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 일원에서 열린 제주영화제에 다녀왔다. 이틀 동안 이십여 편의 작품을 보았다. 출품작 대부분 주옥같은 작품들이었다. 참으로 행복하고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특히 관객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짐작보다 따뜻하게’라는 영화는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더욱 반가웠던 것은 영화의 절반 이상이 제주에서 촬영되어, 올레길을 비롯한 멋진 제주자연이 소개되고, 제주출신 배우들도 등장한 것이다.
이 영화는 한 가족에게 예기치 않게 들이 닥친 비극과 상처의 치유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감독의 기획의도에서 밝혔듯이 ‘위로는 한마디 말이 아니라, 따뜻하게 곁에 있어주는 것’이란 메시지를 전한다.
‘쉽게 건네는 위로는 허공으로 사라질 뿐이다. 짐작보다 따뜻하게란 제목 역시 우리의 짐작보다 훨씬 아픈 이에게, 한없이 따뜻하게 바라봐 주고 곁에 있어주라’고 조언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필자도 많은 생각을 했다. 평소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아 아파하고 있는 이에게 건성으로 위로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며, 앞으로는 내 짐작보다 훨씬 더 상처받았을 수 있는 이들에게 훨씬 더 따듯하게 위로해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렇게 좋은 영화를 보는 관객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의 바람은, 빨리 제주도에 예술영화전용극장이 만들어져서, 도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제주 로케이션 영화를 관람하고 해당 촬영지를 둘러보며, 스크린 속 감동을 만끽하는 형태의 문화관광 상품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경제’가 ‘문화’를 먹여 살렸지만, 이미 현재는 문화가 경제를 먹여 살리는 시대이며, 향후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한 때 ‘문화’는 소비를 조장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문화생활은 경제적 지출을 전제로 하는 일종의 고급스런 소비생활로 간주되어 ‘문화인’은 ‘고상한 백수’로 인식되기까지 했다. 그래서 문화계 인사는 경제계 인사들이 먹여 살려야 하는 부담스러운 사람들로 치부되었으며, 경제가 발전하면 문화도 따라서 발전하는 ‘경제 우선주의’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달라졌다.
이제 문화산업 없이는 경제 발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이다. 문화 창조력이야말로 가장 큰 경제적 부가가치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문화가 밥 먹여 주는가’ 하고 물었을 때 할 말이 없어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문화는 밥 먹여 주기 때문이다. 문화는 밥만 먹여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자연스레 영위하게 해 주는 준거이자 생활 지침이다.
문화의 세기인 21세기의 화두는 지역문화와 문화산업으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정치인’이 아닌 ‘문화인’들이 주체가 되어 ‘문화 민주화’를 이루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20세기가 ‘내 물건을 갖고자 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삶을 더욱 충만하고 즐거운 것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서비스, 즉 ‘감성적인 것’을 구입하는 시대가 됐다.
제품에 감성적인 요소를 부여하는 것은 다름 아닌 특히 오락적 요소가 가미된 문화 콘텐츠이다.
문화 콘텐츠는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 침투해 모든 사업의 형태를 바꾸어 놓고 있으며 나아가 문화산업과 여타 산업 간 경계도 허물어뜨리고 있다.
이제 문화 콘텐츠는 여행, 쇼핑, 금융거래, 패스트푸드, 자동차, 레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산업에 활용되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제주영화제를 계기로 제주에 예술영화전용극장이 만들어지길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원도정의 목표가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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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우렁 사는 사람 원문보기 글쓴이: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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