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 대게를 주 메뉴로 하는 음식점들이 많이 생겨나더니 급기야는 시장에도 골목 자체가 대게를 쪄서 팔거나 먹는 식당들이 자리잡은 곳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
대게 전문점 앞을 지나다 보면 만만찮은 가격과 호객행위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리고 수족관 속에 자리하고 있는 외국산 대게들의 다리와 몸통을 보면 기가 죽어 아예 먹고 싶다는 식욕이 싹 가셔 그냥 빨리 지난다.
어릴 적 내가 자란 해운대 주변의 바다엔 꽃게가 주였고. 해수욕철이 끝난 해수욕장엔 모레 속에 사는 모레게가 있었고, 썰물 후 드러나는 갯바위 담치들 위로 먹잇감을 찾기 위해 기어나오는 돌게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게에 대한 추억이 하나 있다. 어릴 적 여름 바다에 가면 가는 길에 오징어 한 마리를 사서 몸통은 가는 길에 먹고 다리는 돌에 실로 묶어 아이스바 나무를 부표로 물에 띄어 놓고 놀다와서 오징어를 먹고 있는 모래게를 한 주머니씩 잡아 오곤 했다.
대학 시절, 한 여름방학, 부산 자갈치에서 충무행 여객선을 타고 중간 기착지인 거제도 성포에 내려 다시 똑딱배를 타고 건너다 보이는 가좌도엘 간 적이 있었다. 작은 섬, 가좌도 초등학교 분교(?)에 근무하는 선배교사의 초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은 섬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섬을 감도는 평탄하고, 좁다란 오솔길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먼 옛날 몽고군이 왜국 정벌을 위해 이곳에서 말을 훈련시킨 훈련장이라고 했다.
그곳을 둘러보고 난 뒤 더위를 시킬 겸 나는 혼자 교무실 한켠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수경을 이마에 걸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곧 바로 바다로 들어갔다.
수경너머 보이는 바다 속은 경이로웠다. 바다 밑에 온통 새까맣게 보이는 것이 우리동네에서 담치라 불리는 홍합 투성이였다. 그 주변에 무성한 해초들이 물결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사이를 누비는 작은 물고기들을 따라 유영을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분위기에 취해 행복했다.
그런데 한 순간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펑화로운 공간에 큼직한 꽃게 한 마리가 짚게 다리를 벌린 채 낯선 침입자를 발견하고 시위로 위용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저렇게 큰 꽃게는 처음 본다!!!'
숨을 가다듬고 다시 잠수해 들어갔다. 대형 꽃게는 물 속 바위를 등지고 짚게다리를 잔뜩 벌리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나는 다시 물 위로 올라왔다. 순간 그냥 그대로 두고 나왔다간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 욕심이 생겼던 것이다. 나는 다시 심호흡을 하고 잠수했다. 다시 마주 선 침입자를 보자 이번엔 꽃게가 당황했는지 뒷걸음치는 듯하다가는 순간 재빨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물 속 추격전이 벌어졌다. 나도 자유형 영법으로 빠르게 따라갔다. 꽃게는 더 이상 달아나는 것이 힘들었는지 다시 큰 바위를 등지고 이번에는 짚게다리를 크게 벌리고 수비자세를 취했다. 나는 순간 주먹만한 돌을 하나 주어 꽃게에게 들이 밀었다. 꽃게는 아니나다를까 돌을 덥썩 물듯이 껴안았다. 나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위에서 짚게다리 양쪽을 두손으로 덥썩 잡았다. 그리고 바닥을 두 발로 세게 차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머리를 내밀어 참았던 날숨을 가쁘게 내어쉬고 들숨을 들이켰다. 들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양손아귀에 잡힌 꽃게를 보고 다시 놀랐다. 두 손을 물 위로 치켜들고 당당하게 발로만 헤엄을 쳐 나왔다. 꽃게가 얼마나 컸는지 짚게다리가 양손아귀에 꽉 찼다.
교무실로 들어가니 선배가 놀라며 자기도 여기 2년 살아도 이렇게 큰 꽃게는 처음 보았다며 혀를 내휘둘렀다.
친구들과 오랜 만에 홍게를 먹으려고 집을 나섰다 차를 운전하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면서도 지난 날의 게에 대한 추억에 잠겼다.
동해안,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 후포항에 닿았다. 한 친구가 자주가는 단골 난전이 있다며 수산센터 앞 어시장으로 들어섰다.
동해안 포구의 분위기가 어산물에서 우리가 사는 곳과는 다소 달랐다. 주변이 늘어놓은 홍게로 울긋불긋했다. 잡혀온 홍게는 무더기로 쌓여져 널부러져 있는데 모습이 너무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딱딱하고 야무진 꽃게와는 표정이 너무 달랐다. 꽃게는 잡혀와도 얼마간은 짚게다리로 위용을 드러내고 어설픈 손님들의 손을 물고 야단인데, 홍게는 그게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해바다 심해에 산다는 홍게가 물 밖으로 나오면 힘을 못 쓸 수 밖에...
초딩시절부터 우정을 쌓아 더 쌓을 것이 없는 남녀 친구들이 아직도 먹성이 좋은지 홍게 100마리를 흥정해서 샀다. 나는 찜통에 넣고 홍게가 먹을 수 있도록 찌는 시간에 후포항 어시장거리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며 돌아 다녔다. 할머니들이 어렵사리 다듬고 말리는 피데기 건어물 중 오징어, 가자미, 노랑치, 도로묵 등을 사기도 하고, 홍게 모양의 풀빵도 사 먹고... 갈매기들도 낯선 객들의 머리 위를 여유롭게 날고...
백수과로사 한단 말 들어 보셨지요. 여기저기서 불러내어 안 가고는 못 베기게 만들어서 어쩔 수 없이 김장도 팽게치고 다녀왔습니다. 오늘 비가 와서 평소 미루었던 바깥 일들 보고 늦게 집으로... 바쁘네요, 바빠! 직장 갈 때는 한 군데만 가면 되었는데 지금은 갈 곳도 많고, 할 일도 많고, 불러 내는 님들도 많고... 행복 그 자체임다.
첫댓글 아, 맛있겠다. 다 맛있겠네.
냠냠 쩝쩝. 군침이 돈다. 잘도 움직이는기라. 언제 또 후포엘 갔다는구먼......
백수과로사 한단 말 들어 보셨지요. 여기저기서 불러내어 안 가고는 못 베기게 만들어서 어쩔 수 없이 김장도 팽게치고 다녀왔습니다. 오늘 비가 와서 평소 미루었던 바깥 일들 보고 늦게 집으로...
바쁘네요, 바빠!
직장 갈 때는 한 군데만 가면 되었는데 지금은 갈 곳도 많고, 할 일도 많고, 불러 내는 님들도 많고...
행복 그 자체임다.
참, 억수로 좋겠다~~~~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사진 속의 젊은이는 누구시오? 통 세월가는 줄을 모르나보네요. 젊고 건강미 넘치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즐거운 성탄과 새 해가 되기를 .........
오랜만이오. 바쁘셨는가 봅니다. 궁금했슴다. 자주 모습 좀 드러내어 주세요. 잘 계신다니 다행이고요. 내내 건강하시고...하나님의 축복이 새해에도 많이, 많이 내리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