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틀간 다녀 본 프라하시내를 각자 알아서 다녀보고 오후 두시쯤 구시가 광장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쇼핑 겸 미진하였던 곳을 스스로 알아서 다시
챙겨 보고자 함이다. 이른 아침 야시장을 다녀온 나는 아침을 먹자마자 프라하 성으로 향할 채비를 하였다. 우선에 까르푸에 들려 쇼핑 물건을 담기
위해 작은 배낭을 하나 샀다. 8천 원짜리치고는 그럴싸하였다. 80코로네를 내고 하루치 교통 티켓을 샀다. 오늘은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려면
이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한 번 다녀간 곳이니 익숙한 폼으로 트램을 타고 프라하 성 바로 아래 내렸다. 그곳을 오늘 가는 것은 다시 그곳을
보려는 것이 아니다.
이틀
전 보아두었던 금속 주물로 된 책갈피와 집게를 사기위해서다. 시내를 둘러봐도 같은 것은커녕 유사제품도 보지를 못하였다. 아내가 값도 싸고
특이하여 귀국하여 내 글에 서평을 해주신 윤 재천 선생님이나 임 헌영 선생님에게 주어도 품위가 있어 보이고 글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어도 그만이라
하였다. 황금골목 16번 가게, 그곳만 가면 되는 것이다. 그곳을 가자면 입장료를 50코로네 별도로 내야한다. 그것이 좀 억울하다 싶어 개장이
안 된 그곳 출입문 앞에 서서 안전원에게 사정을 하였더니만 생각지 않게 허락을 하여준다. 저 멀리 돌아가서 입장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 그저
고맙다. 아내가 시원찮은 영어실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같다.
개장
전 살 것을 샀으니 그만큼 시간 절약도 한 셈이다. 나와 아낸 바로 트램을 타고 강을 건넜다. 어제까지만 해도 어질하였는데 이상하게 어찌 가는
것이 편한 것인지 알 것 같고 그들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가만 보니 강을 사이로 트램이 다니게 되어 있고 그 트램을 연결 시켜주는 것이 또한
지하철이다. 우리는 다시 트램을 갈아타고 유대인지구를 지나치며 그냥 훑어보았다. 시나고그라 하는 유대교 회당이 길 중간 중간 보인다. 생각보다
빽빽하게 들어선 누르스름한 중세의 건물들이다. 트램 손님들이 다시 강을 건너서는데도 내리지를 않는다. 갑자기 그들의 삶이 궁금해진다.
그들을
따라 강변 깊숙이 들어가 보았다. 내려서 보니 우중충한 거리 풍경이기는 하지만 역시 그곳도 볼만한 것이 그득하다. 박람회가 그곳에서 열리며
그쪽으로 해서 다시 오르면 프라하 성과 다시 연결된다고 한다. 도로도 군데군데 팬 것이 보이고 조금은 궁색도 한 것이 서민들이 사는 동네가 바로
그곳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진즉 알았더라면 이곳을 좀 찬찬히 들여다 볼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난 먼지 풀풀 날리는 서민들의 삶이
느껴지는 곳이 그저 좋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제 체스키에서 버스로 돌아와 내린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1트램을 타고 다시 중심가로 향하였다.
오늘
아침 다녀갔던 바츨라프 광장 앞이다. 오늘은 박물관 관람이 무료라 하였다. 그들의 역사물은 거의 없고 돌부터 해서 자연생태에 대한 것들이 꽉
들어차 있는 박물관이다. 차라리 잘되었다 싶어 보헤미안의 숲의 것을 보는 것 인양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이제 대충 볼 것 들은 다 본 셈이다.
프라하에서 고건물 말고 가장 많은 것이 무어냐 할 것이면 아마 크리스털과 맥주일 것이다. 그야말로 지천에 깔린 것이 크리스털이고 맥주다. 길이
취하여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불을 안 밝혀도 늘 환할 것이란 생각도 든다. 쇼핑을 하려면 호텔 안내원이 구시가로 들어가 보헤미안이라 쓴
간판을 보고 들어가라 하였으니 그리 해볼 것인데 곳곳이 보헤미안이다.
