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연의학혁명 -
무쇠솥에서 약을 꺼낸 인후는 곧바로 파우치 작업을 마치고 박스에 담았다. 60팩씩 두 박스가 나왔다.
육중한 험비를 몰고 대전으로 가는 인후의 표정이 차분했다.
이제는 연희의 의지와 투혼이 생사를 판가름하리라 생각하자 인후는 왠지모를 투지가 솟아나왔다.
몽로에 도착한 인후는 숙희와 연희를 앞에 두고 긴 설명에 들어갔다.
“연희씨는 이 약을 일주일 동안은 하루에 한 팩씩 드십시오.
그리고 몸에 나타나는 번화, 이를테면 두드러기가 난다든지 소화가 잘 안된다거나 어지럼증이 느껴지면
복용을 중단하고 저에게 연락 주십시오.
그러나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 일주일후 부터는 아침 저녁으로 공복에 한 팩씩 드십시오.
그리고 식사는 숙희씨가 내주는 식사만 드시고 간식으로는 재첩국이나 다슬기를 자주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혼자서라도 보문산에 자주 올라가서 체력을 길러야 하며 보문산 약숫물을 떠와서 자주 마셔주시고요.
잘 알겠지요?”
연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인후는 숙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족탕기를 한 개 구매해서 연희씨가 잠들기 전에 하도록 가르쳐 주고 신저벌에 사는 선배 부부가 일주일
간격으로 나물들을 부쳐줄테니 그 나물들로 된장 등을 넣고 심심하게 만들어서 연희씨만 따로 먹도록
해주세요.
소금은 절대 넣지 말고 정히 필요할 땐 죽염만 넣도록 하시고......
주방 일이 힘들면 아주머니를 한 명 더 구하도록 하고요.그리고 아침 일찍 연희씨랑 워킹이나 죠깅 등을
해주고 선화동 주민센타에서 탁구. 수영 동호회에 가입해서 운동을 해주되 처음 3개월은 사흘에 하나씩
운동 하시고 삼개월이 지나면 이틀에 한번씩 해주시고요.”
“네. 잘 알겠어요 덕분에 저도 운동할 때 심심하지 않아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연희가 성격도 좋아서 저랑 잘 맞는답니다.”
숙희가 밝게 웃으며 말하자 연희도 표정이 밝아졌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내 집에 찾아와서 하룻밤 묵어가는 나그네도 전생에서 수많은 겁이 흘러간 인연으로
만나는 건데 하물며 앞으로 함께 살아갈 운명이라면 보통 인연이 아닌겁니다.
게다가 제가 보기에도 숙희씨와 연희씨는 성격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더더구나 같은 배달 단군의 핏줄이오니 형제나 마찬가지죠.
연희씨가 완전히 정착하고 우리 말과 글을 배울때까진 숙희씨가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네. 그럴게요. 인후씨의 걱정을 덜어줄 생각이오니 연희는 걱정마시고 하시는 일에만 힘쓰소서.”
“고맙소. 숙희씨가 있어서 한시름 덜었어요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답니다.
연희씨도 숙희씨가 하라는대로만 해주시고 힘들어도 참아내야 합니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이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요.”
“네. 명심할게요.”
숙희가 생각났다는 듯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참, 인후씨 어젯밤 뉴스에 고구려 제민원이 방송에 나왔더군요.”
“아.....그래요? 내용은?”
“병원에서도 고치지 못하는 고질병들을 고구려 제민원에서 받아온 약초들을 복용하고 완치됐다는 시민들
제보가 있어서 방송국에서 취재를 했나봐요.”
“음.....”
“그리고 오늘자 동녂일보 사회란에도 고구려 제민원 기사가 나왔더군요 한번 보세요.”
동녂일보 기사에는 자연의학혁명 이란 제목으로 고구려 제민원이 약초들을 값싸게 제공하며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진찰법과 처방법으로 고질병 환자들을 완치시켜주고 있다며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알려지고
있다는 기사였다.
그리고 약초들은 값비싼 약초들이 아니고 흔하게 주변에서 보여지는 약초들이나 음식들로 병자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있다는 기사였다.
“인후씨. 서울로 올라가셔야지요?”
“아니오. 나는 아직 할 일이 더 남았어요. 오대산 상원사에서 주지스님을 만나 뵙고 진악산 개삼터에서 7일
기도에 들어가야 합니다.
제민원은 털보형님이 박경서와 도연과 함께 잘 해나갈 것이오.”
고구려 제민원은 그새 직원도 두 명을 채용하는 등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한 쪽에 있는 상담실에는 신승수가 환자들을 상담하고 있었다.
바짝 마른 오십대의 여자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신승수에게 애걸하고 있었다.
