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계시!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기 직전에 꾼 꿈에서 알지도 못하는 일본어를 잠꼬대로 하며 일어났다.
“다ㅇㅇ이 일본어로 붕어라고?”
꿈을 깨자마자 사실인지 인터넷을 뒤졌으나 허탈하게 아니었다.
내 행동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씨 익 웃으며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는 어처구니에 비웃음까지 얹어 주었다.
“아이고 그게 맞을 거라고 찾아본 당신이 더 웃기네요. 하하하”
마치 꿈속에서 가르쳐준 말이 신이 써준 모세의 십계명처럼 계시인 냥 뒤졌다가 둘이서 한참이나 웃었다.
어제도 눈을 뜨기 전에 잠꼬대를 하며 일어났다.
“이건 용맹할 용자야”
이번엔 한자 뜻풀이로 잠꼬대를 하며 일어나서 사전을 찾을 필요도 없어서 ‘그래 오늘은 용맹하게 살라는 신의 계시야’
하고 그 믿는 믿음으로 용맹하게 하루를 몰고 갔다.
오늘 아침에도 꿈을 깨며 일어났다.
나는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은데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20초짜리 꿈을 2분이나 늘여 빼는 것 같은데 첨가한 가짜 꿈 이야기 아니에요?”
아니다 나는 꾼 꿈을 상세히 그때의 심경까지 전달하다보니 길어진 것뿐이었다.
아내는 그렇게 눈총을 주는 일이 다반사라 꿈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였다.
그때마침 아내가 전기 고대를 해달라고 하였다.
몇 년 동안 해 주다보니 미용사 실력은 못되지만 그래도 쓸 만하여 동글동글 머리를 말며주며 내 머릿속에서는 꿈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만 맴돌았다.
‘내가 이렇게 무료 봉사를 해 주는데 꿈 이야기하나 안 들어 주겠나, 어디로 달아나지도 못하고 넉넉히 5분을 잡아 둘 수 있으니 이때 하면 좋겠구나.’
드디어 첫 머리를 디밀었다.
“아침에 꿈을 꾸었는데 내가 어느 낯선 도시 네거리에서 큰형, 나, 당신 이렇게 셋이서 우리부부가 이사 온 3층짜리 상가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내는 그 내용을 반도 안 들었는데 머리에나 신경 쓰라며 그만 하라고했다.
하지만 나중에 언제 하겠나 싶어 또 시작하고 반을 했는데 또 나중에 하라고 했다.
그렇게 하다만 꿈 이야기가 끝이 나고 동글동글 아줌마 고대를 마친 뒤에 쓸쓸히 컴퓨터 앞에 앉아 아내에게 못한 꿈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형과 아내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이곳상가들을 살피려고 다음 사거리까지 걸어가며 동네 모습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나는 낯선 곳에 온 느낌을 받으며 한 번도 본적 없는 도시 상가들을 보며 당황을 했다.
“여기가 어디지?”
머릿속이 하얗고 어떻게 집을 찾아가야할지 몰라 어찌할 바를 몰라 할 때 아는 사람이 다가와 간절히 우리 집을 찾아 달라고 애원을 했다.
“저 우리 집을 가야 하는데 내가 분명히 사거리 하나를 지나 왔는데 돌아보니 전혀 다른 곳이라 찾을 수가 없어요, 우리 집 좀 찾아 주세요.”
그러나 그가 새로 이사 온 내 집을 그 사람이 어떻게 알겠는가, 그는 고개를 갸웃 하더니 좌우지간 함께 찾아보자며 우리 집이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었다.
“우리 집은 3층이고....”
그것 밖에 기억이 없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내가 당신의 아이들을 아니 가다가 만나면 되겠네요. 함께 찾아봅시다.”
둘은 함께 길을 걸으며 고개 들어 3층집만 살피며 걸었다.
사거리를 하나 지나고 또 지나고 여기저기를 찾아도 3층집은 보이지 않았다.
점점 실망의 도가 깊어지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며 나는 망각의 늪에 빠져 조금 전에 함께 있었던 아내의 얼굴도 희미하고 아내와의 단절에서 오는 슬프고, 무섭고, 암담함이 공포로 다가왔다.
이 때 왼쪽에 하얀 타일이 붙은 3층짜리 건물 창문이 보였다.
나는 소리쳤다.
“야, 저거다”
나는 집을 찾았다고 기뻐하며 3층을 바라보며 그 건물로 향하는 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때!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3층에서 뛰어 내리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 한 일은 뛰어 내리는 아이들이 모두 마치 날개를 단 듯 사뿐히 내려앉으며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그때 한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아빠~” 하고 부르며 뛰어 내렸다.
