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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서른 다섯의 나이로 동원그룹의 첫 어선인 ‘제31동원호’ 출정식에 참석한 김재철 명예회장의 모습. 10일 동원그룹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다큐멘터리에서 김 명예회장은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과 고민을 담담히 말한다./동원그룹
까까머리 소년 수십 명이 검정 교복 차림으로 수업을 듣는 1950년대 한 고등학교 교실. 한 학생의 명찰에 ‘김재철’이라고 적혀 있다. 10일 동원그룹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애니메이션 영상의 한 장면이다. AI(인공지능)로 재현한 김재철(92)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학창 시절이다. 서울대 농과대 장학생에 뽑히고도 담임 교사의 권유로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어로과에 진학했던 소년은, 곧바로 이어지는 실물 영상에서 아흔두 살 지금의 모습으로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남 탓을 하지만 챌린지(도전)를 어떻게 하느냐, 체인지(변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운명이 결정됩니다.”
1958년 우리나라 첫 원양어선의 무급 항해사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뒤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일군 김 명예회장의 삶과 경영 철학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이날 공개됐다. 1969년 동원산업 창업 이래 50년 넘게 방송사 등의 다큐 제작 제안을 모두 사양해온 그의 첫 영상 기록이다. 2분 안팎 영상 11편으로, 12일까지 사흘에 걸쳐 동원그룹 유튜브 채널에 차례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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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를 이용해 만든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과거 모습./동원그룹
영상 제작비는 김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형제가 전액 사비로 부담했다. 지난해 4월 아버지가 출간한 경영 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의 메시지가 더 많은 젊은 세대에게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자서전의 영상판’이다.
김남정 회장은 이 프로젝트가 자칫 김 명예회장을 위인화하는 헌정 영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인물이 아니라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거듭 주문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영상도 두 차례나 전면 수정됐다. 제작을 맡은 제일기획이 동원그룹 1~2년 차 신입 사원과 조직문화 담당자들을 상대로 사전 설문을 진행하며 콘텐츠 방향을 여러 번 다듬은 것도 같은 이유다. ‘요즘 세대에게 정말 가닿는가’를 고민하느라 제작 기간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졌다.
영상은 ‘청춘에게 전하는 이야기’라는 콘셉트다. 가난한 소작농의 11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회사를 일구는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과 고민을 청년에게 담담히 들려주는 구성이다. 1982년 한신증권 인수로 금융업에 진출하고 2008년 세계 최대 참치 브랜드인 미국 스타키스트를 인수하며 영토를 넓혀온 과정에 대해 김 명예회장은 “기업은 다른 말로 환경 적응업”이라며 “환경에 맞춰서 적응을 해야지 옛날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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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 동원그룹
92세 창업주의 이야기를 젊은 감각으로 전달하는 도구는 AI다. 남아 있는 과거 사진과 영상을 보존·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애니메이션으로 학창 시절을 재현하고 옛 사무실 풍경 같은 자료 사진도 AI로 만들었다. 여기에 김 명예회장이 대학과 사내 강연에서 남긴 실제 영상과 육성을 엮었다.
마지막 편은 청년 세대를 향한 김 명예회장의 당부로 끝난다고 한다. “이 세상 경험한 것은 다 부모님을 비롯한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서 되는 것이지 혼자 있어서 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에는 늦었지만 AI에서는 선진국이 되자는 생각으로 AI에 지원을 하고 있고, 기술 집약적인 분야에 도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김 명예회장은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카이스트·서울대·한양대 등에 AI 인재 양성을 위해 지금까지 883억원을 기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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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관 기자
사람과 이야기가 지닌 힘을 믿습니다. 2020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에서 경찰을, 문화부에서 문학과 출판 분야를 주로 취재했습니다. 산업부에서 자동차팀 등을 거쳐 유통팀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저서로 '친애하는 나의 글쓰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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