“아이고 선생님. 저는 악성빈혈로 고생하고 있답니다. 병원에서 주는 처방약으론 완치가 안되어요.
단 하루라도 약 없이 살아봤음 원이 없겠어요. 그리고 살 좀 쪄봤으면 좋겠어요.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찌니 이놈에 체질이 대체 어떤 체질인지 미칠 지경입니다.”
“아주머니 남편께서 변강쇠처럼 정력이 강하신가요. 또는 아주머니가 잠자리에서 너무 밝히시는 것 아닌가요?”
“네?”
여자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몸둘바를 몰라했다.
“빈혈이라 함은 일차적으로 피가 부족한데서 출발합니다 피가 부족한 이유는 지나친 정사로 인하여 신장의
기력이 쇠잔해지고 소변이 잦아지며 헤모글로빈 생성이 둔화되어 몸 속에 비치해둔 여분의 영양분을 흡수하게
되니 피가 모자라게 되고 피가 모자라니 칼슘이나 철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영양 불균형이 되는 것이지요.”
“아니....그러면.......”
“살 찔려고 고기 같은 것을 자주 먹는다는 것이 오히려 피를 탁하게 하고 그 탁해진 피가 각종 영양분들을
흡수하니 신장은 물론이며 간도 좋지 않을 겁니다. 아주머니는 오장육부가 모두 좋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아니 그게? ......병원에서는 그런 말은 안 해주던데요.......”
“병원에서 종합검진 받으셨나요?”
“아니오......무서워서.....”
여자가 갑자기 눈물을 쏱았다.
“아주머니. 살고 싶으면 잘 들으세요.?”
“네네......살려만 주신다면 뭐든 할게요.”
여자가 겁먹은 표정과 목소리로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하자 신승수는 실소를 머금었다.
“당장 오늘부터는 남편과는 잠자리를 따로 하시고 부부관계는 일체 하지 마세요.
밥을 만들때는 개량컵으로 흑미 세 번. 보리쌀 두 번. 쌀 한 번. 검정콩과 말린 대추를 찢어서 함께 넣고 밥을
만드세요.
반찬은 고기를 넣지 않은 미역국과 다시마 데친 것, 그리고 소의 간을 사와서 참기름에 죽염 넣고 자주 드셔야
합니다. 육고기는 일체 섭취하지 말고 바다에서 나는 것들과 콩으로 만든 것들을 자주 섭취하세요.
기본적으로 이것만 지키시고 나머지 약초들과 섭취해야 할 음식들은 처방전을 써줄테니 약제실로 가서
받아가시면 됩니다.”
“네네... 그렇게만 하면 빈혈도 사라지고 살도 찌개 됩니까?”
“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순 없습니다. 지금 써주는 처방전은 빈혈을 잡는 처방전이니 처방전대로 꾸준히
실행하시고 두 달 후에 다시 찾아오세요. 그 후에 살이 쪄지는 처방을 드리지요.”
“아이고오. 고맙습니다. 이제사 살 것 같네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여자가 환한 표정으로 물러가자 이번엔 사십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저는 허리가 좋지 않아서 왔는데요.”
“네 어떻게 불편하신가요”
“약 2년 전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무거운 걸 들다 허리를 다쳤는데 한방 양방 치료 받고 좋아지긴 했는데요.
약 두어 달 전부터는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몹시 불편합니다 은근하게 통증이 오고......”
"병원에는 가보셨나요?”
“네. 한의원에 가서 진찰 받았더니 그게요.....거시기 좀......”
“지나친 방사로 인하여 신장에 무리가 와서 생긴 신허요통이라고 하죠?”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잘 낫지가 않아서요.”
“진찰은 맞는데 약을 복용해도 잘 낫지 않는 경우는 체질에 잘 받는 약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할테니 솔직하게 답해주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술 좋아하십니까?”
“네. 자주 마시는 편입니다”
“좋아하는 색은?”
“네? 섹스를 좀 하긴 하는데요.....”
남자가 얼굴을 숙이고 작게 속삭이 듯 말하자 신승수가 풀석 웃었다.
“아니오. 섹스가 아니라 색깔요 좋아하는 색요”
“아.......난 또.....좋아하는 색은 검정과 흰색입니다”
“어딘가에 부딪쳐서 멍이 생길 때.그냥 파란색의 멍인가요. 아니면 시커멓게 나오는 멍인가요?”
“음.....그건.....파란색 쪽보다는 시커멓게 생기는 멍 같은데요”
“네. 고기나 채소류 중에 어떤 것을 더 좋아하시죠?”
“그냥 골고루 잘 먹는데요? 반찬투정은 안 합니다만....”
