원 당시 홍성군은 청사 내 주차장 포장 작업을 하면서 슬그머니 장애인전용주차구역과 안내표지판을 철거했다.
ⓒ 신영근	관련사진보기

▲  홍성군은 지난 2018년 8대 의회가 개원하면서 의화 앞에 1면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빨간 원)을 설치했다.
ⓒ 독자 제공	관련사진보기

 
충남 홍성군이 군의회 앞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철거해 논란이다. 

지난 2018년 8대 군의회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김기철 전 의원을 비롯해 3명의 장애인이 당시 군의원으로 당선되자 승강기와 장애인주차구역 1면이 설치됐다. 

그러나 홍성군은 2022년 6.2 지방선거에서 김 전 의원 등이 전부 낙선하자, 9대 의회 개시 시점인 같은 해 7월 청사 내 주차장 포장 작업을 하며 슬그머니 장애인주차구역과 안내표지판을 없앴다. 홍성군의회는 군청 안 별도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철거 이유에 대해 홍성군 청사관리팀 관계자는 4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7월 주차장 내 포장 공사 중 군의회의 요청으로 장애인주차구역을 철거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군 청사 내 장애인주차구역은 법정대수(6면) 이상을 확보하고 있으니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면서도 "민원 발생 시 의회와 협의해 재설치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홍성군의회 관계자는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  홍성군 청사 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의회 출입구와 약 30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매우 불편하다.
ⓒ 신영근	관련사진보기

  
홍성군의 행정에 장애인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군 관계자가 설명한 청사 내 장애인주차구역은 의회 출입구와 30여 미터 떨어져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매우 불편하다.

김기철 전 의원은 "누구보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권익에 앞장서야 할 지방의회 등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장애인주차구역에 대한 주민과 지자체의 확고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장애인주차구역은 배려차원으로 지정한 것이 아닌, 장애인의 권리다"라고 강조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장애인주차구역 설치장소는 '장애인 등의 출입이 가능한 건축물의 출입구 또는 장애인용 승강 설비와 가장 가까운 장소'로 규정돼 있다. 또한 장애인주차구역 안내표지는 주차장 안의 식별하기 쉬운 장소에 부착하거나 설치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