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떠떠, 떠(2010)」
정용준(1981-) 2011 제2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문학동네, 2011, pp. 275/277-305(P. 342)
- 정용준(정용준, 1981-) 광주, 조선대학교 러시아어과를 졸업, 동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수료했다. 2009년 현대문학에서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열한 살 나이에 학교 수업에서 말더듬이인 나의 번호는 27번이다. 선생은 27일이면 27번 읽어봐! 라고 한다. 그는 그것이 놀이감으로 삼고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선생을 죽이고 싶을 정도의 증오를 가진 적이 있었다. 말을 필요로 하지 않고 사자의 탈을 쓰고 동물원 안내 보조원으로 일한다. 판다 곰의 탈을 쓴 여인과 그저 티격태격 한다. 이 둘에는 과거가 있었다. / 그가 수업에서 말더듬던 날, 앞에 앉은 여학생이 간질로 몸을 틀고, 그리고 그 여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 갔다. / 이야기는 새로운 삶의 계기가 된 만남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붙여 놓았지만, 어려운 삶을 이리저리 해매면서 살았으리라. (53PNA)
소설에서 더듬이의 표현을 “떠떠떠”라고 했을까? 일반적으로 “어버버”라고들 하는데 말이다. 작가가 주변에서 경험했으리라. 시작에서 모음 ‘아’로 시작하는 것이 발음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들었으리라. 문득 고대 중동의 문자 전승에는 많은 부분에서 모음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집트 상형문자에도 발음 ‘아’가 있고 중동 문자에 ‘너프널 아’가 있으며, 인도 유럽피안의 언어에서 왜 A가 첫 문자였을까 하는 물음이 떠올랐다.
언어의 기원에서 경추가 바로 서고 소리에서 목소리로 바뀌었다고 하면 목구몽(후음)이 탈영토화의 먼저였을 것이라고 생각해보았다.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어째 거나 ‘소리’라는 부부분도 중요한데 입을 통해서 나오는 바람 소리가 막히고 열리는 측면이라면 입술소리(순음)이 먼저일 것 같다. 즉 파(프), 마(므) 등이 먼저일 것 같다. 그런데 구개음(더 떠 저 쩌)등은 입속에서 혀와 연관이 더 클 것이다. 그런데 혀의 발달은 네발 동물에서 더 발달하였을 것이다. 두발에서 손의 탈영토화는 혀가 입 바깥에서 활동할 방식을 줄였을 것이다. 입 속에서 활동은 미각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개나 소의 혀보다 인간의 혀가 입 바깥에서 활동하는 영역은 줄었다는 것이 사실들의 결과이니까.
고대인이 생각하기에 몸이라는 ‘관(管)’ 통에서, 바깥으로 바람(숨결)이 나가면서 영혼 또는 자아의 의식이 발현한다고 한다. 목구멍(후음)이 중요하다. 그래서 소리 ‘아’가 아니라, 목소리 ‘아’의 다양성을 깨달았으리라. 즉 ‘아’의 목구멍을 통하는 발성의 종류의 다양함이다. 갈대의 구멍 마다 소리가 다르다고 하듯이(고대인은 영혼이 다르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소리는 혀보다 입술의 열림 닫힘에서 자아의 개방과 폐쇄와 연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말더듬이는 ‘어버버’라는 의성어의 표현이 먼저일 것 같다. ‘떠떠떠’는 이미 입을 열었고 혀를 움직여 보려는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구개음과 연관해서 들리는 것일 수 있다. 떠떠떠를 말하는 이는 그나마 친숙한 이에게 하는 태도가 아닐까? ‘어버버’보다 ‘떠떠떠’를 말하는 태도와 방식은 화자가 자기의 감정과 의지를 실어 놓은 것이 아닐까. 즉 어버버는 생존에서 나오는 목소리라고 한다면, 떠떠떠는 자신의 감정과 의사표현을 포함하는 음성이지 않을까 한다. 이점에서 작가가 의식하고 썼던 아니던 간에, 소리, 목소리, 음성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리스 글자와 소리에서 흥미있게도 삼성(三聲)에 받침으로 쓰일 수 있는 ps에 대한 것이 있다. 러시아인들의 이름에서, 예를 들어 도스토엡스키의 경우처럼, ‘엢’일 수 있다. 이 순음과 치음의 동시적 음성(발성)은 순음 다음으로 나오는 오는 순음과 치음을 동시에 발성하는 것이리라. 이빨이 다른 원인들과 달리 가지런해질 것 같다. 다시 순음이 그리고 순음+치음이 그리고 구개음이 나올 것이 아닐까. 구개음에는 혀의 활동이 중요하다. 여기까지는 입을 다물었다고 벌리는 과정에서이다.
