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손병걸 시인, 산문집 <내 커피의 적당한 온도는 30도>를 도서출판 '작가마을'의 기획산문집으로 발간됐습니다. 누으로 본 모든 순간들이 한장의 필름처럼 자신의 뇌리에 남아 시와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손병걸 시인의 산문집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출판사 서평
인천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손병걸 시인이 두 번 째 산문집 『내 커피의 적당한 농도는 30도』를 펴냈다. 손병걸 시인은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1997년 두 눈을 실명당한 불운을 겪었다. 이번 산문집은 모든 서글픔을 오로지 문학으로 녹여내 살아온 시인의 산문집으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 문학이야기, 자신의 정신적 극복에 대한 이야기 등 지난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다. 시인은 “나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고 서문에서 말하는데, 거울을 봐야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그저 시각을 잃어버리기 전의 기억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를 뿐이다. 그 한 장면 한 장면들은 시인의 언어로 세상에 다시 새로운 얼굴로 투영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산문집을 읽는 독자들은 시인의 서글픈 연대기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만큼 시인은 매사 밝고 긍정적이다. 실제 손병걸 시인과 마주앉아 이야기하다보면 무척 유쾌하고 즐겁다. 장애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이동할 때의 행동을 보지 않으면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을 정도다.
이번 산문집 『내 커피의 적당한 농도는 30도』가 보여주는 것은 시각장애인 손병걸 시인이 아니라 손병걸 시인이 세상을 보고 느낀 감성을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보여준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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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손병걸 시인은 시각장애인이면서도 그 장애를 극복한 뛰어난 상상력과 문필력으로 우리 시단에 잘 알려진 시인이다. 이번 산문집 『내 커피의 적당한 농도는 30도』는 우리네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손병걸 시인의 삶과 문학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그 감동을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나는 이 산문집을 읽고 나서 이태리 맹인가수 안드레아 보첼리를 생각하며 쓴 나의 시 「영혼의 눈」을 떠올렸다. 또한 일본 시인 요시노 히로시가 어느 날 아침 텔레비전 화면에 나온 일본 최초의 맹인 전화교환원 출퇴근 모습을 쓴 시, 「동사 ‘부딪치다’」도 떠올렸다.
나이 칠십 중반을 훌쩍 넘긴 나는 “사람은 비단 몸의 감각만으로 살지 않는다. 많은 사물의 감각과 더불어 산다. 나는 귓가에 들리는 환한 풍경을 믿는다. 손가락 끝에 박힌 눈을 믿는다. 오감 이외에도 무수히 존재하는 감각을 믿는다”(「반시각 패권주의자」). 그리고 “새로운 생활이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새로운 생각이 언제나 새로운 삶을 만든다. 오늘이 닫히면 내일이 열린다. 감각 하나를 잃으면 다른 감각이 열린다.”(「말 약도」)고 말하는 손병걸 시인의 이 산문집을 통해 진정한 삶의 철학을 배웠다.
허형만(시인. 목포대 국문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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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약력
손병걸 시인은 1967년 강원도 동해에서 태어나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1997년 두 눈을 실명,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더욱 창작과 학업에 몰입하여 경희사이버대학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석사학위를 마쳤다. 민들레문학상, 중봉조헌문학상, 장애인문화예술대상 국무총리상, 전국장애인근로문화제 시부문 국회의장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는 『푸른 신호등』,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통증을 켜다』, 『나는 한 점의 궁극을 딛고 산다』 등과 산문집 『어둠의 감시자』를 발간하였으며 『내 커피의 적당한 농도는 30도』는 시인의 첫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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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나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 아니, 볼 수 없다는 말이 맞겠다. 어찌어찌 살다가 시력을 잃었다. 그 이유 탓에 눈이 보일 때 겪은 장면들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그때마다 영화 속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문장으로 꾸려보면 그렇지가 않다. 소중했던 이야기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본 산문집을 정리하며 확실히 깨달았다. 세상에 내어놓은 여러 권의 시집도 마찬가지이다. 죄다 정황 전달이 미숙한 문장들 때문에 신변잡기가 되어 버렸다. 새삼 독자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것이 속일 수 없는 나의 실체이고 내 삶이다. 흰 지팡이를 펴고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온 지 스무 해가 넘었다. 가끔 불안했고 지칠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내 걸음이 다시 걸어 나갈 수 있는 원초적 힘을 생각했다.
등단 초기부터였다. 내 작품을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 말했다. 남들과 다른 지점이 읽힌다고 말했다. 그 인사치례에 나는 과하게 으쓱했다. 그것이 내가 살아낼 수 있는 힘이었다. 여전히 부족한 나의 실체를 안다. 그러나 조금은 더 뻔뻔해지고 싶다. 그 버릇이 어디 가랴. 내가 겪은 소중한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담지 못한 산문집을 또 세상에 내어 놓는다. 변명이 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완벽은 없다. 대단한 결과를 꿈꾸지 않는다. 문장 위를 뒤뚱뒤뚱 걸을 뿐이다. 힘이 다 하는 날까지 멈춤 없이 걸을 뿐이다. 주어진 삶을 살아낼 뿐이다.
2021년 11월 손병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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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내 커피의 적당한 농도는 30도
차례
작가의 말
제1부
에어 포켓 그리고 알파
고기 한 판과 인천항
뉴스 이후
사람을 찾습니다
물마중 민박집
비질 소리
제2부
반시각패권주의자
검은 모니터의 그림
한 몸
내 커피의 적당한 농도는 30도
시각장애인 라면 요리법
말약도
깨진 커피잔
제자리
불편의 힘
끊어진 길
10센티미터의 낭떠러지
제3부
쌀
솔잎차를 마시며
제비뽑기
시인의 특혜
해
삼막골 그 산기슭 양철지붕 집 한 채
이발리즘
김매기
벽돌공장
제4부
해돋이
부침개의 내력
대화
사소한 자랑
종아리
쥐구멍
치약 뚜껑
새 달력을 걸며
작은 촛불들
붕어빵 살리기
이미 효도를 다 했습니다
제5부
다시 한 번 노래의 고삐를 쥐며
그날까지 멈춤 없는 우리의 노래
동시는 그냥 동시
생명 순환의 알레고리 그 등불 하나를 켜며
매시간 현 존재를 사는 우리의 긴 여정
중심을 향한 또 하나의 숭고한 중심
첫댓글 선생님
산문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표지 결정에 참여해주신 나비 선생님분들에게는 나비여행에서.....
독서토론도서에 추천 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