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 런웨이》
제53회 ― 은별의 짝사랑(?)
전국 대학 패션 공모전이 끝난 뒤.
의상디자인과에서는 이상한 소문 하나가 돌기 시작했다.
"들었어?"
"1학년 은별이."
"강인 선배 좋아한대."
소문은 순식간에 실습실을 한 바퀴 돌았다.
그날 아침.
은별은 공모전 대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강인을 발견했다.
"선배!"
강인이 돌아봤다.
"응?"
은별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축하드려요!"
"정말 멋있었어요."
강인은 쑥스럽게 웃었다.
"고마워."
"저도."
"선배처럼 되고 싶어요."
강인은 짧게 대답했다.
"될 수 있어."
은별은 그 말 한마디에 환하게 웃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본 사람이 있었다.
박도윤.
"...어?"
도윤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거..."
"설마?"
점심시간.
도윤은 강인을 운동장으로 끌고 갔다.
"야."
"큰일 났다."
강인은 놀랐다.
"왜?"
"은별이가."
"널 좋아하는 것 같다."
강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닌데."
"아니긴."
"아까 봤잖아."
"'멋있어요.'"
"'선배처럼 되고 싶어요.'"
"이거 완전..."
강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존경."
도윤은 손을 저었다.
"남자는 원래 모른다."
"내가 전문가다."
강인이 피식 웃었다.
"연애도 안 해 본 사람이?"
도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
"..."
"말이 너무 세다."
도윤은 혼자 '은별 관찰 작전'을 시작했다.
은별이 강인을 찾으면,
도윤도 뒤에서 따라다녔다.
은별이 질문을 하면,
도윤은 벽 뒤에서 엿들었다.
재민이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선배."
"뭐 하세요?"
도윤이 손가락을 입에 댔다.
"쉿."
"수사 중."
"무슨 사건인데요?"
"첫사랑 사건."
재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 과에 형사도 있었어요?"
오후.
패턴 실습.
은별이 강인에게 다가왔다.
"선배."
"응."
"이 곡선이 자꾸 이상해요."
강인은 연필을 들어 조용히 설명했다.
"여기."
"1밀리만."
"안으로."
은별은 감탄했다.
"와..."
"진짜 달라졌어요."
"감사합니다."
도윤은 멀리서 팔짱을 끼고 중얼거렸다.
"역시."
"눈빛이 다르잖아."
강인이 은별에게 말했다.
"열심히 해."
"네!"
"넌 잘할 것 같아."
은별은 기쁜 얼굴로 자리로 돌아갔다.
도윤은 혼잣말했다.
"끝났다."
그날 저녁.
도윤은 학교 앞에서 미송을 만났다.
"선배."
"큰일 났어요."
미송이 놀랐다.
"왜?"
도윤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강인한테."
"후배가 반했어요."
미송은 잠시 생각하더니 웃었다.
"은별?"
도윤이 놀랐다.
"어?"
"벌써 알고 있었어요?"
"응."
"은별이 지난번에 회사까지 찾아왔잖아."
"뭐?"
"강인 선배처럼 재단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도윤이 눈을 깜빡였다.
"그래서?"
"내가 말했지."
"'강인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누구에게나 친절해.'"
도윤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진짜 아니네?"
미송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존경이야."
"짝사랑 아니야."
다음 날.
김태석 교수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었다.
"이번 과제."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를 한 사람 정해서 발표해라."
학생들이 하나둘 발표를 시작했다.
재민은 외국 디자이너를 이야기했고,
수진은 유명 패턴사를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은별 차례.
은별이 앞으로 나왔다.
"제가 존경하는 사람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송강인 선배입니다."
도윤이 속으로 외쳤다.
'거봐!'
은별이 계속 말했다.
"선배는."
"재단을 정말 잘하시지만."
"그보다."
"아무리 바빠도."
"후배 질문을 절대 귀찮아하지 않으세요."
"저도."
"나중에 그런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실습실은 조용해졌다.
강인은 민망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김태석 교수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좋은 이유다."
"기술은."
"가르쳐 줄 때 더 커지는 법이다."
도윤은 그제야 머리를 긁적였다.
"..."
"내가."
"혼자 오해했네."
수업이 끝난 뒤.
은별이 강인에게 인사했다.
"선배."
"감사합니다."
강인이 웃었다.
"나도."
"고맙다."
그 모습을 본 도윤이 갑자기 외쳤다.
"야!"
"나도 후배들 잘 챙겨!"
재민이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도윤 선배도 좋아요."
도윤의 얼굴이 환해졌다.
"역시!"
재민이 말을 이었다.
"...개그가요."
순간 실습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강인도 참지 못하고 웃었고,
그 웃음을 본 후배들은 더 크게 웃었다.
따뜻한 여름은 그렇게,
존경과 우정,
그리고 작은 오해 하나를 웃음으로 바꾸며 깊어지고 있었다.
― 제53회 끝 ―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