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 하며 서른 개의 투명구슬이 일순간에 쏟아지는 소리는
"여러분 여기 휘파람교수님이 오셨어요"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
바로 그 청명하고 긴장도가 극에 달한 목소리, 곧 생명력의 발산!
그 강한 친화력, 경계심없이 마음을 활짝 열어 놓는 천진난만함은
자연 그대로, 순수함 그대로, 꾸밈이나 가식의 불순물이 눌 (null 영)인 상태를 보여주었다.
철저한 계산과 훈련에 살고죽는 세상의 그 어떤 지휘자도 만들어 낼 수 없는 목소리의 폭발 -
담임선생님에 의한, 자연과 인공, 놓음과 당김, 관용과 엄격의 완급이 잘 조절된 평소의 훈육을 통해서만 가능할 법한 일?
이해관계를 완전히 떠난 만남은 진정한 친화력을 생성시킨다.
초면이라는 말이 무색한 동심의 세계 - 바로 문화적 치외법권지대!
거기서 참다운 창의력과 생산성이 싹트고,
희망과 가슴의 심연에 이르는 환희가 용솟음친다.
학예회!
여기는 스스로를 문화적 존재로 변화시켜 보려는, 즉 제2의 창조의 작업실이다.
자신을 나타내야 하고, 관중을 향한 의식과 (특히나 휘파람대가를 초청해 눈앞에 앉혀 놓고)
내면적인 싸움을 해가며 보름간 가꾼 문화적 행위의 결실을 가시화시켜야 한다.
검무, 심청전, 텔미-댄스, 리코오더 2부 합창, 오커리나독주.....
휘파람연주는 신기할 뿐: 소리가 날 때 입술이 둥글어지지 않으니까.
"할아버지의 시계"에 담긴 줄거리 (할아버지가 태어나실 때 선물로 받은 그 똑딱시계가 항상 변함없이 가다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 멎어서 더이상 가지 않았다는 내용)를 노래로 듣고는 모두 심각, 구슬픔을 느끼며, 정신적으로 성숙되는 훈련을 받는다.
집중력이 다해 갈 무렵, 학부모님들이 준비한 간식을 먹고, 대곡인 행진곡들을 듣고, 몇 가지 새로운 성탄노래, 대강절노래를 감상한다. 신청곡들 가운데 휘파람으로 도저히 연주불가능한 "캐논변주곡"이 포함되어 있어서, 독일사이트에 들어가 악보를 인쇄해 낸 다음 연습에 돌입. 전반부를 위해서만도 하루 종일을 투자했으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32분음표의 묘한 바로크음계에서 벗어나버린다. 그럴줄 알았으면 지난 여름 독일에서 딸과 아들이 바이올린 이중주로 그 곡을 연습할 때 같이 해 둘걸 (조금은 홅어 봤지만...). 실전에서도 두 세 번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다. 그 바람에 레퍼토리 하나 더 늘렸다 - 휴! (다음 일정인 부산여대에서 다시 한 번 연주를 시도해야지). 하모니커연주와 입으로 나팔소리내기를 유심히 듣고, 고향의 노래를 테너의 음성으로 듣는다.
이젠 배부르다!
작별의 순간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사진 같이찍어요", "사인해주세요", "명함주세요"......
코뿔소처럼 밀어붙이는데 당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순간, 그간의 경험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속수무책의 순간을 새롭게, 아마도 27년만에 처음으로경험하는 담임선생님 - 배따라기님 -.
적절한 착상과 행동이 있기까지는 상당한 순간의 연속이 있었다.
"얘들아, 다섯명씩 사진촬영!"
하교시간이 지체된다.
집으로 돌아 갈 맘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
끈질긴 다섯 명은 집으로 가려 하지 않고, 교실 주위를 맴돈다.
"두 분이서 얘기 하시는데 문닫아드려!" 하고는 복도로부터 다시 들어오려고 안달.