“싫어하는 음식은?”
“자라탕이라던가.염소고기.뱀탕.말고기. 정력에 좋다고 하는 그런 음식들은 싫어합니다.”
“그러면 삼계탕이나 보신탕 같은 음식은?”
“먹기는 먹지요 특히 여름철엔 자주 먹고요”
“여자를 좋아하나요. 즉,,바람둥이 기질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남자가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체념한 듯 대답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아내 몰래 바람도 피웠는데 그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요?”
“물론입니다 체질을 감별하는 데 필요하니 물어본 것이죠”
“........”
“명랑한 성격인가요? 붙임성이 좋은 성격?”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좀 보수적인 경향이 있고 옛날 식으로는 선비 스타일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더군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합니까?”
“친구들과 자주 만나서 술자리 갖는 건 좋아하지만 모르는 사람과는 좀처럼 친해지기가 힘든 스타일 같습니다”
“좋습니다 마지막 질문인데 제가 질문을 마치면 생각을 하지 말고 그 즉시 떠오른 생각을 말해주셔야 합니다.
알겠지요?”
“네 알겟습니다”
“내일 인류가 멸망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무얼 하실 겁니까?”
“사랑하는 가족들과 시간 보내고 술에 취해서 잠이나 자다가 죽겠습니다”
‘네. 수고 많으셨어요. 체질 파악이 끝났습니다.“
“그러면 저는 대체 어떤 체질인가요?”
“선생님은 양인 체질에 가깝고 더 정확히 말하면 태양인과 태음인의 중간 체질인 소반양인 체질입니다.”
“소반양인요?”
“여기 고구려 제민원에서는 동무 이제마 선생의 사상체질을 토대로 처방을 해주지만 우리는 지금 사상체질을
더 세분화 해서 누구나 자신의 체질을 식별하도록 연구하고 잇으며 곧 책으로 출간 예정이오니 그 때 책을
사서 읽어보시길 권유합니다. 환자들마다 일일이 설명 드리기가 힘들기 때문이지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의 체질에 맞춰 처방을 드릴테니 잘 복용하시고 약이 떨어지면 다시 들리세요
신허요통이란 신장도 함께 치료해야 하므로 한 번 더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남자가 물러가자 출입구 쪽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숭수가 나가보니 검정 양복으로 통일한 떡대 좋은 덩치 세 명이 도연과 언성을 높이며 티격대격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아. 형님. 이 사람들이 차례를 지키지 않고 막무가내로 왕진을 요구하길래......”
덩치 중에 한 명이 신승수를 보자 앞으로 나서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원장입니까? 우린 오성파에서 나왔는데 우리 큰형님이 몸이 좋지 않던 차에 어제 뉴스를 보고 왔는데
큰형님이 거동이 불편하시니 왕진 좀 해줘야겠습니다”
“이곳은 재벌이 온다해도 특혜는 없습니다 차례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왕진은 힘듭니다. 어렵더라도 환자가 직접 오시는 게 좋을겁니다”
“아니 이런....우리 오성파를 뭘로 보고 이래 엉. 우리 오성파 큰형님 이름도 못들어봤슈.
오라면 오는거지 뭔 말이 많슈 .준비하시고 당장 우리와 함께 가줘야겠소 돈은 얼마든지 드릴거유 엉?”
덩치가 표정과 행동에서 오버되는 액션을 취하며 닦달하자 도연은 얼굴을 찌뿌렸다.
오성파라면 밤의 대통령으로 군림하는 박오성이 이끄는 건달 조직이 아닌가.
일이 시끄러워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 도연은 인후를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도 차례를 지켜야 합니다.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시면 곧 차례가 올테니 그 때 봐드리죠
고구려 제민원은 대통령이 온다해도 특혜는 없는 곳입니다. 번호표를 받고 차례가 올때까지 기다리시죠”
“아 거 참 썅! 때려부실시도 없구 말여 엉. 그럼 번호표를 주슈.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거유”
“번호가 몇 번 입니까?”
“217번으로 써있구만 엉”
“그러면 모레 찾아오시면 됩니다”
“뭐라? 모레? 이 썅.....누구 뒈지는 꼴 보려구 이랴 엉?
야! 곰치. 오함마 형님께 전화 때려서 이 상황을 알려줘바라 엉”
뒤에 서있던 덩치 한 놈이 핸폰을 꺼내더니 통화를 한 후 말했다.
“넙치 형님. 번호표 받고 돌아오라는뎁쇼”
그러자 넙치로 불린 덩치가 싸늘한 표정으로 신승수를 보며 앙칼지게 말했다.
