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5.
3일간의 동행 - 2
목적지는 신안 증도 엘도라도 리조트다. 해남에서 영산강 무영대교를 넘어 서해안고속도로 접어들었다. 북무안 나들목으로 나와 지도 전통시장까지 꼬박 1시간 반을 달렸다. 증도에 있는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임자도로 향했다. 친구는 Chat GPT에 물때를 물어 용난굴 깊숙한 곳까지 일행을 이끌었고 백사장의 길이가 전국 최대로 12km 정도가 되는 대광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자장면 맛집을 추천했다. 그는 여기가 처음이 아니란 뜻이다.
우리는 동네 친구다. 30대에 만났고 정을 주고받으며 한세월을 보내다가 퇴직한 백수 2년 차들이다. 아직 이렇다 할 생각 없이 쉬는 중이다. 아니, 앞으로 계속 쉴지도 모른다. 여행이 좋아 집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들이다. 세 쌍의 부부가 몽땅 엇비슷한 생각이며 조금씩 어긋나도 투덜거림 없이 부대끼며 여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년에 딱 한 번씩만, 합쳐서 세 번뿐이다. 친구 하나가 설계한 여행에 시간만 맞춰서 떠난다. 꽃을 좋아하는 친구는 꽃을 찾아 일정을 계획하고 나는 정자나 사찰을 은근슬쩍 끼워 넣기도 한다.
서해안 끄트머리다.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섬까지 왔다. 갯벌과 염전은 양념이고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고 거듭 강조하는데 다들 들은 척도 않는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설레미해수욕장 시원한 바닷물에 풍덩풍덩하겠다는 의지가 들썩거려도 전혀 반응이 없다. 썰물에는 갯벌뿐이라 어렵고 물이 해안까지 밀려 들어오는 때를 맞춰야 한다. 문제는 아침 시간이라 애매하다. 열심히 짜온 계획에 맞춰줘야 하는데 떡하니 버티고 서서 입을 꽉 다문 안주인들의 눈치가 무서워 동조하지도 못하는 나는 비겁자일 뿐인가. 난감하다.
붉은 해넘이는 언제라도 좋다. 짱뚱어 다리 아래로 수만 평의 갯벌이 끝도 없이 이어져 어둠을 끌어당기고 있다. 좁은 갯골 위에는 노을이 자꾸만 붉어진다. “여기! 서 봐” “팔 크게 벌려!” “맞춰서, 폴짝 뛰어보라고~오” 난리가 났다.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기려니 얼마나 바쁜가. 찻길에 갯벌을 배경으로 자전거 조형물 3개가 예쁘게 서 있다. 보름에 가까워지는 상현달까지 배경으로 넣어 실루엣 짙은 인생 사진 한 장을 만들었다. 아무리 봐도 예쁘다. 아들, 며느리, 딸까지 가족 다섯이 모두 들어있는 단체 대화방에 사진을 올렸다. 청춘 놀음은 마음이 즐겁고 몸도 가벼워지는 것 같다. 이런 맛에 여행은 늘 즐겁다.
여전히 뙤약볕이 쨍쨍하다. 신안의 수많은 섬 중에는 증도라는 섬이 있고 여기에 유명한 태평염전이 있다. 언뜻 생각해 보니 염전이란 단어는 익숙하고 친숙하다. 그런데 염전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다. 국내 최대 규모로 140만 평이나 되는 천일염 생산지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장관이다. 지붕이 낮은 해주와 소금밭과 소금 창고들이 균일한 간격으로 나열되어 있다. 하나뿐이라는 석조 소금 창고를 개조한 소금박물관과 별것도 아닌 소금 아이스크림이 별난 체험이 된다.
국내 유일의 염생식물원이다. 유네스코 생물 다양성 보전 지역이며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염전의 습지 생물상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갯벌에 자생하고 있는 함초, 나문재, 칠면초, 해홍나물 등 70여 종의 군락이 어우러져 있어 아주 특별한 가치가 있는 식물원이다.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지만 그늘 하나 없는 데크길과 습지에서 품어대는 열기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나마 짱뚱어, 칠게, 방게 등의 움직임과 간간이 불어오는 갯바람이 싱그럽다.
갯벌은 천혜의 자원이다. 동해안 바닷가 마을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갯벌이야말로 자연의 보고(寶庫)다. 뛰어들어 파헤치고 거둬들이면 어린 자식 배도 채우고, 공부도 시킬 수 있는 텃밭이다. 경상도 두메산골에서 비탈진 산을 헤매며 구하는 산나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의 재화(財貨)다. 갯벌을 가진 남해와 서해는 굶어 죽을 일은 없어 보인다. 보릿고개라는 배고픔과 아픔은 없었을 법하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인심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그래서 해수욕은 못한거네
세남자가 개구쟁이처럼 물장구치고 하면 재미지겠구만
주노 같으면 내 눈치 남의 마누리 눈치 안 본다 용감하게 막산다
신안 여행 계획한 친구는 계획대로 못한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