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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은 제주는 물론 세계의 큰 유산이 됐다. 그 중턱에 자리한 사찰이 바로 동암사다. 드넓은 잔디밭에 좌대를 튼 동암사는 성산일출봉을 찾는 불자들이 참배하기엔 더욱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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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기암들 신장처럼 가람 수호 1934년 일제강점기 창건…수차례 개명 지역 토속 문화와 결합된 자취 곳곳에
“동으로 일출봉이 우뚝 솟아 천하 절경을 만들었고, 서쪽으로는 말미오름을 안산으로 삼았도다. 그 가운데 성지가 있으니 그 이름이 일출봉 동암사이다. 좌우에는 바다 건너 우도(牛島)의 십경(十景)은 수리(數里)에 끊었고, 남으로 기울어진 섭지코지는 신양(新陽)의 동리를 몇 번이나 둘렀으니 규봉의 허리가 돌을 기대 얹고 태평양의 넓은 바다가 구름을 흔들도다.”〈일출봉 동암사 대웅전 상량문 중에서〉
성산일출봉 정상에 섰다. 짭조름한 바다바람과 제주 해녀들의 숨비 소리가 온몸을 휘감는다. 애달프게 느껴진다. 외지인들에게 늘 손짓하던 신비의 섬, 사람들이 마음으로 그리던 미지의 세계는 소처럼 온순하게 반겨준다. 그 아래로 펼쳐진 한가로이 늘어선 고기잡이 배,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들, 그리고 봉긋하게 솟아오른 우리네 어머니를 닮은 오름들, 그리고 상업화 관광에 그 아름다움이 훼손 돼버린 섭지코지 등 그 모두를 감싸안은 성산일출봉은 제주의 아니 이제는 세계의 큰 유산이 됐다.
제주 영주십경(瀛州十景) 중 최고봉인 성산일출봉은 깎아지른 절벽 위에 거대한 분화구가 초원을 이루고 있다. 분지 둘레에는 한라산 아흔아홉골의 기암괴석 같은 99개의 작은 봉우리들이 빙 둘러섰다. 마치 좌불 정좌해 선정에 든 선승처럼 기개가 느껴진다. 매년 연말 열리는 ‘성산일출제’에는 도민을 비롯해 수많은 관광객이 일출봉으로 모여든다. 그 중턱에 자리한 사찰이 바로 ‘일출봉 동암사(주지 진철 스님)’다.
뾰족히 솟은 성산일출봉의 기암괴석이 동암사를 외호하는 신장처럼 가람을 수호하는 형국이다. 드넓은 잔디밭에 좌대를 튼 동암사는 성산일출봉을 찾는 불자들이 참배하기엔 더욱 안성맞춤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성산일출봉 기슭에 처음 절이 창건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 4월에 건립된 일광사(日光寺)였다. 이후 동화사, 일출사, 경봉사 그리고 동암사 등 몇 차례 개명돼 오늘에 이른다. 창건 배경을 보면 이 마을에 살던 김기옥 씨가 절터를 마련하고, 창건주인 기산옥(법명 자선화) 씨가 남편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기 위해 신도들의 후원으로 첫 불사가 이뤄졌다.
조선총독부 관보기록을 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일출사는 1937년 5월 1일자로 ‘조선사찰 대본산 위봉사 성산포 포교당’으로 처음 등록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후 1943년에는 ‘조계종 대본산 백양사 성산포교당’으로 변경, 등록됐다. 창건 당시 초대 최진수 스님이 주지를 맡은 후 몇 차례 스님들이 성산읍 지역 포교에 앞장서 왔다. 법당 건물은 창건 당시에는 초가에서 함석지붕으로 여러 차례 중창됐다. 이후 1967년 부임한 영봉 스님이 대웅전을 중건했고, 1970년 11월에는 경봉사서 동암사로 사명을 등록했다. 현 가람은 지난 1989년 부임한 진철 스님이 1999년부터 불사를 착공, 2002년 4월 도량을 새롭게 정비해 낙성식을 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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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부처님을 모신 동암사 전경 |
이처럼 동암사가 일출봉에 자리잡은 연유는 바다에 터전을 삼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의 애달픈 삶의 애환과 밀접하다.
제주지역은 도서지역의 특성상 한라산 산신과 해안으로 둘러싸여 용왕기도가 성행했다. 용왕대신에게 자신의 삶과 안전을 기원했고, 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남편의 무사귀환을 손이 닳도록 빌었다. 섬 지역 특성상 거친 땅, 거친 파도를 이겨내야 했던 제주민초들에게 석가모니부처님 이후 도래하는 미래세 부처님인 ‘미륵사상’은 절대적 의지처가 됐다.
용왕대신을 향한 발원 또한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는 험한 세상에서 희망을 위한 하나의 뗏목이었다. 그래서일까. 동암사 신도들 가운데는 해녀들이 많았다. 매년 열반재일 기간에 용왕기도를 하며 방생법회를 봉행한다. 하지만 이는 타 지방의 방생법회와 의미가 좀 다르다. 제주 민초들은 2월 초하루면 영등신이 제주바다를 찾아, 새로운 씨앗을 뿌려주고 떠난다고 믿었다. 동암사의 방생법회는 해산물의 씨앗을 바다에 뿌리는 믿음에 근간을 두고 있다.
“제주 지역 토착문화와 연계된 템플스테이 추진”
“동암사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많이 간직한 사찰입니다. 그래서 참배객들 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습니다. 제주지역 문화는 물론 한국의 전통불교문화도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진철 스님은 야심찬 각오를 피력했다.
스님은 이어 “동암사를 찾는 해외관광객중 중국인 비율이 많습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그들에게 미륵불로 추앙받는 포대화상을 조성하는 한편 성산일출봉이 지난 2007년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됨에 따라, 2012년에는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만월해수관세음보살상과 석가모니불을 칠보개금해 새로 봉안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스님은 “제주굿에 상징성과 의미를 불교적으로 재해석하고 사라져가는 제주의 무속과 습합된 제주지역 불교만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며 “우도·섭지코지 올레길 주변의 당문화와 연계된 템플스테이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행수첩
<주변 가볼만한 곳> ▲우도=종달리 해안가서 바라보면 마치 소 한 마리가 누워 있는 형상을 한 섬이 보인다. 종달리에서 약 2.8㎞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 속의 섬 우도(牛島)다. 소의 허리처럼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섬에서 가장 높은 132m의 우도봉에 오르면 아기자기한 우도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영화 <화엄경>이 여기서 촬영됐다.
▲섭지코지=섭지코지가 시작되는 지점인 신양해수욕장에서부터 바다로 뻗어나간 길이가 약 2㎞에 이른다. 풍광이 빼어나 제주도서 영화나 드라마 배경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곳이다. 영화 <단적비연수> <이재수의 난>을 비롯해 드라마 <올인> 등이 섭지코지서 촬영됐다.
<맛집> ▲성산포 ‘문어라면’=문어라면은 영화배우 이병헌 씨도 그 맛에 반했다고 할 정도다. 064-782-2671 ▲해오름식당=전복죽과 갈치요리가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다. 064-782-2256
<숙소> ▲동암사 신도들이 운영하는 쏠레민박(064-784-1688), 푸르미르펜션(064-784-1472)이 있다. |
첫댓글 동암사는 아직 미답지이니 제주도에 다시 가게 되면 꼭 찾고 싶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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