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소백산 자락길 기행. 제11.12자락 <사그레이-자석리-배점> 걷기
1. 화류 쟁춘의 소백산 제11, 12 자락길
부석지(浮石池) 댐이 산협을 막고 있는 사그레이 마을에는 갖은 봄꽃들이 한창 피고 있었다. 산골의 늦은 봄이 아쉬운
듯 매화와 개나리가 뒤늦게 한창이고, 유록(柳綠) 살가운 산록엔 진달래가 흐드러졌는데, 산골마다 펼쳐져 있는 사과
밭엔 사과나무 가지마다 연초록 잎들이 다투어 피고 있었다. 4월 9일 아침 10시, 낙화암천이 흐르는 영주시 부석면 소
천5리 풍경이다. 열두 자락길을 열 구간으로 나누어 완주하려니 지난 구간에 이어 이번에도 트레일이 16km로 비교적
길다. 사그레이 사과 밭길을 돌아 양지마을을, 독수리 고개를 넘어 원통골 마을을, 다시 산자락을 에돌아 단산면 옥대
리 단산저수지를 찾았다. 백두대간 고치령에서 발원한 사천을 막은 단산지는 양쪽 산협을 끌어안고 넓게 자리하고 있
었다. 단산지(丹山池)의 수변길은 영주 단산면과 고치령을 넘어 단양 의풍을 잇는 지방도인 영단로가 지난다. 수변길
을 따라 사천을 거슬러 좌석리, 도화동을 찾았다. 제11자락길 날머리이자 제12자락 들머리가 되는 마을 괴목 쉼터 옆
에는 소백산 둘레길 방문자 쉼터가 있다.
앉은 바위 마을이라는 뜻의 좌석리(坐石里)는 마을 중간의 논에 앉은 큰 바위에서 유래된 것으로, 바위 위쪽은 상좌석
리 그 아래쪽은 하좌석리이다. 하좌석 도화동에서 사천 상류로 이어지는 고치령길(영단로)을 버리고 소백산 열두 자
락길 중 마지막 구간에 들어섰다. 자작재로 오르는 자리매재골은 완만하면서도 깊었다. 생강나무, 진달래 꽃 간간이
핀 오솔길은 쉼 없이 지절대는 개울 물소리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재 넘어 이어지는 산골은 단곡 3리 두레골, 장안
사가 있고 절 아래 개울가에 두레골 서낭당이 있다. 단종(端宗) 복위를 도모하던 금성대군(錦城大君)의 신을 모신 서
낭당으로 본래 순흥 남부 북바위 근처에 있던 것을 120년 전 이곳으로 옮겨왔다 전한다. 두레골에서 만난 마을 사람
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곳에는 사약을 받고 절명할 때 흘린 금성대군의 토혈(吐血)이 묻은 바위가 보존되어 있다 하
는데 출입문이 닫혀 50보 밖에서만 보고 돌아섰다. 장안사를 뒤로하고 두여골로 들어서서 12자락 마지막 고개인 점
마 재를 넘었다. 단산면과 순흥면 경계의 표고 600여 m에 이르는 고갯길은 먼길 걸은 발길을 더 무겁게 하였다. 점마
재를 에돌아 내려서며 순흥지쪽으로 내려다보는 덕현리 산협은 소백산 여느 산록과 마찬가지로 온통 사과밭이다. 사
과밭마다의 사과나무들의 수형(樹形))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모양에서는 부농을 꿈꾸는 농부들의 손길의 흔적들
을 엿볼 수 있게 하였다. 비보림까지 갖춘 덕평리 서낭당을 보며 부촌의 여유를 느껴보며 소백산 둘레길 한 바퀴 완주
의 마지막 날머리 지점인 순흥면 배점리 죽계천 선비길을 찾았다. 일찍이 유배 온 금성대군이 걷던 길, 소수서원을 세
운 주세붕 선생이, 서원 최초의 사액(賜額)을 받아 낸 퇴계 이황 선생이, 그 외에도 서원을 찾던 많은 옛 명사들이 걷
던 선비길이다. 초암사 금당반석에서 부터 시작되는 죽계 구곡(竹溪九曲)의 제9곡인 이화동 아래에는 소백산 자락길
안내소가 길손을 맞고, 계곡을 거슬러 멀리엔 소백산 비로봉이 하늘 높이서 굽어보고 있었다.
2. 소백산 열두 자락, 소백산 둘레길을 완주하며-
소백산은 태백산과 함께 백두대간의 중추를 이루는 산이다. 대저 명산들이 그러하듯 이 산도 한 바퀴 둘레길이 있다.
