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 교육문제로 온 나라가 벌통을 쑤셔 놓은 듯 시끌벅적하다. 인수위원장까지도 작심하고 나섰는지 영어교육 전도사처럼 열을 올리고 있다.
어찌 보면 이런 일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미천한 내가 알기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전임 대통령 업무를 인계인수를 받고, 향후 5년간 새로운 대통령의 통치에 대한 선이 굵은 밑그림, 즉 청사진을 그리는 소임이 아닌가 한다. 요즈음 많이 쓰는 국정의 로드맵을 그리는 일을 말이다.
즉, 5년 국정의 줄기와 큰 가지를 만들어 붙여 놓는 일이다. 집으로 말하면 골조공사만 해놓는 것이리라. 그 다음의 일은 행정 각부에서 세세히 계획을 세워서 추진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수위원회가 각 부처가 해야 할 일까지도 감 내놓으랴 콩 내놓으랴 하고 있으니 주객이 전도될 정도이다.
그림으로 말하면 스케치로 밑그림만 그려 놓으면 세세히 그리고 채색하는 일은 새 정부의 담당자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하기야 대통령 당선자가 전봇대 이야기를 하니, 순식간에 쑤욱 뽑히는 재미가 쏠쏠해서 그런가 보다. 영어교육도 전봇대처럼 당장 쑤욱 뽑히는 것 같이 생각하는가 보다.
결국 윗사람이 콩 튀듯 팥 튀듯 하면 아래 사람은 눈치만 보고 창의 적으로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하기 어렵다. 요즈음 회자된 ‘영혼이 없는 공무원’을 만든다.
모든 사물(事物)과 사상(思想)에는 격(格)이 있다. 격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해야 그 위치에 대한 대접을 받고 권위를 가지게 마련이다. 그 헌법에 의해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 “그 놈의 헌법 때문에” 라고 한다면 대통령의 격은 곤두박질치는 수밖에 없다.
어느 영어영문학과교수의 말도 되새겨볼만하다. 과연 온 국민이 영어교육을 받고서 영어를 제대로 써 먹을 수 있는 사람과 기회는 얼마나 될까? 어느 초등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초등학교에서는 한국말로도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겨우가 많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을 한다. 몰입교육이냐, 몰빵교육이냐? 모든 교육의 바탕은 이해를 기초로 하여야 한다. 특히 독해력은 모든 과목의 밑바탕이다.
이런 관리자가 있었다. 어떤 일을 추진하면서 미주알고주알 세세한 일까지 직접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밑의 사람들은 시키는 대로만 일을 해야만 했다. 거기에는 뽑혀지지 않는 전봇대 같은 사고만 존재하기 마련이다.
인수위원회가 하도 콩켸팥켸하는 개혁열풍은 이젠 인수위원회 피로감이 생긴다고 한다. 너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서나서나 국정의 거대한 그림을 스케치해야 할 것이다. 커다란 나무는 하루 아침에 자라는 것이 아니다. 마치 도깨비 방망이식, 알라단의 신기한 램프식 마구잡이는 결국 모래성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