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조율이나 수리, 판매를 업으로 삼아 살아가면서 종종 곤란한 일을 겪을때가 있다.
한번은 괴산의 외딴 지역으로 조율을 갔는데 도착해보니 수녀원이었다
누군가에게 기증을 받으신 피아노라는데 외관상으로도 '아..작업이 힘들겠구나'싶을 정도로 낡은 피아노였다.
보통 1시간이면 작업을 마치는데 점심까지 얻어 먹으면서 4시간동안이나 작업을 했다.
기술로 먹고 살다보니 그 정도 작업을 하게 되면 당연히 조율비도 많이 받지만 기본 요금만 받았다.
청주로 돌아 오는 길 내내 잘했다 싶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수녀님이 내어주신 식사를 하면서 짧은 대화를 했다.
동네에 아이들이 열댓명 되는데 피아노를 배울만한 여건이 안된다고..
시골동네이니 학원도 없을터이고 그 흔한 방과후 수업도 피아노는 없고..
수녀원에서 수녀님들이 공부도 봐주시면서..
마침 기증받은 피아노로 자원봉사 오시는 선생님께서 일주일에 한번정도 레슨을 해주신다고..
짧은 시간에 피아노 한대로 열댓명의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친다는것과
주변을 살폈을때 너덜너덜한 피아노교재..
청주에 오자마자 피아노교재 몇권을 택배로 보내 드리고도 한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옆에 붙어서서 조잘거리던 아이들의 모습들..
비단 이곳만의 모습은 아닐터이다.
더 외지고 낙후된 지역도 있을것임에 틀림없을것이다.
복지사각지대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날 내가 보고 온것은 교육사각지대일터이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제 먼나라 이야기임을 누구나 느낄것이다.
도심과 똑같은 여건이 아니라면 만들어주어야 한다.
피아노 내부를 보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조잘거리던 아이들에게도 마음껏 배울 수 있는 터를 만들어 주어야한다.
교육당국이나 어느 특정 계층이 아닌 우리 어른들 모두의 과제일것이다.
몇일 안에 다시 한번 수녀님을 찾아뵈야겠다.
따스한 봄햇살 가득 머금은 아이들의 미소를 보러가야겠다.
첫댓글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연이군요...
상상외님의 마음이 참 푸근하게 다가옵니다.
우리 발전소 회원 중에, 님과 같은 분이 계시다는 것 자체부터가 자랑스럽습니다... ! ^^ 이처럼 특수전문직종에서야 착안하고 접근할 수 있는 부분까지 우리 발전소가 디테일하게 담아내는 일! 그 속에 충북교육의 발전 대안은 저절로 나올 테니까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