바로 소백산 열두 자락길이다. 총 143km에 이르는 길은 제1자락 들머리인 영주 죽계천 소수서원을 시작해 죽계 구곡,
죽령, 온달산성, 베틀재, 양백 간 백두대간 늦은목이를 잇는 산록을 따라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 강원도 영월군,
봉화군 등 3도 4개 시군을 차례로 이어며 마지막 12자락 길은 다시 죽계천으로 돌아온다. 태산을 찾아 올라 명산의
빼어난 기상을 흠모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것도 즐겁지만, 그 산의 산록을 따라 한 바퀴 에돌아 걸으며 산
이 품은 곳곳의 승지와 명소들을 살펴보는 건 더욱 감격스럽게 한다. 소백산 열두 자락 둘레길은 특히 더 그렇다. 소
백산은 영남의 진산(鎭山)이라 불릴 만큼 드높아 웅장한 기상이 뛰어나고, 그 둘레길은 문화 생태 탐방로의 전형을 보
여 준다. 죽계 동천 선비길이, 죽령 옛길이, 구산 팔문(九山八門) 비경 길이, 의풍 십승지 길이, 영동과 영서를 넘나드
는 백두대간 보부상 길이 있고, 초암사, 비로사, 희방사, 구인사, 부석사로 대표되는 유명 사찰이 산협과 산록에 산재
해 있다. 지난 주말, 소백산 열두 번째 자락 길을 끝으로 360리 소백산 들레길을 완주하고 왔다. 지난해 11월 27일, 제
1 자락길을 시작으로 격주간으로 찾은 지 5개월 만이었다.
촬영, 2022, 04, 09.
▼ 영주 부석면 소천 5리, 부석저수지 아래 '사그레이' 마을 들머리
▼11.12코스= 사그레이-당산지-자석리-자작재-두레골 장안사-두여골-점마-덕현리-배점리 괴목정
▼ 사그레이 마을과 부석저수지 댐
▼ 단산면 노곡리 마을
▼영주 단산면 노곡 2리, 양지마을 쉼터
▼ 양지마을
▼ 원통 마을로 가는 독수리 고갯길
▼ 독수리 고갯길
▼ 단산면 옥대리, 원통골 마을
▼ 흰민들레 / 외래종 노랑 민들레와 달리 오늘날은 아주 보기 힘든 토종 민들레.
▼ 살아있는 화석 식물, 쇠뜨기
▼ 원통골에서 단산저수지로 넘어가는 산자락 길/ 과수원 뒷길
▼ 단산저수지
▼단산저수지 수변길 - 1
▼단산저수지 수변길 - 2
▼ 단산면 좌석리 동구 밖 마을 표지석
▼단산면 좌석리
▼좌석리 도화동 쉼터와 고치령 가는 길
▼도화동 유래
▼ 도화동 사천과 고치령 가는 길 입구 - 1
▼ 고치령 가는 사천 계곡 - 2
▼ 하좌석리와 자작재 가는 길
▼ 하좌석에서 본 도화동
▼ 하자석 자작재 가는 들머리
▼ 자작재 가는 자리매재골 산협
▼ 자작재
▼생강나무 꽃 핀 자작재 길
▼ 단곡3리, 두레골 마을
▼ 두레골에서 만난 국립공원 직원과 산불감시원
▼ 두레골 서낭당 / 금성대군이 사약받아 죽을 때 토한 피 묻은 혈암(血岩)이 있는 곳
▼ 두레골 장안사
▼ 점마 재로 가는 두여골 입구
▼점마재(?) / 영주 단산면과 순흥면 경계
▼ 점마재의 돌배 농장
▼ 점마재 솔숲길
▼ 순흥면 덕현리, '점마' 마을 자락길 안내도
▼ '점마' 마을에서 본 덕현리 산협
▼ 덕현리 노인회관
▼ 덕현리 서낭당
▼ 덕현리 동구 밖 사과농원
▼ 순흥면 배점리 배점 분교 주변
▼순흥면 배점리 죽계천 죽계구곡 입구
▼죽계천 순흥저수지
▼배점리 괴목정과 배순 정려각
▼죽계 구곡 소백산 자락길 사무소
첫댓글 많이 기다렸습니다.
몽중루님의 글을 읽어야 확실한 구간의 마디 마디를 엮어가며 이해가 쉽게 이어지거던요.
수고하셨습니다.
우리처럼 사진 몇장과 몇마디 글만으로 마무리 하는것과는 차원이 틀리잖아요.
언제나 최선을 다해 올려주시는 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편히쉬세요.
네,
언제나 친절한 댓글 감사드리고
늘 건안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소백산 자락길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2자락과 마지막 자락을 미답지로 남겨두어
언제 완보할 지 아득하기만 하군요.
이번 주말 지리산에서 뵙겠습니다.
네,
완주길 마지막 구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답니다.
늘 건안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