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티아고 - 2025.04.26.
예배당에 들어서면
배우지도 않은 무릎을 꿇는다.
탁자 위에 팔꿈치를 올리면
익숙한 버릇처럼
맞잡은 손에 이마를 갖다 댄다.
비 오는 날이면 흠뻑 젖은 하루를
눈 오는 날이면 꽁꽁 언 몸으로
바람 부는 날이면 옷깃을 여미며
헤집어 팔수록 깊어지는
내 어두운 과거에 힘겨워진다.
알면서도 방관했던 죄와
나를 위해 저질렀던 죄와
나도 모르게 쥐어진 죄까지
땅에 묻어 숨기고 불에 태워 없애도
여전히 생생해지는 기억들
밀물이 되면
바닷물이 차올라 길이 사라졌다가
물이 빠지면 노둣길이 곧게 뻗어
다섯 개의 섬과 섬을 잇는
작고 예쁜 예배당들.
십이사도 순례길을 걸으며
건강과 지혜와 사랑과 기쁨과 행복은 너희에게
칭찬받고 소원대로 이루는 것도 너희의 것.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내 몫이니
나는 내 인연에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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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시인
섬티아고
우목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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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
25.04.28 15:5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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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ㅋㅋ 섬티아고 순레길
산티아고 가기전에 여기부터 가야겠네
ㅋㅋㅋ
1박2일이 짱이라더라.
일출과 일몰이 사람 죽이는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