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차녀로 알려진 김주애와 동명이인인 주민을 대상으로 개명을 강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조만간 김주애 실명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우상화에 나서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익명의 북한 현지 주민 발언을 인용해 당국이 ‘주애’라는 이름을 가진 주민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딸 김주애와 '건군절' 기념연회 에 참석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TV·연합뉴스© 제공: 세계일보‘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RFA에 “최고존엄의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선전되고 있는 딸의 이름이 ‘주애’이기 때문에 동명인을 없애라는 내적 지시가 내려왔다고 안전부 간부가 말해 주었다”고 말했다. ‘평안남도 소식통’도 “(8일) 평성시 안전부에서는 ‘주애’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여성들은 일주일 내로 이름을 바꾸라는 중앙의 내적 지시를 각 인민반장을 통해 포치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 통치기엔 ‘일성’이란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고, 김정일 통치기에도 ‘정일’이란 이름을 강제로 바꾸도록 했다. ‘정은’도 마찬가지였다. 수령 신격화를 위해서다. ‘주애’라는 이름을 가진 주민들에 대한 개명 요구가 포착된 지난 8일은 인민군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행사를 계기로 김주애가 대대적으로 북한 매체에 공개된 것과 같은 날이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내각기관지 민주조선은 지난 7, 8일 건군절을 맞아 김주애 행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건군절 전야에는 김주애가 김 위원장과 함께 인민군 장령 숙소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보도했고, 이때 기념 연회장에서 군 장령들을 병풍처럼 줄세워놓고 찍은 파격적인 기념사진도 공개됐다. 이튿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김주애는 김 위원장과 함께 주석단에 올랐다. 주석단으로 향하는 길에는 광장의 주민들이 다 보는 앞에서 강순남 국방상이 허리를 굽혀 김주애를 에스코트했다.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운데)가 주석단에 자리한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공: 세계일보
일각에서는 이날 열병식이 “김주애 후계자 책봉식을 연상케 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열병식에서 주석단에 오른 것은 북한 주민 대중이 보는 앞에 처음으로 화려하게 공개된 것이어서 그간 매체에서 등장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가 있다. 열병식 중에는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마의 행진이 있었는데, 이때 가장 먼저 김정은의 ‘백두산 군마’에 이어 두 번째로 ‘사랑하는 자제분(김주애)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가 소개되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12일 “참석자들에게 ‘김정은 결사옹위’와 함께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열창하게 하면서 ‘후계자 책봉식’을 연상케 했다”며 “이제는 이름을 공개할 차례로, 광명성절이나 태양절을 계기로 ‘존경하는 김주애 동지’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주애 이름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