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동주민자치센터
한 달에 한 번, 매월 첫째주 일요일 아침이면 동네사람들이 한꺼번에 밖으로 나오는 마을이 있다. 손에는 봉투와 빗자루를 들고 있다. 삼양동에서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내 집 앞 쓸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쓰레기는 치워지고 이웃간의 정은 끈끈하게 쌓이게 된다.
민원봉투에 왠 동네 빵가게 이름?
삼양동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고 봉투를 달라고 하면 눈에 익은 빵가게 이름이 보이고, 애들이 다니고 있는 학원이름도 보인다. 지역업체를 홍보해주기 위해 민원봉투에 무료로 업소광고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선 6개 업소를 선정하여 홍보용 봉투 2천매를 제작하고 있는데, 신청은 선착순으로 계속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
김은심 씨는 “봉투의 앞에는 삼양 검은모래축제나 삼양동 선사유적지와 같은 지역관광지를, 뒷면에는 지역 업체에 대한 홍보문구를 넣고 있어요.”라며 직접 봉투 시안을 보여준다. 밋밋한 하얀 봉투보다 눈길이 더 가는 것이 효과가 클 것 같았다.
이외에도 제주사랑 상품권 및 지역생산품활용에 대한 자체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지역상권살리기에 애쓰고 있었다.
주민자치센터 지역특성화 사업 활발
지난해에는 검은모래를 널리 알리고 관광객의 편의증진을 위한 사업을 벌였다. 검은모래찜질 휴게실을 설치하고 해수욕장 주변에는 꽃밭을 조성하기도 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서울센터에 검은모래 성분을 의뢰한 결과 크롬, 아연, 바나듐, 지르코늄 등 몸에 이로운 광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오기도 하는 등 그 성과를 인정받아 속초에서 열린 2007 전국주민자치센터 박람회의 우수사례로 발표되기도 했다.
올해도 이러한 여세를 몰아 다양한 특화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양한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지역특성을 살리고, 지역주민들의 우리고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삼양1 수원지 울타리에 삼양동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벽화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재작년부터 시작한 ‘우리 마을 바로 알기’ 프로그램인 지역문화재 및 생태체험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원당봉에 위치한 제주도 내의 유일한 불탑인 불탑사 5층 석탑의 조형물 및 리후렛을 제작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원당사지가 위치했던 원당봉은 3개의 능선과 7개의 봉우리가 있다고 해서 三疊七峰(삼첩칠봉)이라 불리는 명산이기도 하지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태자가 없어 고민하던 원의 순제가 '북두의 명맥이 비친 원당봉에 탑을 세워 불공드려야 한다'는 승려의 계시에 따라 이 곳에 원당사와 함께 불탑을 세워 불공을 드린 결과 아들을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 신혼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의 특성상 또 다른 명소가 될 수 도 있을 것 같았다.
청사 이전이 새로운 계기가 되었으면
이렇게 정신없이 뛰어다니다보면 주민자치센터에 상주근무자가 없어서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한다. 애써 만들어 놓은 독서실의 효용이 떨어지고 시설물 관리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또한 김은심 씨는 “지금 청사는 너무 비좁아서 주민자치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마을회관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라며 아쉬워한다. 특히 삼화지구까지 개발이 완료되면 인구가 2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청사를 새롭게 건립하고 있다고 한다.
청사신축이 삼양동 주민자치센터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