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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 감상 · 현학
감정을 드러내고 쏟아 붓는 일은 시작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슬프다거나, 기쁘다거나, 당신이 보고 싶다거나, 풍경이 아름답다거나 하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우리는 '고백'이나 '넋두리' 혹은 '하소연'이라고 부른다. 그런 것들이 시의 일부분이 될 수는 있어도 시의 모든 것은 아니다.
시가 고백적 양식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게 세 가지가 있다. 당신은 시를 쓰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이것들을 과감하게 배척해야 한다.
첫 번째는 과장이다. 제발 시를 쓸 때만 그리운 척하지 마라. 혼자서 외로운 척하지 마라. 당신만 아름다운 것을 다 본 척하지 마라. 모든 것을 낭만으로 색칠하지 마라. 그런 것들은 우습다.
두 번째는 감상感이다. 이 세상의 모든 슬픔을 혼자 짊어진 척하지 마라. 아프지도 않은데 아픈 척하지 마라. 눈물 흘릴 일 하나 없는데 질질 짜지 마라. 그런 것들은 역겹다.
세 번째는 현학이다. 무엇이든 다 아는 척, 유식한 척하지 마라. 철학과 종교와 사상을 들먹이지 마라. 기이한 시어를 주워와 자랑하지 마라. 시에다 제발 각주 좀 달지 마라. 그런 것들은 느끼하다.
오규원은 "시란 개인적인 욕망에서 이루어지는 욕망의 발산 형식이 아니라 개인적인 '나'의 욕망을 억제하고, '나'의 욕망 가운데 가치 있는 어떤 경험을 선택하고 객관화하는 작업을 통해서 남과 다른 세계를 유형화해 보여주는 의도적 행위"라고 했다.⁴³ 자신에게 감정을 고백하고 싶으면 일기에 쓰면 된다. 특정한 상대에게 감정을 고백하고 싶으면 편지에 쓰면 그만이다. 시는 감정의 배설물이 아니라 감정의 정화조다. 속에서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억누르고 여과시키는 일이 바로 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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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오규원, 앞의 책, 219쏙.
안도현의 시작법 [가슴으로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중에서
2025. 1. 16
맹태영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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