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 말라위에서 삶을 시작한 것이 꼭 한 달이 되었다.
한 달 밖에 안 되었는데, 마치 일 년 정도는 살아온 곳처럼 느껴지는 것은,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이 너무 드라마틱해서일까?
지난 주말에 컨테이너의 엄청난 세금 문제로 마음고생을 했었는데, 이번 주 월요일에는
루수빌로 공동체의 한 유능한 직원이 무주주시의 관세청에 가서 높은 사람과 협상을
한 결과, 안 될 것 같던 모든 일이 풀리면서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내가 이곳에서
사용할, 일본에서 구입한 4륜구동 중고차를 통관시키는 문제도 포함해서, 적당한 가격에
잘 협상이 되어 오랜만에 기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간의 위로였을 뿐, 컨테이너를 향한 나의 수난은 지속되었다.
이번 주 화요일, 그 직원은 모든 서류들을 들고 말라위 국경으로 가서 아래 직원들과
다시 협상을 시작했어야 했단다. 그들을 설득하는데 또 하루가 지났다.
드디어 수요일 아침에는 컨테이너가 루수빌로에 도착한다고 통보가 왔다.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루수빌로에서 기다리는데 트럭이 도착하질 않아 전화를 해보니,
말라위 국경을 지나자마자 트럭에 이상이 생겨서 수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아주 작은 일이라면서 오후에는 도착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그 오후도
기다림으로 지친 나에게 아무런 소식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니 강한 태양으로 인해 찢기고 바랜 낡은 커틴이 쳐진 텅빈 공간이
이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싫었다. 부엌에 가면 깨진 그릇들과 찌그러진 냄비들로
밥을 해먹어야 하는 열악한 환경도 한계를 느끼게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식욕이
없어지는 것이다.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것이 없다. 몸에 영양이 공급이 안 되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병이 날 수가 있는데... 그래서 무엇인가를 먹어야하겠다는 생각에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라면을 끓여서 먹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들을
고국의 라면 한 봉지로 위로를 받고 싶어서였을까? 그러나 어쨌던 에너지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나는 아직도 감사할 것이 너무도 많은 사람임을 알게 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모든 고통에는 의미가 있는 법이야, 내일이 있잖아, 아무도 모르는 내일이....”라고
위로하면서 잠을 청했다.
케냐에서 오신 네 분의 수사님들과 함께 새벽에 성무일도를 노래로 바치고 나오는데
수사님들이 나를 이렇게 놀리셨다.
“아녜스, 성녀가 되려면 더 많은 고통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느님이 훈련시키시는
거에요. 더 많이 인내해야만 해요“ ”그래요, 수사님들, 제 머리위에 빛이 나거든
말씀해 주세요, 저 자신은 그 빛을 보지 못하니까요“ 하면서 우리는 모두 한바탕
웃어버렸다. 아, 이 좋은 수사님들이 곁에 안계셨다면 나는 인간적으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그분들은 기도와 격려로 내가 이 어려운 시련을 잘 견디어 낼 수 있도록
돕고 계신다.회초리와 당근을 함께 주시는 하느님께 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목요일 아침도 아름답게 시작했다.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을까?
루수빌로에서 전화가 없는 것을 보니 아직도 트럭이 수리를 못 끝낸 듯싶다.
나의 모든 에너지를 컨테이너에 집중하면 나의 마음이 답답하면서 힘이 빠진다.
이 무력감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내가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목요일은 100 여명 엄마들이 유아들을 데리고 우유와 영영식을 받으러 루수빌로에
오는 날이니, 루수빌로에 가서 그들을 만나고 그들이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 주면서
진정한 기쁨을 맛보고 싶어 집을 나섰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본 피터 선교사님이“ 아녜스는 참 강한 사람이에요, 말라위에
오자마자 너무 큰 시련을 겪는데, 다른 사람들 같으면 좌절하고 분노하게 되지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그래요, 저는 참 강한 여자에요. 그것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내가 질 수 있는 십자가를 허락하시는거에요, 헌데 주님이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시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하면서 우리는 함께 웃었다. 왜 나라고 힘들지 않겠는가?
힘들다고 푸념하지 않는 것뿐이지....그러나 이렇게 하느님의 좋은 사람들을 내게
보내주시어 힘든 시간에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시는 하느님이 참 고맙다.
30분이면 수리가 끝난다는 소식을 들은지 이틀이 지나갔다.
