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이란 아늑한 옛날부터 내 맘속에 자리 잡은 해 보고 싶은 여행길(?)이었다. 내가 20여 년 전 해외여행을 시작부터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다는 나름의 꿈이었다. 학창시절 영어 선생님이 간간이 읽어주신 천로역정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독실한 크리스천도 아닌데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고민으로 순례길을 택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뚜렷한 목표도 없고 아무런 정보도 없이 아주 막연히 ‘순례(걷기)’라는 말이 좋았고 그냥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근무하면서 800킬로를 걸을만한 긴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물론 토막을 내서 가기도 하고 100킬로만 걸어도 순례증서가 나온다는데 내 목표는 순례증서가 아니었다. 직장인이라 여름과 겨울방학에만 장기간을 여행할 수 있었고 그 기간에는 기온 때문에 순례길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퇴직 후 첫 번째 버킷으로 접어두었다. 그렇다고 정년퇴직을 기념하기 위한 순례는 결코 아니다.
2018년 8월 30일 퇴직 후 맘먹었던 대로 첫 해외 여행길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선택했다. 하루에 25킬로를 40일간 걷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게 되질 않는다. 난 이 길을 걷기 위해 1년 전부터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주변 산행을 강행했고 차를 타고 움직이기보다는 등 가방을 메고 도서관이며 건강센터를 꾸준히 오가며 걷는 연습을 했다. 나름 치열하게 준비하고 날마다 저녁이면 발가락 사이사이에 바셀린을 발라주며 순례길 준비를 했다.
이번 순례길을 준비하면서 프랑스 길 말고도 여러 길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15여 년 동안 해외 여행한 습관처럼 밴 욕심을 버리기가 참 어려웠다. 이왕 큰돈 들고 힘들게 간 장시간의 비행이니 가능한 최대로 많이 보고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순례길 준비과정에서 이건 아니다 싶어 오로지 순례만을 위한 일정을 짜려고 예를 썼다. 하루 20킬로씩 걸어 40일이면 충분하고 파리인 마드리드 아웃으로 항공권을 끊었다. 그러면서 지난 파리 여행 때 가지 못해 아쉬웠던 ‘몽생미셸 수도원(Mont Saint Mishell)’은 꼭 둘러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또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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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일 차-2019/03/14(목)_ 광주-> 인천-> 뮌헨-> 파리로 이동
새벽 알람 착각. 다섯 시에 눈뜨자마자 씻지도 않고 그대로 배낭을 챙겨야 했다. 지인이 챙겨 준 네 봉지나 되는 사탕을 무게 때문에 가져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마음만 안고 그대로 두고 나선다. 평소에는 가족들의 도움으로 배웅을 받았으나 이번 터미널이동은 상황이 안 되어 택시를 타야 했다. 다행히 쉽게 택시를 잡을 수 있어 바로 터미널을 향한다. (택시 8,100원). 예약한 버스 시간인 6시는 아직 여유가 있다. 대기 중 차분하게 준비해간 사과와 팥 시루떡, 커피로 아침을 대신했다.
새벽 6시 인천공항행 버스를 타고 10시경 도착했다. 미리 준비한 김장비닐로 싼 배낭을 보딩 창구(루프트한자 K19~)를 찾아 붙이고 항공권을 받았다. 첨엔 기내로 들고 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수화물로 넣어 버렸다. 갑작스러운 변심이라 염려했는데 내 배낭 안에 휴대전화 배터리가 있어 검색대에 걸렸다. 배터리만 빼고 그대로 수화물로 보내고 보안 검색대와 출국장을 지나 푸드코트에 들었다. 괜히 배 속이 든든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평소 먹지 않은 피자를 시켜 먹고 여유 있게 탑승 기다렸다. 면세점 내 한국전통문화센터 ‘사랑’에는 해외여행에서 필요한 한국전통 기념품을 팔기도 하지만 사진이 있는 무료엽서에 전통문양의 스템프를 찍어 갈 수 있다.
