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2012년의 여름이야기(8)>
◎ 어머님 102세 생신 잔치
어제는 음력으로 9월 13일, 어머님의 생신날이다. 1911년생이시니 한국 나이로 102세이시고 만으로는 101세가 되신다.
남쪽의 더운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만나 가을비 치고는 꽤 많은 비가 오겠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11시 30분 경 형제들이 속속 요양원으로 모여들었다.
일전에 내가 쇠고기와 미역을 요양원 주방에 사 들여놓고, 어머님은 잘 못 잡수시겠지만 생신 날 아침에는 미역국을 끓여 어르신들 대접을 해 드리라고 부탁을 한 바 있다.
이 날은 시동생 내외가 떡과 케익, 과일을 준비해 왔다.
커다란 테이블이 있는 별실에 준비해 간 음식을 차려놓고, 어머님을 누우신 침대 째로 모셔왔다.
떡과 과일, 케잌이 차려진 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어머니께
"오늘이 어머님 생신이에요." 말씀드렸더니
"오늘이 구월 열 사흗날이냐?" 물어보신다.
체력은 많이 쇠약해지셨지만 기억력은 아직 건재하시다.
케잌에 춧불을 켜고, 축하 노래를 불러 드린 후
(초가 너무 많아 큰 것 하나에 작은 것 두개를 켰다.)
마지막 생신을 보내고 계심이 분명한 어머님 뒤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어머님은 모인 당신의 자손들에게 '참을 인(忍)자를 마음에 새기고 화목하게 살라는 말씀을 누누이 하셨다.
우르르 왔다가 한꺼번에 나가는 발걸음이 모두 무거웠지만 곧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요양원을 나서 바로 옆에 있는 고기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에 차려진 떡과 과일들은 그곳에 계신 분들 몫으로 두고 나왔다.
이 날은 시동생 내외가 형제들에게 점심을 내는 날이었다. 동갑내기인 시동생 내외가 8월에 환갑을 맞았는데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폭염이 계속되던 시기인데다 집안에 우환이 겹쳐 차일피일 하다 보니 두 달이 지나도록 식사 한 번 나누지 못하였던 것이다.
한 해가 다 해 가는 마당에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고 하루 삼시 죽만 잡숫고 계신 어머님 계신 곳에 와서 거창하게 벌리는 것도 자식 된 도리로 죄송스러운 일이니 간단한 식사로 회갑 모임을 때우기로 합의를 보게 된 것이다.
식사 후 헤어져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연세실버요양원', 송우택지지구 내에 있어 도시가 정돈되어 있고 환경도 쾌적하지만 집에서 먼 것이 문제이다.
자주 들여다 뵐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 모시고도 싶지만 겨우 그곳 사람들과 눈을 익히고 적응 중이신 분을 다시 옮기는 것이 과연 어떨지 고민 중이다.
201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