“원장. 두고보슈. 우리 오성파를 엿먹인 댓가 치러줄팅게 말여 엉. 오늘은 그냥 가지만 이틀 후에 우리 큰형님
제대로 안봐주면 당신과 여기 고구려제민인가 뭔가는 그냥 골로 갈거유 엉”
덩치들이 물러가자 도연이 풀석 웃으며 시크하게 말했다.
‘별 떨거지같은 놈들이 조직 있다고 유세를 떠네요“
“하하하 자네가 참느라고 힘들었겠군”
“당장 줘패버리고 싶었는데 환자들도 있고 해서요”
‘잘 참았어 . 조직이 있는 사람들이라 좀 시끄러워질 것 같지만 우린 우리의 길만 가면 되니까
일 벌이지 말게나“
“알겠습니다만 좀 전에 인후 형한테서 전화가 왔는데요
어디 들릴데가 있다고 일주일 정도 서울에 못온다고 하네여”
“그래? 그렇다면 당분간 우리가 잘 이끌어가세. 인후가 우리를 믿으니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이제 방송도 탔고 신문에도 나왔으니 무지 바빠지겠는데요”
“글쎄. 그건 아직 알 순 없네. 지금은 돈이 없는 서민들이 주로 찾아오지만 돈이 많은 부자들도 제민원을 믿고
찾아올지는 미지수네”
“승수 형님은 방송 신문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시나 봅니다.
방송과 신문에 소개된 이상 폭발적인 관심을 끌 것입니다.
그리고 부자들은 종합병원에 가라고 하십쇼. 우리는 원래 서민들을 위해서 제민원을 만든 거 아닙니까?”
“하기는 그렇지”
“다 똑같은 몸에 똑같은 병이 들었는데 부자들은 돈이 많다고 생명이 연장되고 서민들은 돈이 없다고 죽어야
하는 모순에서 벗어나고자 인후 형이 제민원을 차린 것이니 우리는 서민들을 도와야 하는 걸로 압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밖에는 보슬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걸 본 도연이 회가 동했는지 직원들 모두 함께 취중천국에서
저녁식사 겸 단합대회 한번 하자고 말하자 모두가 기분 좋게 동의했다.
그 중에서 박경서가 택시를 잡아 두겠다며 밖으로 달려나갔다.
신승수와 도연은 웃으며 뒤를 따라 나갔다.
네온싸인이 한 두 개씩 켜지는 시각이었다.
불야성을 이룬 밤의 도시는 불나방처럼 어둠을 먹고 사는 사람들에 의해 서서히 활기를 띄며 도시 전체를
생동감 있게 만들고 있었다.
보슬비가 갑자기 굵은 빗방울로 변하더니 도시의 아스팔트를 난타하고 있었다.
골목길 어디쯤에서 길잃은 고양이가 있는지 울음소리가 처량하고 날카로웠다
낮이든 밤이든 사람들은 어제를 망각하고 오늘도 망각하는 준비를 위해 움직이다가 내일이 오면 망각의
폐이지를 늘려가는 존재다
사람이 한평생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어느 순간, 開眼의 순간이 온다고 한다
개안이 되면 어떤 사물이나 물체를 볼 때 그 쓰임새가 저절로 직감된다고 한다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개똥도 필요하다는 직감이 오면 수거하여 약으로 쓴다 이것이 개안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한 평생을 한 가지 일에 몰두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 일에 자신의 열정과 투지와 믿음과 긍정을 온전히 쏱아부어야 한다 이런 자세로 일생동안
정진해도 개안이 된다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하물며......
인간의 목숨과 직결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헌신과 박애정신이 더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세상은 여전히 인의를 실현하는 의료인 보다 돈반 밝히는 의료인이 더 많은 것이다
돈벌이용 도구로 전락해 버린 의술은 대형병원을 양산한 채 끊임없이 환자들을 돈벌이용으로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의학은 기계처럼 획일화 되어 가고 있으며 의사들은 한결같이 똑같은 공장식 치료와 처방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몸은 기계가 아닌데 공장식 치료만 하고 있으니 근본과 원인을 무시한 댓가로 듣보잡 병들이
수시로 발생하는 현실.......
현대 의료는 그 옛날 자연주의 근본 의학으로 되돌아 가야 하리라 !!
어느덧 빗발이 잦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밤의 어둠은 자신이 가진 병을 들키지 않겠다는 듯이 더욱 더 깊은 심연의 나락으로 침잠하는 중이었다
대낮부터 늦은 밤까지 토해놓았던 사람들의 숨소리가 흔적없이 증발하는 중이었다
길 잃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더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육중하게 덮혀오는 밤이 앓는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 도시는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의 구명신호처럼
어지럽게 회오리치며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