얼른 다가가 뛰어 내린 아이를 보니 내 아들이 아니었다.
‘그래 내 아들은 이렇게 작은 아이들이 아닌데? 다 컸는데.......’
막 뛰어 내린 아이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여기서 뛰어 내렸는데 어떻게 다치지도 않았니?”
“네? 난 여기서 뛰어 내리지 않았어요, 여기서 뛰어 내렸다가 다치면 죽는데 내가 왜 뛰어 내려요?”
아이는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듯 손가락을 돌리며 웃더니 저를 따라오라며 사거리를 감아 돌더니 내가 발견했던 그 건물 3층 옥상을 가리켰다.
“할아버지 저길 보세요.”
그곳을 보니 커다란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내가 보았던 그 장면으로 아이들이 뛰어 내리던 화면이 계속 비쳐졌다.
‘그래, 내가 저걸 본거였구나.......’
그리고 나는 더 깊은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우리 집을 어떻게 찾아 간단 말인가......’
그런데 그건 공황에 빠진 것이 아니라 내가 치매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영영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 내 집도 못 찾아가는 치매 노인이 되어 있었다.
슬픔이 몰려와 나는 네거리에서서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집을 찾아준다는 그도 가버리고 그렇게 울며 방황하는 꿈을 깨었다.
나는 꿈을 깨었는데 몹시 우울했다.
일주일이면 서너 번 씩 들려주던 기분 좋은 꿈들을 신의 계시라 불렀건만 오늘은 신의 계시를 부정하며 혼자 속말을 했다.
‘이건 신의 계시가 아니다. 내가 치매라니 말도 안 돼 늙어도 이런 일은 없어야 돼.’
거실로 나와 베란다 창문을 보니 모두가 잠든 밤에 신께서 한 붓으로 그린 하얀 눈이 보였다.
감탄을 하며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해가 뜨고 우리 아파트를 비켜선 햇빛이 숲 오른쪽부터 서서히 다가왔다.
나무에 쌓인 눈이 반사되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디카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다.
‘그래 저 반사되는 빛을 내가 보게 된 것은 신께서 나에게 앞으로 희망의 빛을 주겠다는 언약의 징표다. 인류 최초 대홍수후에 노아에게 무지개를 띄우고 다시는 물로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는 신의 약속처럼 내게 주시는 희망의 빛인 신의 계시다.’
그렇게 변덕스럽게 또 신의 계시라고 믿고서야 마음이 정리되고 안정을 되찾았다.
요즘 꿈과 현실이 오버랩 되는 아침마다 어느 것이 진짜 나의 삶인지 잠시 착각하는 아침을 맞이한다.
요즘 아이들 말대로 ‘멍~’때리는 그런 아침의 연속에서 치매의 전조 현상은 아니고 늙어가니 꿈이 많아진다는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해본다.
4층에서 내려다보니 60쯤 되어 보이는 사람이 놀이터 앞을 걸어가는 모습이 머리부터 보였다.
저승사자가 그가 그를 끌고, 그는 끌려가는 것이 몹시 싫은 것 같았다.
목을 잡아 이끄는지 머리는 앞서있고 몸은 일자로 반듯한데 흔드는 두 팔은 세상에 더 살고 싶은 욕망의 끈을 잡으려는 듯 앞으로 넘어오지 않고 뒤에서만 허우적거리며 걷는 모습......
나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다.
세상에 미련이 많아 선지는 모르나 ‘내가 언제 죽을 것이다’는 말이나 아는 사람들과 생이별을 하거나 단절되는 그 말 자체도 하기를 거부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꿈처럼 사람과 단절되는 치매 꿈을 꾸었으니 치매또한 죽음처럼 슬프고 무서운 질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 살 동안에 치매만을 걸리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 했는데 어쩌면 그 모든 것을 잊고 죽음을 맞이하는 치매가 죽음의 공포를 잊게 하는 신의 ‘특별한 선물’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일요일 오후.
나는 농구를 가야하는데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고추장을 담그고, 계란 프라이를 해서 주고, 텔레비전도 같이 보고,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널어주고, 고등어조림도 같이하고 ,동치미도 꺼내어 썰어 한 상을 차려 먹고 내가 제일 잘 아는 사람과 온종일을 보냈다.
보통의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30년 이라면 나는 60년을 늘 붙어서 함께 살고 싶다.
내일 아침엔 또 무슨 신의 계시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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