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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youngsamsung.com/reportarticle.do?cmd=view&seq=3204&tid=554
터키의 어느 카페, 테이블 위에는 알 수 없는 카드들이 놓여져 있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카드들이 카페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드를 꺼내놓은 테이블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커피잔에 커피는 없고 기괴하게 생긴 까만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겐 아메리카노가 가장 보편적인 커피지만, 터키인들에게는 커피 하면 '터키쉬커피' 다.
처음 들었을땐 '그럼 우리나라 커피는 코리안 커피겠네 ?' 라고 단순 관광상품 일 거라고 취급했는데
이스탄불에서 만난 터키쉬 커피는 지금까지 본 커피중에 가장 독특한 맛과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커피의 맛과 향에 관해서 보다는 터키인들이 이 커피를 어떻게 즐기는지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
터키 커피는 정성이다.
보통은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뽑아먹는다고 하지만 터키 커피에 대해서는 커피를 젓는다 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 요즘 시대에는 간 커피 원두를 에스프레소 머신에 꽃아 버튼 하나만 누르면 커피 한 잔이 탄생하지만, 터키에서는 기계 자체를 쓰지 않는다.
터키쉬 커피를 만드는 방식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끓는 물에 간 원두를 넣고 거품이 어느 정도 날 때까지 저어주는 방식인데, 기계로 내리는 것보다 시간이 몇 배는 더 걸린다.
커피 한 잔으로 터키인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손님으로 귀빈이 올 때는 터키쉬 커피를 내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전통이고 예의이다.
나는 이 결혼 반댈세!
우리나라에서는 장인어른과의 술자리에서 실수를 하거나 잘 못하게 되면 밉보이는 문화가 있다.
사위 될 사람이 좋은 남편감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쓴맛을 보여주고 인내와 배려심을 검증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인데,
터키에서는 커피를 한 자리에서 마시면서 사윗감을 판별하는 문화가 있다.
터키에서는 남자가 신붓감을 고르는 것이 보편적이다. 신랑 측에서 신부 측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신부가 될 사람의 장인은 신랑이 얼마나 인내심이 깊은 사람인지 보기 위해 그 사람의 커피에는 설탕 대신 소금과 후추를 잔뜩 넣는다.
장인어른 앞에서 소금 가득한 커피를 자연스럽게 마시면서 말도 잘하면 검증 완료!
터키 여자와 결혼 할 생각이 있다면커피를 조심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
터키인들에게 커피 자국은 미래의 그림자 같은 존재.
터키쉬 커피를 마시다 보면, 조그마한 컵 안에 커피 자국이 잔뜩 남는다.
보통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걸러서 커피 찌꺼기를 버리지만, 터키 커피는 원두가루를 거르지 않고 끓이기 때문이다.
터키 커피를 마시면 마실수록 원두 가루가 밑에 농축되어 인상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다.
놀라운 사실은 마지막 한 모금이 남았을 때, 터키인들은 커피잔을 뒤집어서 생기는 커피 자국으로 점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열정 기자단은 전통 터키 카페를 찾아가 체험해보기로 했다.
으스스한 날씨에 카페 골목길로 들어설 때,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손님들 대부분은 아메리카노 대신 터키쉬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카페의 구조는 여느 다름없는 찻집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지하로 내려가면 점을 보는 곳이 있다.
커피를 시키고 15분이 지났을 무렵 주문했던 터키 커피가 나왔다.
평소 한국에서 마시던 아메리카노는 2분안에 나오던 것이
무슨 커피가 이렇게 늦게 나오나 어색하기도 했다.
점 보는 것은 심민지 기자가 대표로 체험해보기로 했다.
한 모금가량을 남겨서 세 번 흔든 후에 확 뒤집어주면 준비 완료!
점괘를 보고 싶다면 유의해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의 커피를 같이 마시면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과,
점을 볼 때 주변에 사람이 많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점을 보는 테이블이 지하에 따로 마련돼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포춘 텔러는 일부로 화장을 짙게 했는지, 강렬하고 무서운 눈매를 갖고 있었다.
낮은 목소리로 이름과 나이를 묻고 소원을 하나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심민지 기자는 소원을 생각한다)
곧바로 컵을 뒤집고 컵 안에 새겨진 찌꺼기의 물결 모양을 보더니 카드 몇 장을 순서대로 뒤집어 앞에 정렬해놓는다.
