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하루
‘헬로 카봇’에 빠져 지내던 지오가
한동안 ‘또봇’, ‘슈퍼윙스’, ‘미니특공대’,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으로 방황하더니
최근에 다시 헬로 카봇 시즌9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요.
할머니 집에 올 때 마다 시즌9에 등장하는 자동차 로봇의 조작 방법을
설명하는 유투브 방송을 틀어달라고 해
몇 번 씩 반복해서 집중하며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다른 애니메이션으로 방황했던 것은
추측하건대 ‘카봇’ 무리가(?) 벽면을 채우고도 넘칠 정도가 되자
아빠 엄마가 더 이상 사 줄 수 없음을 설득 한 것 같고
지오도 잘 따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녀석이 집중하는 것으로 보아
최근에 새로운 약속이 생긴 것이 분명했지요.
아들은 어제, 준비한 ‘프론 폴리스’를
할머니가 선물하는 것처럼 이벤트를 기획하고
지오가 좋아하는 택배놀이를 가장하여 문 앞에 놓고 갔습니다.
택배(?)를 받은 지오의 그 좋아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란....
아들은 조금 후에, 마치 퇴근한 것처럼 들어와
똑같은 모습으로 기뻐하는 시늉을 하고
할머니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네가 아는 노래로 선물해 드리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지오는 망설이지 않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그 모습만으로도 만족했는데
가만히 들어본 노랫말이 귀에 와 닿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불러 달라 해서 들으니
보슬비 오는 날 풀잎 미끄럼을 타러가던 아기 달팽이가
마음은 바쁜데 한 뼘도 못가 햇볕이 나고 말았다는 ...
지오의 목소리로 전달된 이 노래의 노랫말 속 풍경은
‘섬집 아기’의 느낌을 꼭 빼닮았는데
섬집 아기를 불러줄 때는 ‘혼자 남아 집을 보던 아이’ 들이 되어 우리 아이들이 울고,
달팽이의 하루를 듣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해가 반짝 났는데 아직도 한 뼘을 못 간’ 달팽이 땜에 마음이 찡~ 합니다.
보슬보슬 비가 와요
하늘에서 비가 내려요
달팽이는 비오는 날
제일 좋아해
빗방울과 친구 되어
풀잎 미끄럼을 타 볼까
마음은 신나서 달려가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야호 마음은 바쁘지만
느릿느릿 달팽이
어느 새 비 그치고 해가 반짝
아직도 한 뼘을 못 갔구나
조그만 달팽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