12:30분 이륙준비로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기내 승객 중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기내 의사를 불렀지만 결국 회항하여 건강 이상 승객과 동반자까지 2명 내리고 수화물도 내려야 했다. 남은 탑승객들이 불편할 수 있고 나처럼 경유를 하는 사람은 연결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항공기 바퀴가 접어지기 전 이렇게라도 조처를 할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할 일이다. 한 시간 사십 분 지체 후 다시 이륙준비를 하는데 출발도 전부터 지루하고 배고프다. 배속에 거지가 들었나 보다. 아침도 먹고 점심도 먹었는데 정작 밥을 안 먹어서 허전하다. 떡이나 피자는 내게 끼니가 될 수 없는 모양이다. 과연 40여 일간의 해외에서 어떻게 견딜지 걱정이 앞서지만 웃음이 나온다.
연결편 차질 없도록 하겠다는 운항 안내가 나온다. 인천에서 프랑스 파리까지는 2시간 15분 대기시간을 포함하여 총 소요시간이 15시간 25분 걸린다. 시차는 –7시간으로 파리가 늦다. 일정 상공에 비행기가 뜨니 비용을 내야 하지만 와이파이가 되는 루프트한자 항공기다. 뜨거운 물수건 주고 한 시간 넘겨서 식사가 나온다. 뮌헨까지 가는 동안 기내 영화 두 편과 점심, 간식, 저녁까지 준다. 울란바토르와 이르쿠츠크 지나 러시아 상공을 나르는 노선이다. 불모지와 잔설이 가득하다. 독일 뮌헨 입출국장에서 간단한 시비가 있었으니 여권에 독일 스템프를 받고 연결편으로 급하게 이동했다. 가는 비가 내리는 뮌헨에서 파리를 향한다. 아이고 이젠 장거리 비행 여행도 못 하겠구나 싶을 때 착륙준비 사인이 들어왔다.
무사히 드골 공항에 도착해서 다음 날 새벽 5:50분 TGV로 이동할 거면 허용기준과 상관없이 계획했던 대로 공항노숙할 생각이었다. 제1터미널에서 다음날 이동할 TGV를 탈 제2터미널로 이동했다. 제2터미널에서 프리라운지를 찾는데 파리 샤를드골 공항은 다음날 항공이용자에게만 허용된다고 한다. 게다가 예약한 TGV 출발시각이 8:49분으로 바뀌게 되니 생각이 달라졌다. 시차로 서울의 아들과는 소통을 못 했으나 하와이에 있는 작은아들 며느리와 톡했다. 여행 출발했다니 내심 걱정됐던 모양이다. 공항노숙을 생각했다니 절대 안 된다며 아들이 호텔을 알아보겠단다. 인터넷으로 시공을 초월하니 좋긴 좋은 세상이다. 그래도 내가 직접 하겠다니 호텔 결정되면 꼭 알려달란다. 일단 공항 노숙을 접고 호텔스닷컴 앱으로 숙소를 찾는데 의외로 쉽게 예약이 됐다. 이럴 때 쓰라고 아들 며느리가 용돈을 챙겨 준 거로 생각한다. 예약과 동시에 1박에 100유로 결제 사인까지 바로 들어온다. 다시 공항 내 무료 셔틀 트레인을 타고 1터미널과 3터미널 중간의 Px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구글 지도를 보며 예약한 호텔 INN SIDE를 찾아 편안한 투숙을 상상했다. 호텔에 체크인하려는데 또 결재해야 한다며 카드를 달란다. 아니라며 이미 결재를 했다고 말했지만 잘 이해되질 않아 결국은 이중지급된 상태로 룸 키를 받았다. 여행 마치고 호텔스닷컴에 상황설명 후 되돌려 받으면 될 일이다. 어찌 개운치는 못하지만 이만하면 아직은 순탄(?)한 이동이다.
첫댓글 고고고~~😍사진도 첨부해주세요^^
사진은 많은데 압축작업을 안하면 용량이 커서 올리는데 제약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