‘1부터 5까지 숫자 중에 마음속으로 하나를 생각해보세요’
‘ ( 3 )’
‘ 3인가요 ? ‘
...
점쟁이는 20% 확률로 맞출 수 있는 질문을 단번에 맞추더니 방금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신빙성을 확보한 점쟁이는 이 기세를 몰아 질문 하나를 더 한다.
‘이것들을 슬픔을 상징하는 카드들입니다. 혹시 주변 사람이나 친척 중에 최근에 돌아가신 분이 계시죠?’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점쟁이는 실수한 것이고 조금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후에 연애 운, 취업 운, 결혼 운은 대부분
소름 끼칠 정도로 사실과 가깝게 맞췄다. 점을 다 본 심민지 기자는 무서운 심정을 두루 표현했다.
심민지 기자의 소감을 보겠다.
" 저는 기독교를 믿는데 기사를 위해서 터키식 커피로 점보기를 시도해 보았는데요. (저는 절대 이 결과를 믿지 않아요! ) 일단 커피로 점을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신기했고, 다른 터키 내의 카페와는 달리 좀 으스스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나는 카페가 있다는 점이 정말 독특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타로나 사주를 보는 문화가 있는데, 터키에서는 커피와 타로 카드를 이용해 점을 본다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게다가 점을 봐주는 분의 눈빛이 정말 무섭고 섬뜩해서 호텔에 돌아가서 잠을 설쳤다는...
재미로 한번 보았는데 흥미로웠고, 이런 독특한 터키만의 문화를 체험해 보게 되어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
포춘 텔러는 체험팀의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점을 잘 봤는데, 커피 자국을 가지고 어떤 원리로 점을 보는 것이며 신빙성이 있는 것 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마침 삼성전자 터키 법인(SETK) 에 커피로 점을 보는 사원이 있다고 해서 바로 찾아갔다.
커피잔 안에 당신이 보인다.
역시 눈매가 예사롭지 않은 사원 Murat (34), 지금까지 사내에 생기는 많은 일들을 예측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번 달 7월에 사내 주요 인사가 교체되는 일을 5개월 전인 2월에 예측했다.
(법인 내에 주요 인사는 연중에 교체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또한, 꿈속에서 숫자 6자리가 나왔는데 아무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에 보니 로또 당첨번호였다고 한다.
자신의 주변에서 기이한 현상들이 계속 일어난다고 했고 그것들의 일부분을 예측할 수 있는데, 그 기운을 돌아가신 할머니로부터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점을 보기 시작한 계기는 여자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커피로 점을 보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쉽게 친해질 수가 있었기 때문, 친구들에게 했던 예언들이 대부분 맞아떨어지자 뒤늦게 내 안에 어떤 힘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자기 자신의 점을 보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보여도 무섭다고 했다. 그때부터 진지하게 점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선물상자를 들고있는 엄마가 보인다고 주장한 커피 자국>
커피로 점을 보는 방법에 대해서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커피의 물결과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 다가오는 느낌이 있습니다.
어느 날 한 할머니의 점을 보았는데 그 사람의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3일 뒤에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이어서 기자단은 전통 카페에서 점을 보았던 일을 털어놓았다.
체험자가 머지않아 유학을 갈 거라는 것과 1부터 5 사이의 숫자를 단번에 맞춘 것에 대해서 궁금했기 때문이다.
Murat 씨는 ‘카드를 늘어놓고 점을 보는 것은 내가 하는 방식과 다르지만, 점을 보는 데에 짜여진 틀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곳에서 점을 보시지 마세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 라고 말했고 추가로 그런 전통 카페에서는 정말 귀신에 씌인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커피 자국을 보고 새겨지는 그림을 보고 점을 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커피가 퍼진 방향의 타로 카드를 뽑아서 운을 점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Murat 씨는 무엇보다 상대방의 생김새로부터 가장 많이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커피로 점을 보거나 신랑감을 시험하는 것들이 비록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전통은 아니지만,
터키 사람들은 커피를 통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삶의 척도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련 문화가 많이 있다.
그들의 커피 문화만으로도 처음 본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이정도면, turkish coffee가
아메리카노 보다 더 매력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글: 박종찬 기자
사진:심민지 기자
첫댓글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