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신선한 회와 야채를 버무려 초고추장무침을 한 접시 만듭니다. 그리고 석쇠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갈치 한 토막을 준비하고, 시원한 수박과 멜론, 파인애플이 섞인 과일 샐러드도 적당량 만들어 둡니다. 이렇게 준비된 음식이 오늘의 요리 재료들인데요, 제빵기에서 막 꺼낸 따끈한 카스텔라를 반으로 가른 다음, 그 위에 초고추장무침을 올립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갈치토막 패티와 과일샐러드를 차례차례 얹고 다시 카스텔라를 덮습니다. 오늘의 요리는 「갈치 패티 카스텔라 햄버거」였습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나름대로 괜찮았을 음식들도 어중간한 조합에 의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다.
이별... 사랑과 더불어 고금 최고의 소재다. ‘공무도하가’ 속 백수광부의 처가 부르는 절절한 단장(斷腸)의 노래에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땐 죽어도 붙잡지 않겠다는 ‘진달래꽃’이나 부르다가 내가 죽을 ‘초혼’도 있다. 그렇다면, 하나만으로도 가슴을 치는 이야기들을 함께 묶는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sad movie)가 탄생할까? 백수광부의 처가 제 목소리를 두고 마야의 진달래꽃을 부르는 상황이다.
유명 매니지먼트사의 자회사가 제작하는 통에 유명 배우들이 굴비 두름 엮듯이 줄줄이 나왔다. 몇몇 연기자들은 이름값 하듯 연기도 잘하더라. 그런데,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구성요소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차라리 전부였으면 싶다. 내러티브는 내 팽개쳐두고 예쁜 그림 속에서 스타만 반짝거린다. 만일 이 영화가 (그럴 리 없다고 보지만) 흥행이 된다면 영화판이 뒤바뀌리라는 위기감이 든다. 작품성은 도외시하고 스타마케팅에 의한 배우 모으기에 열을 올리면서, 제작비의 태반은 출연료로 빠져 나갈테지. 열악한 처우에 신음하는 스탭들은 앞으로도 손가락만 빨테고, 결국 만세를 부르는 건 매니지먼트사가 아닐까.
태생이 그러하니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맛깔 나는 대사와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구성에 웃다 울다 박수를 치는 <내 생에...>에 비해, 이빨도 맞지 않는 퍼즐 조각들을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다. 덕분에 적셔지려던 눈시울도 금세 메말라간다. 역시!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게 없다!!
※ 그래도, 신민아의 옆 자태는 정말 매혹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