아낸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체코 스와로브스키 란 제품의 팜플렛을 백화점에서 하나 얻어 이곳에 가지고 왔다. 반짝이는 수정에 빨간 부리 색채를 띄우니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국내에서 그 값이 40 만원을 호가 하였으니 이곳에서 그 반은 아니라도 2/3정도라면 가치는 있으리란 생각이다. 그래서
맨 처음 그곳 가게를 찾아보는 것인데 다행스럽게 구시가 바로 옆에 그 매장이 있다. 그런데 가격은 그곳이나 한국이나 별 차이가 없다. 비싼 것은
오히려 더하다 싶기도 하다. 혼란스럽다. 어느 것은 예뻐 보이는데 가격이 무척 싸고 어느 것은 투박하게 보이는데 가격이 비싸고 고상한 것과 예쁜
것들의 구분이 바로 안 선다.
예쁜
것이 싼 것에는 내가 모르는 무슨 연유가 있을 것인데 잘 모르겠다.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순제품의 정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가. 하다못해 유리와 수정구별도 어려운 지경이다. 제 눈에 안경이라 대충 하나 사두고 말자 하였다. 마침 구시가 광장 초입 패키지
투어로 온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들이 단체로 큰 상점에 들어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동네선 제일 크고 화려한 곳이다. 따라 들어가 그들을 우선
지켜보기로 하였다. 거의 충동구매에 가깝다. 우리나라 출신 종업원까지 두고 매상을 올린다. 이것 들고 가면 우리나라에선 두 배는 더할 것이란
말이 즉효 하는 것 같다.
할아버지들은
자리에 앉아 커피 대접을 받고 할머니들이 나서서 늦으면 좋은 물건을 놓칠세라 구매를 한다. 정신 못 차리게 바쁜 상점이다. 그들은 1을 쓸 때
먼저 흘겨서 내리긋기 때문 자칫하면 7로 보기가 쉽다. 가격표시 첫 글자가 분명 1인데 7로 보아버리는 할머니가 있어 얼른 가르쳐 주었다.
화사한 것이 우리나라 돈 십 몇 만원에서 20만 원 쯤 된다하니 마구 사들인다. 그 쯤 사정을 알 것도 같아 그곳을 빠져 나왔다. 사고 싶은
마음이 가시고 말았다. 약은 체 하지만 나도 별 수 없는 노릇이다. 먼 여행길인데 그냥 간다는 것이 좀 그러하다. 아내가 찜찜해 하는
표정이다. 마침 본 보헤미안이란 간판아래 공장직영이란 글귀가 눈에 버쩍 띈다.
공장직영이라
써 붙여 놓은 것은 속지 않으며 도매금이란 것 아닐까. 크리스털로 된 지구본을 몇 개 샀다. 작지만 정교하게 그려져 반짝이는 지구를 만들어 놓은
제품이다. 유리제품으로 예쁘장한 물고기 세트도 샀다. 솔직히 샀으면서도 잘 산 것인지 모르겠다. 시간을 보니 다시 동료들과 합류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구시가 광장을 향하였다. 그들은 그 시간까지 우왕좌왕 하면서 선물을 사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길잡이가 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들을 데리고 몇 집 들러 가격비교를 하고 다시 그 집으로 향하였다. 선물사기에 대단한 열정들이다. 여자들은 보석에 왜 약한 것일까. 지난
번 홍콩여행에서도 비싸서 사기는 그러하다 하면서도 결국엔 보석을 산 여인들이 아닌가.
난
홍콩여행 때 진주 목걸이 때문 아내에게 점수를 많이 잃었었다. 별 관심이 없이 하여 진실이 그러한 줄 알고 있다가 역공을 당하고 말았다. 이번엔
크리스털 목걸이다. 어찌하나 보았더니 망설이듯 하다 그만 둔다. 역공을 당하느니 하나 알아서 챙겨줄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아낸 대신으로
아들놈에게 줄 은제 목걸이를 골랐다. 아낸 늘 지켜보지만 그런 점에서 무던하다. 말을 안 하지만 혹 집에 돌아가 역공을 당할 수도 있어
아내에게 불쑥 답지 않은 말을 쿡 하였다. “내 진주가 바로 당신이니 더 장식할 것도 없다는 생각, 맞는 거지.”그러자 아내가 한 마디 한다.
“ 프라하가 내 선물이잖아.” 아내 말마따나 내게 고귀한 선물을 선사한 프라하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