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에서 때아닌 벼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이 3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데다 일부 대농들이 단경기 계절진폭을 기대하며 출하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열흘 간격으로 조사하는 ‘쌀값 동향’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가마에 14만3,768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수확기(10~12월)의 13만7,416원에 견줘 4.6% 높은 가격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관계자는 “2009년 3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쌀값이 (2010년산 쌀 생산량이 발표된) 지난해 11월 반등했고, 올 1월25일자 쌀값부터는 지난해 동기 수준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쌀값의 선행지수인 벼값은 상승폭이 훨씬 크다. 40㎏ 벼 한포대의 최저 거래가격이 지난해 수확기 4만~4만2,000원에서 지금은 4만8,000원대로 치솟았다. 그나마 사전에 계약된 물량 외에는 거래가 사실상 올스톱됐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민간RPC 모임인 대한곡물협회 김종성 부장은 “원료곡이 떨어진 회원사가 부지기수”라고 했고,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금은 5만원은 줘야 벼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지 양곡유통업체의 희비는 엇갈린다. 지난해 수확기 벼를 많이 사들인 업체는 쾌재를 부르고 있는 반면 매입량을 줄인 업체는 원료곡 부족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벼값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의 1월 말 재고는 정곡 기준 75만6,000t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113만7,000t에 견줘 38만1,000t이나 적다. 이런 추세라면 농협 재고는 올 수확기를 두달 이상 남긴 7월 중순쯤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민간RPC의 재고는 통상 5월쯤 바닥을 보이지만 올해는 3월 말이나 4월 초쯤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양곡업계는 정부에 공공비축용 산물벼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공공비축으로 정부가 사들인 산물벼는 정곡 기준 4만9,000t이다. 재고 부담이 큰 정부도 내심 산물벼 방출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말 ‘산물벼 형태로 매입할 2010년산 공공비축미는 공매 없이 정부양곡으로 활용하겠다’고 공언한 게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양곡 공매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산물벼 말고도 정부가 사들인 2010년산 쌀은 공공비축용 29만1,000t과 농협을 통한 추가격리 8만6,000t 등 37만7,000t에 달한다. 게다가 정부양곡창고엔 2009년산 공공비축미 17만t과 추가격리곡 56만6,000t도 쌓여 있다.
이에 따라 양곡업계는 쌀값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정부가 물가안정, 재고미 해소 등의 이유를 들어 정부양곡을 방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공매 시점을 ‘산지 쌀값이 지난해 수확기 대비 10% 올랐을 때’와 같은 구체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송광현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서기관은 “이미 여러차례 ‘산물벼 방출은 없다’고 공언해 오지 않았냐”며 “현재로선 다른 정부양곡 공매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상영 기자
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댓글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선택됨
옵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