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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에 의한 갑상선 기능의 변화
진료실에서 만나는 20,30대 여성들의 고민 중 하나는 갑상선 질환으로 혹시 불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또는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제 때문에 임신이 불가능해지거나, 가능하다고 해도 불완전한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갑상선 질환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불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극심한 상태의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저하증이 있는 경우 치료를 받기 전이라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다고 해서 영구적인 불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갑상선 질환은 임신을 어렵게 할 수도 있고 임신을 했다 하더라도 태아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됙 유지된다면, 임신은 충분히 가능하고 안전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성은 임신과 함께 몸에 많은 변화가 나타난다. 혈액량이 정상이보다 40%이상 증가하고, 심박출량 및 심박동수가 증가며, 산모와 태반, 태아 사이 호르몬의 상호 작용에 변화가 있게 된다. 또한 평소 갑상선 기능에 별 문제가 없던 여성이라도 임신 중에는 갑상선호르몬 수치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산모의 갑상선 질환은 임신과 태아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임신 중에 나타나는 갑상선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으로 생기는 호르몬의 변화는 임신 직후 인융모성선자극호르몬hCG 이 증가하게 되면서 나타나게 된다. 인융모성선자극호르몬과 갑상선자극호르몬의 구조가 같다. 따라서 인융모성선자극호르몬이 증가하면 갑상선호르몬의 생성과 분비 및 대사에도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임신 초기 인융모성선자극호르몬의 증가로 갑상선호르몬이 증가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갑상선자극호르몬은 감소한다. 임신 8~14주 경에 인융모성선자극호르몬이 최고치에 도달하면 갑상선자극호르몬의 수치는 최저치를 보인다. 반면, 갑상선호르몬은 인융모성선자극호르몬이 증가하는 임신 초기(6~12주)에 급격히 증가하고, 이후 서서히 증가하여 임신 중기(20주)에 최고치에 도달한다.
임신 시 발생하는 갑상선호르몬의 변화는 대부분 호르몬의 정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반응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정상적인 변화에서 벗어난 갑상선 문제는 그에 대한 적절한 진단 및 치료가 요구된다.
임신 중 나타나는 갑상선기능항진증
임신 중에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발생하는 빈도는 0.1~0.4%정도이며, 그 윈인 중 85%가 그레이브스병에 있다. 그리고 중독성 선종, 다결절성 중독성 갑상선종, 갑상선염 등이 나머지 원인을 차지한다. 임신부는 갑상선기능항진의 증상을 단순히 임신 때문이라고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더위를 많이 타거나 빠른 심박동, 신경과민, 피로감, 불면증, 구역질 등의 증상이 임신 증상과 유사하기 대문이다. 따라서 임신 시에는 자신의 몸을 예민하게 살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의 증상이 있더라도 대부분의 산모에게서는 갑상선 질환의 임상 증거가 없지만, 일부 산모에게서는 갑상선기능항진의 소견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임신성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고 하는데, 치료를 요할 정도의 임상적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드물고 대부분 자연 회복된다.
만약 갑상선 종대가 있거나 갑상선 자가항체가 있다면 일차적인 갑상선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항체의 측정은 임신성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그레이브스병을 감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그레이브스병 환자들은 갑상선자극호르몬은 낮게, 갑상선호르몬의 수치는 높게 나타나며, 이와 더불어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항체는 높은 농도로 나타난다.
임신 기간에 따라 경과가 달라진다
임신이 갑상선기능항진증의 경과에 미치는 영향은 임신 기간에 따라 다르다. 먼저 임신 초기에는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 항체의 증가 또는 인융모성선자극호르몬hCG의 영향에 의해 갑상선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져 갑상선기능항진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기존에 갑상선기능항진이 나타나 치료 중에 있다면 임신 초기의 구토 때문에 항갑상선제 복용이 불규칙하거나 흡수가 잘 안되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임신 중기 이후부터는 항진증 자체가 호전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임신 중에 모체의 면역계가 억제되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 호전되는 것이다. 하지만 출산 후에는 임신 중에 억제되었던 면역계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그 반동으로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임신 중에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은 산모의 경우 주산기(출산 전후의 기간) 합병증 및 심부전의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산모의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치료하지 않았을 경우 88%가 조산하였으며, 부분적으로 치료할 경우 25%의 조산율을 보였다. 또한 이들로부터 태어난 신생아는 저체중의 빈도가 높고, 사망률 또한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사실은 임신 중 갑상선 질환을 적절히 치료해 정상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출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산모와 태아를 위한 약물 치료
그레이브스병을 갖고 있는 산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는 1~5%정도 그레이브스병이 나타날 수 있다. 모체의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 항체가 태반을 통과하기 때문에 태아의 갑상선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태아의 갑상선 기능장애와 다른 여러 질환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산모가 그레이브스병을 가지고 있다면 태어난 아기의 갑상선 기능도 확인하여 필요 시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임신 중 그레이브스병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명백한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는 경우, 항갑상선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2011년도 달라진 미국갑상선학회 치료 지침에 의하면 초기에는 안티로이드를, 중기 이후에는 메티마졸을 권유하고 있다. 임신 말기에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 항체 수치가 높은 경우는 태아의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유발하여 사산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이들은 고위험 임신군에 속하기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의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며 적절한 항갑상선제의 투여 및 출산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 임신 중 매우 드물게는 수술을 하기도 하지만,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절대 하지 않는다.