입을 벌린 과정에서 모음의 아와 ㄱ, ㅋ, ㅎ, 등의 음은 순음 파(프)와 다르다. 한글이 순서상 아와 ㄱ를 보태어 가, 가에 후음 ㄱ을 보태어 각이라고 하는 경우는 매우 발달된 방식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농아(聾啞)의 경우는 더듬이와 전혀 다르다. 농아는 듣지 못한다. 그런데 더듬이 경우에는 들리고 또한 분절을 알아듣는다. 단지 음성으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듬이의 경우는 혀에 어떤 마비 현상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소설에서 흥미롭게도 말하려는 욕망과 서로 뽀뽀하면서 혀의 움직임을 느끼게 되는 장면의 묘사는 실증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흥미있는 서술이었다(298쪽).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은 인격이 스스로 자기를 이루려고 하는 노력이 아닐까. 표현은 단지 말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행위 하는 것에서 먼저일 것이다. 몸의 행동과 운동은 자기를 만드는 기본일 것이다. 이것도 자기를 다른 방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몸을 운동하게 한다. 옛날이야기로 산사의 선승을 찾아온 동자에게 물을 긷게 하거나 산 아래 돌을 나르게 하는 것은 단지 신고식의 일부로서 남아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몸의 활동 다음으로 몸의 활동을 밖으로 표현하는 언어는 그 다음일 것이다.
사람들은 열등하다고 여기는 인간에게서 자기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인데, 그렇지 않고 열등하다고 나쁘게 대하는 경우들이 있다. 니체가 말하는 “나는 착하다 너는 서툴다. 그리고 나는 선하다 너는 사악하다”는 경우에 우등한 자의 오만이 타인을 서툴다를 넘어서 열등하다로 그리고 배제로 몰아가는 경우에, 그 사회는 야만의 사회가 된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걸으면 그중에 스승이 있다고 한다. [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자왈 삼인행 필유아사언)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논어 술이편(論語 述而篇) - 공자가 말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더라도 그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 그들 중 좋은 점을 가진 사람의 장점을 가려 이를 따르고, 좋지 않은 점을 가진 사람의 나쁜 점으로는 자신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에게서는 사회를 조화롭게 이루고자하는 공동체의 선함이 있다.
사람들은 행위와 상황에서 착함과 악함이 먼저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스피노자도 니체도 벩송도 그렇게 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의 기준을 먼저 정할 때, 기만(欺瞞)이다. 기준 밖에 있는 것을 비하하고 부정하는 점에서, 그 기준을 먼저 상정한자들이 사회를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을 잊고 산다. 그들은 자신이 살아온 과정에서 익힌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등하다거나 기준이 있다고 여기는 자들은 배제된 자들의 삶에서 야만과 비참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그 자신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여긴다. 이런 착각을 심은 것이 벩송이 보기에 주지주의자들, 관념론자, 결정론자, 정태론자들이다. 이런 사고를 심은 것은 오랜 과정에서 플라톤주의의 잘못이라기보다, 유일신앙의 독단이 인민을 강압과 억압으로 올가 맨 것에서 나온 것이리라. 이 억압에서 균열을 일으키는 것은 사고를 사유로 전향하려고 설득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삶을 달리 사는 경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코로나19처럼 전지구적으로 기존의 행위방식을 바꾸게 하는 데서 올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달 5월 25일에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비무장 상태인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니체 식으로 보면 우등한자, 우월한자의 논리에서는 비무장인 흑인이 열등한 자이다. 서로가 공동체에서 조화로움을 찾는 길은 어려울지라도 인성의 함양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이후로, 여러 도시에서 항의 시위가 있다고 한다. 인성은 혼자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서 조화와 공감으로 이루어질 때 개인도 품성을 이루게 된다. - 이런 시위가 촛불시위처럼 끈질기게 인민의 의사가 수렴되고 실행될 것인지, 먼 땅에서 기다려 본다. -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가. 그저 잊혀지기를 바라는가. 서로가 상보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식은 생존경쟁 또는 자기이익에 밀려나는가. (53OKA, RMI))
* 내용 **
모음이 사라지길 원해. 혀끝이 입술에 부딪히기 않고 발음되는 단어들, 입천장에 혀가 닿지 않고 태어나는 부드러운 언어들, 입술 사이에 암초처럼 걸려 빠져나오지 않는 커다랗고 단단한 단어들, 이런 것들이 사전과 인간의 기억에서 모조리 지워졌으면 좋겠어. 아라비아, 암모니아, 에너지, 에스컬레이터, 매머드, 엘리베이터, 안나 카레니나, 옐로, 에어플레인, 윌리엄, 헬로. 27, 예스터데이, 파인애플, 테이블, 탁구‥… 이런 단어들이 삭제된다면, 아니 그것들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나는‥… 좀더 나아졌을까? 하지만 알아.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겠지. ...(277, 첫 문단 시작부분) [단어의 나열에서 27, 탁구가 들어간 것이 이상하지 않는가?]