오늘도 컨테이너 없이 돌아오는 나를 비키 아줌마가 안쓰럽게 쳐다봐준다.
밖으로 내놓았던 임시로 쓰고 있던 침대 매트리스와 책상을 다시 집안으로 들여다
놓으면서 또 내일을 기다려본다. 내일도 정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절망감이 나를 감싸기 시작해서 빨리 묵주를 꺼내어 기도 했다.
컨테이너속에서 기다리시는 남양성지 성모님상은 얼마나 더 답답하실까?
하느님은 그 분의 “때”에 일하시는 분임을 믿고 기다려야지....
오늘 금요일 아침 일찍 컨테이너가 10시쯤 도착할 것이라는 전화가 왔다.
놀랍다. 이제는 마음에서 아무런 동요를 느끼지 않는다, 기쁨도 실망도 없이 담담한
심정이다. 너무 많이 실망해서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려고 방어하는 것인가?
아니면 더 이상 컨테이너에 목을 매고 있지 않아서인가?
내가 그동안 컨테이너 문제에 너무도 많은 힘을 부여하고 있어서 그것에 휘둘림 당하고
있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이었다.
비교적 느긋한 심정으로 루수빌로에 갔지만, 결국 컨테이너는 10시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피터선교사님의 권유로 우리 후원회에서 지원한 세인트메리 초등학교 건물 오픈식에
참석해서 감사해 하는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컨테이너 사건을 잊은채....
늦은 오후에도 컨테이너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리가 지연 되어서 내일 토요일에나 도착
한다고 하지만, 내 어찌 더 이상 그들의 말을 믿겠는가? 토마스 사도처럼 내가 그 컨테이너를
내 눈으로 보고 내 손으로 만져보기 전에는 나는 믿을 수가 없노라 !
나는 말라위에 도착하자마자 너무도 강한 훈련을 받고 있으며 그 시련을 잘 견디어 내기 때문에,
앞으로 내게 닥치는 그 어떤 어려움도 잘 견디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강한 바람이 불면 나무들도 살아남기 위해 땅속으로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고 하지 않는가?
확실히 모든 고통에는 의미가 있다.
첫댓글 이곳에서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도착을 안했군요. 교수님 소식이 없어서 도착되지 않았을 것으로 예감을 했지만 그래도 너무 힘드시게 합니다. 꼭 이번주에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면서 기도합니다.
아녜스님...!! *^* 하느님께서 님을 너무 사랑하심이 느껴지는 한달간의 여정을 봅니다. ^*^ 또한 님께서도 지극한 사랑을 인내로 주님께 더가까이 가고있씀도 봅니다. 장하십니다..!!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모든것을 덮어주고 믿으며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사랑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습니다."[1코13,4-8a] 라신 바오로사도의 모범을 닮으신 아네스님..!!!
주님의 시간에... In his time.....
주님의 시간이 언제인지를 아는 것은 우리에게 행복함을 가져다 줍니다.
주님! 주님의 시간을 우리 교수님에게 알게해 주시고 그 시간이 눈앞에
나타나게 해 주옵소서...
교수님! 엘리야가 먼산에서 작은 조각구름 하나를 기대하며 기도하였던 것처럼
오늘 작은 구름 하나가 말라뒤 먼 하늘에 나타남을 선포합니다.
주님의 축복이 넘쳐나 당신의 맑은 얼굴에 밝은 미소 다시 만발하기 원합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당신을 축보합니다. 사랑합니다.
저도 처음 남아공 갔었는때 겪었었던 힘들었던 일들중 하나가 오늘 된다던게 내일이되도 안되고 또 연락하고 연락하고 지겹게 기다리다 지칠때쯤 일이 해결이 되더라구요.
"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
선생님! 화이팅!!!! ^^
소식이 없어서 얼마나 애를 태우고 있는지? 짐작하며 기도 했었는데....주님은 그대를 성녀로 만드실려는가봐요
이제 도착 하여 아이들에게 그 선물들을 나누어 주며 기쁨에 넘치는 그대 얼굴을 봅니다...고통을 통한 더큰 깨달음....
정말 장하고 장하도다 자랑스런 주님의 딸 아녜스님 !!!!
아프리카는 기다림의 땅이군요. 가끔 생각했어요. 우리의 삶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기다림일거라고...
하지만 믿고 기다리면 어느 것도다 그 열매는 달죠... ㅎㅎ 암튼 교수님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