수유 중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수유 중에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면 신생아 갑상선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농도가 젖으로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수유 중 항갑상선제 복용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적당량의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면서 수유한 임산부의 신생아에게 갑상선 기능에 별 이상이 없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수유 중 항갑상선제 복용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가능한 한 젖으로 분비되는 항갑상선제의 양을 줄이기 위해 수용한 이후 항갑상선제를 복용할 것을 권유한다.
임신 중 나타나는 갑상선기능저하증
임신 중에 갑상선기능저하기 나타나는 경우는 0.3~0.5%정도이며,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가 나타나는 경우는 2~3%정도이다. 임신 중 나타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주원인은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알려져 있다. 갑상선의 자가면역항체는 가임기 여성의 5~15%에서 검출되며, 특히 갑상선 자가면역항체 양성률은 혈청 갑상선자극호르몬이 증가된 산모에서 40~58%정도 검출된다. 이는 정상 기능의 산모보다 약 5배 높은 수치다.
갑상선기능저하는 갑상선기능항진과 마찬가지로 임신 경과 및 태아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사전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체중 증가와 건조한 피부, 추위에 민감한 반응 등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의심할 수 있게 하지만, 쇠약감, 졸림, 변비 등은 일반적인 임신 증상과 유사애 모르고 지나갈 수 있으니 주의한다.
태아의 뇌 발육을 위해 보충해야
만약 갑상선기능저하를 보이는 환자가 특별한 치료 없이 임신하여 이를 유지할 경우 초기 및 말기에 유산, 빈혈, 임신성 고혈압, 전치태반 및 산후 출혈 등의 출산 합병증이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합병증은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보다 명백한 갑상선 기능저하증 환자에서 더 흔한데, 적절한 치료를 통해 발생 빈도를 낮출수 있다. 하지만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산모라도 갑상선 자가면역항체가 양성인 경우에는 임신 초기에 자연유산의 위험이 2~4배 높다는 연구도 있다. 이처럼 자가면역성 갑상선 질환은 그 자체가 자연 유산의 위험인자가 될 수 있으니 적절한 검사를 통해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임신 초기에 갑상선호르몬은 태아의 뇌 발육에 매우 중요하다. 태아는 임신 12주가 지나서야 자체적으로 갑상선호르몬을 합성할 수 있다. 그 전에는 모체의 갑상선호르몬 공급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을 경우 적절한 용량의 갑상선호르몬제를 투여 받아야 한다. 태어나 신생아의 갑상선호르몬 결핍은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정신발육 지연과 신경학적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산모의 가벼운 갑상선호르몬 부족조차도 태아의 신경정신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들이 있어 주목을 끈다.
출산 후 생길 수 있는 산후 갑상선염
산후 갑상선염은 출산한 산모의 5%정도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정상적인 출산 후에는 물론, 자연 또는 인공유산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만성 갑상선염에 속하며, 임신 중에 억제되었던 면역 현상이 출산 후 원래대로 회복되면서 자가면역이 악화되기 때문에 나타난다. 갑상선기능항진으로 처음 시작하여 기능저하 시기를 거친 후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거친다.
갑상선기능항진의 시기는 산후 3개월 전후에 생겨 1~2개월 간 지속되는데, 가슴 두근거림, 손 떨림, 신경과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환자의 약 50%에서 갑상선이 커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육안으로 겨우 구별될 정도이고, 많이 커지지는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 후 산후 4~7개월 시점에는 기능저하 시기를 거치게 되며, 이후 산후 9~12개월 정도가 되면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경과를 보인다.
출산 후 갑상선기능저하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피로감, 근육통, 관절통, 팔 다리의 저린 느낌, 부종, 쉽게 추위를 타는 느낌 등이 나타나면 대부분 산후조리를 잘못한 탓으로 생각하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산후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되어 치료를 받기도 하는데, 산후 우울증은 산후 갑상선염보다 빠른, 출산 1~2주 후에 발병한다.
갑상선 질환의 병력, 특히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나 그레이브스병과 같은 자가면역성 갑상선 질환의 과거력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산후 갑상선염의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또한 이전 임신에서 산후 갑상선염의 병력이 있거나 갑상선 외에 다른 장기의 자가면역질환이 있을 경우에도 산후 갑상선염의 선별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후 갑상선염은 증상이 심하지 않고 대부분 저절로 회복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없다. 4~8주 간격으로 갑상선
기능에 대한 검사를 받으면서 경과 관찰을 하면 된다. 다만 기능항진 시기에 심계항진, 불안증 등의 증상 완화를 위해서 베타차단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갑상선기능저하시기에도 증상의 완화를 위하여 갑상선호르몬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발생 후 대략 1년 이내에는 갑상선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므로 투약을 중단하게 된다.
드물게 일부에서는 산후 갑상선염이 영구적인 갑상선기능저하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된 환자 중에서도 약 10~20%에서는 다음 출산 후에 재발할 수 있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 장기간 추적관찰해보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길 위험이 더 크다. 따라서 자신의 건강은 물론 이후의 출산 문제를 위해서라도 산후 갑상선염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출처 : 이은직교수와 베스트갑상선팀의 갑상선질환 완치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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