붉은 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아이가 책상을 쓰러뜨리며 교실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져 있는 여자아이는 사람이라기보다 기묘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모종의 사물 같았다. 껍질이 으깨진 곤충이 마지막 남은 신경을 이용해 떨고 있는 것처럼, 여자아이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취할 수 없는 포즈로 온몸을 꼬고 끔찍한 소리를 질러댔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선들이 관절 하나하나를 묶어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잡아끌고 있는 것처럼 여자아이는 사지를 뒤틀었다. 누군가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아이의 작은 손가락은 허공의 어떤 부분을 강하게 쥐어짜고 있었고 무릎과 팔의 관절은 굽혀지지 않는 반대편을 향해 맹렬하게 뻗어가고 있었다. (283)
정말 이상 했어‥… 뭐랄까, 네 혀는 말이야. 아, 그러니까 그 감각이‥… 아니야. 이것은 ‘감’도 아니고 그렇다고 ‘각’도 아니야. 정말 이상한 그냥, 어떤 느낌이었어. 그렇게 딱딱하고 굳어있던 네 혀가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기분이었어. 나는 애타게 너를 부르고 찾아 헤맸지. 그런데 그때, 어디에서 스며드는지 알 수 없는 따뜻한 물이 차올랐어. 어느새 내 혀는 수면 위에 떠 있는 작은 돌고래처럼 헤엄치고 있었어. 세상에, 너는 이 멋진 혀로 아무 말도 안할 수가 있었던 거니. (298) [세상에! 상대에게 이런 감정을 일으키다니.]
떠, 떠떠, 떠떠, 떠떠떠, 떠, 떠, 아아, 아아아하아아, 아아아,, 아, 사, 사, 사아, 아, 아아, 아아아, 라라, 라라라라, 라, 라라라, 아, 아아앙, 해. (305, 마지막 문단 전체) - [말더듬이에서 더듬이가, 농아에서 벙어리가, 이 두 단어에서 ㅂ(순음) 과 ㄷ(구개음)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작가는 순음보다 구개음에 주목하고 혀의 작용에 대해 여러 서술은 장점일 것이다. - 이 서술은 구개음에서 후음으로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는 음성을 내려는 묘사로서 그럴듯하다. (53QKA)]
* 요즘 인터넷에 SM 관련 사이트들이 많다. 여기서 SM이란 남자의 사디즘(sadism)에 여자의 마조히즘(masochism)을 뜻하는 것으로 비정상적인 성 관계를 의미한다. 문제는 SM이 성적 흥분성을 높인다는 잘못된 이해에서 그것에 의도적으로 빠져들려고 기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1978 조시 하트넷/ 조슈아 대니얼 하트넷(Joshua Daniel Hartnett, 1978-) 미국의 배우, 영화 제작자이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 (I Come with the Rain)(2009, 배역: 클라인).
1979 히스 앤드루 레저(Heath Andrew Ledger, 1979-2008) 오스트레일리아의 텔레비전 배우이자 영화 배우이다. 레저는 브로크백 마운틴(2005)에서 맡은 에니스 델마 역으로 2005년 뉴욕 영화 비평가 협회상과 오스트레일리아 영화 협회가 시상한 2006년 최우수 국제 배우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미국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과 2006년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
차미령(車美怜, 1976-) 서울대 박사, 2011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최인훈 소설에 나타난 정치성의 의미 연구, 서울대, 2010, OOO> 평론집 『버려진 가능성들의 세계』(문학동네, 2017)
강지희(姜知希, 1986-) 이화여대 <^-^, 이화여대 2019, OOO>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으로 등단했다. 주요 평론: 「환상이 사라진 자리에서 동물성을 가진 ‘식물-되기’」 (53QKA)
(4:09, 53RKD)(4:18, 53R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