선생님말씀: "얘들아! 다 들어와서 사진 또 찍어, 이 번엔 한사람씩, 그리고 집에가는거야"
한 사람씩 안아서 사진촬영을 한다. 보다 성숙된 민정이는 그냥 나란히 서서 찍히고 싶어한다.
작별인사를 몇 번 씩 되풀이하고는 모두 교실을 떠난다.
운동장으로 두 선생님이 나타나자 어디선가 다섯 명의 극성팬이 다시 우루루 몰려든다. 자동차에까지 따라와서 밀감을 까서 건네주며, "우리는 교수님의 왕팬이예요", "교수님 사랑해요"하고는 모두들 달려가버린다.
정말로 다들 간건가?
멋지고도 등에 땀난 토요일, 12월 1일이었다 -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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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타 - 메일: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 김 별 입니다/
교수님께서 저희반에 오셔서 연주 해주신거 감사하게 느꼈구요 ,
교수님의 연주 정말 멋있었습니다. 교수님 짱 이예요 ^_^
교수님 앞으로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네요 ♡
나중에 나중에 제가 크면 교수님을 뵈러 독일에 찾아 가겠습니다/☆
정말다시한번 교수님 뵙고싶고요 , 꼭 건강하세요 제가 컸을때까지 !!
안녕히 계세요 ☆
[답장꼭 보내주셔야 해요 !1]
2007 년 12월 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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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은 학예회----<희망과 가슴의 심연에 이르는 환희!!!>.....<가슴의 심연에 이르는 환희>이것말고 그 어떤 단어로도 현장에서의 그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서른 개의 투명구슬이 일순간에 쏟아지는 소리!>...... 초가집님~시인이십니다.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닌, 사물과 직결되는 말이 가끔씩 있지요. 제가 한 번은 독일에서일찍 일어났는데, 집 뒤의 나무들에서 정말 문자 그대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땅으로 쏟아지더군요. 아이들의 함성소리도 그렇게 쏟아졌어요.
저의 유년의 시절에 우연히(혹은 필연으로) 접하게 되었던 '음악과의 만남'그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입니다.저 아이들 중 누군가는 저 날을 계기로 평생을 음악과 함께,음악으로 힘을 얻고 사는 이 있을 터!! 그리고 몇해전 아담스가 다녀왔던 밀양중학교초청연주도 다시 회상하며....그 아이들의 반짝반짝 경외로운 눈망울과 집중력,소박하고 튼실한 사랑표현들이 새삼 기억이 나네요.................어쨋든 초가집님,배따라기님 애쓰신 만큼 참 좋은 기획이었고 선물이었습니다.박수~~!!!!!!
와~~! 여기 진정한 특등품인생(살짝 인용한 냄새?...ㅎㅎㅎ)의 조력자가 계십니다!........선생님의 특등품인생에로의 '안내','보여주심'으로 .....만들고 꾸려가는 건 아이들 개개인의 몫이겠지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아요. 저 중에 느끼는 아이 하나만 있어도 고마운 거지요. 스쳐간 수많은 제자들(?), 그들중에 단 한 명이라도 유년 시절의 추억을 삶의 거름삼아 살아가는 이가 있다면 그것이 소득이고 희망입니다. 더불어 저의 감사와 행복함도 꼭 전하고 싶습니다. 27년 교직 생활중 손에 꼽는 이벤트였고, 오르가즘을 느낀 날이었음을.... 나날이 삭막해지고 까칠해지는 사십의 끝자락에서 오랫만에 느껴본 순수와 낭만과 열정의 무대였음을......
소득,희망,보람,감사,행복,이벤트,오르가즘,낭만,열정...........일석이조가 아니로 일석십조쯤 됩니다~~! 사진으로 보는 우리가 이런 정도면. ^ ^
<초면이라는 말이 무색한 동심의 세계 - 바로 문화적 치외법권지대!...참다운 창의력과 생산성이 싹튼 현장, 이해관계를 완전히 떠난 이 만남의 현장에서 퍼져나오는 친화력>에..........여기 카페까지 풍덩 빠졌습니다~~! 쟤들 정말 좋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