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병환으로 휴강했던 12월 수업이 1월에 재개되었다.
겨울이니까 눈풍경 그리기 수업 중이다.
수채화는 흰색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맘껏 덧칠할 수 있는 유화에 비해 수채화는 덧칠하면 점점 더 어두워지는 특성이 있다. 맑게 그려내야 하는 수채화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 흰색은 종이의 흰색으로 대신해야 하는데 이게 참 까다로운 계산을 요한다. 종이의 흰색을 보존하기 위해서 사실상 대부분의 수채화 기법이 발전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스킹 액, 마스킹 테이프, 양초칠하기, 칼이나 사포로 긁어내기 등...
하지만 눈 내리는 풍경에서 눈을 표현하기 위해 미리 마스킹액을 바르면 마스킹액의 딱딱한 경계선이 위화감을 주게 된다.
그래서 소금을 뿌리거나 불가피하게 불투명한 흰색 표현 재료들을 뿌리게 되는데 아크릴물감이나 포스터물감 같은 걸 쓰기도 한다. 이번 수업에서 시도한 재료는 제소(gesso)였다. 제소에 대한 백과사전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제소(gesso) : 대개 합판·석고·돌·캔버스의 표면에 발라 템페라나 유화를 그 위에 그릴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거나, 조각된 기구나 그림틀에 금박을 입히고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작업에 이용한다. 중세나 르네상스의 템페라에서는 입자가 거친 석고로 만든 초벌 제소를 표면에 1겹 바르고 난 뒤 입자가 고운 마무리 제소를 겹겹이 입혀 하얗게 빛나는 불투명한 바탕 그림을 만들었다.
14세기의 유명한 이탈리아 화가인 조토 디 본도네는 양피지 접착제와 잘 반죽된 석고 안료로 만든 마무리 제소를 사용했다. 중세 템페라에서 대개 금박을 입히는 배경부분은 된 제소를 이용해 바탕을 마련한 다음 작은 나무조각으로 눌러 무늬를 넣었다. 이 된 제소는 그림틀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현대의 제소는 토끼나 송아지 가죽에서 얻은 아교와 석고를 섞어 만든다.
불투명한 특성이 있어서 그림을 완성하고 난 후 제소에 물을 섞어 농도를 조절한 후 치솔에 묻여 뿌려주고 눈이 쌓인 부분을 제소로 그려 넣기도 한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재료의 특성에 익숙해지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눈내리는 풍경을 그려보았다.
풍경은 구성한 것이라 사실성이 좀 떨어지는데 하늘의 보랏빛이 눈내리는 하늘에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만...
하늘이 밝으니 풍경이 가라앉으면서 빚어내는 침잠이 눈내리는 낮의 무게감과 고요를 표현하는데 적합할 것 같아서... 그저 몸의 기억으로 그려보았다.
제소를 너무 발라 나무들의 색감이 묻혀서 벨류 표현이 부족해졌다. 전반적으로 흐릿해져서 그림의 깊이감이 덜하다. 어느 정도 희석해야 할지도 조금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