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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열어 젖히니
나타난 달이
흰구름 좇아 (서쪽으로) 떠가는 것이 아닌가?
새파란 냇물에
기파랑의 모습이 있어라.(어리도다)
이로부터 그 맑은 냇물 속 조약돌(하나하나)에
기파랑이 지니시던
마음 끝을 따르고자
아아, 잣나무 가지 높아
서리 모르시올 화랑의 우두머리시여. (양주동 해독)
흐느끼며 바라보매
흐느끼며 바라보매
1행-3행 : (바람이 구름을) 열어 젖히니 나타난 달이 흰구름 쫓아서 떠가는 것 아닌가?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자 또는 화자가 창문을 열자 달이 나타난다. 화자는 달을 향해, 흰 구름을 좇아서 떠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묻는다. 여기서 '흰구름'은 삶의 무상함을 나타낸다. 화자는 지금 기파랑의 죽음에 낙심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그는 이와 같은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투사하여 달에게 '너도 흰구름을 좇아 아무런 의미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묻는 것이다. 또는 ‘달’은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존재로, 흔히 ‘광명’과 ‘염원’을 상징한다. 여기서 달은 서정적 자아가 바라보는 광명의 달이며. 그를 통하여 기파랑의 고결한 자태를 그려 볼 수 있는 그리움이 어려 있는 달이다. ‘문사’로서 생략법, 설의법, 은유법을 구사하여 작자가 달에게 묻는 형식을 취하였다. 여기에서 ‘달’은 ‘숭앙(崇仰)’을, ‘흰구름’은 기파랑이 따르는 대상을 각각 비유하고 있다. - 달에 비유 4행-5행 : 냇물에 비친 달이 기랑의 모습처럼 아름답구나. '이슬, 흰구름, 모래 가른 물가 - 수풀 - 기랑의 모습'의 사고 과정과 표현을 통해 기랑의 고결한 모습을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1-3행에서는 천상적인 것으로 읊고, 4-5행에서는 지상적인 것으로 연관시키고 있다. ‘나리’는 기파랑의 인품을 상징한다. - 냇물에 비친 달 6행-8행 : 이로부터 냇물의 조약돌에 깃들인 것과 같은 기파랑의 원만한 인품의 한 구석이나마 따르고 싶구나. 달이 작자에게 답하는 형식을 취한 ‘답사’로서, 작자가 기파랑을 사모하는 정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냇물’은 기파랑의 청순하고 맑은 인품을, ‘조약돌’은 기파랑의 인품을 '자갈'에 비유하여 원만하고 강직한 성품을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음의 끝’은 기파랑의 훌륭한 인품을 비유한 말이다. - 인품의 추모 9행-10행 : 작자의 독백인 ‘결사’로서, 신라의 이상적인 남성상인 기파랑의 인격을 '눈'을 이겨내는 잣나무가지에 비유하여 그의 고고한 절개와 정신적 숭고함을 찬양하고 있다. 여기에서 ‘아으’는 감탄사, ‘잣가지’는 기파랑의 고매한 인품을, ‘서리’는 고난과 역경, 세상의 속된 유혹을 각각 은유적으로 형상화한 표현이다. 즉, ‘잣가지’와 ‘서리’는 역경에 굴하지 않는 기파랑의 곧고 굳은 인품을 말하기 위한 소재이다. 특히 '아아'는 10구체 향가의 낙구로서 이것이 시조의 종장 첫 구(어즈버, 아희야 등)를 이루는 기원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고결한 인품 예찬 '노래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감상하도록 지도한다.' 이 향가는 기파랑의 인품을 열거하거나 모습을 직접 묘사하는 대신 비유와 상징으로 세련되게 표현하여 향가의 문학성이 매우 높았음을 말해 주는 작품이다. 이 향가에는 비유와 상징이 많이 쓰이므로 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상징적인 시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10구체 향가의 성격과 특징을 고려하여 시상의 전개 방식에 유의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향가에는 4구체, 8구체, 10구체의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4구체가 확대되어 8구체가 되고, 다시 여기에 2구가 보태져 10구체 향가가 이루어졌다. 따라서 10구체 향가는 크게 앞의 8구와 뒤의 2구로 나뉘고, 다시 8구를 4구씩 나누어 볼 수 있다. 향가의 이러한 형식적인 발전 과정은 향가의 내용의 구성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게 한다. 1. 이 노래의 내용과 표현 방법을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노래를 의미 단위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누고, 각각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이끌어주기 : 이 활동은 향가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다. 10구체 향가는 3단 구성으로 시상이 전개된다는 형식적인 특성을 미리 알려 주는 것이 좋다. 10구체 향가는 대체로 4/4/2의 구조로 나누어질 수 있다. 이 작품도 향가의 일반적인 구조에 따라 나눈 뒤, 그 내용을 정리하게 한다. 예시답안 : 10구체 향가는4/4/2의 3단 구성으로 시상이 전개된다. 따라서 이 노래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4행에서는 시적 화자가 기파랑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고, 5~8행에서는 기파랑의 뜻을 따르고자 함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 9~10행에서는 기파랑의 고매하고 높은 인격을 추모하고 있다. (2) 이 노래의 대상이 되는 '기파랑'은 어떤 존재인지 설명해 보자. 이끌어주기 : 이 활동은 시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활동이다. 기파랑의 인격이 비유적으로 형상화된 구절인 9행과 10행에서 '잣나무'과 '눈'이 함축하는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예시답안 : 기파랑은 신라의 이상적인 남성인 화랑으로서 고매하고 높은 인격을 지니고 있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9행에서 '잣나무 가지 높아'로 형상화되고 있는데, 어떠한 시련(눈)으로도 그 높은 인격을 가릴 수 없음을 10행에서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기파랑'을 효과적으로 예찬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말해 보자. 이끌어주기 : 이 활동은 향가의 표현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다. 이 시는 기파랑의 인격에 대해서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이미지로 표현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하고, 이러한 기법이 기파랑을 예찬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설명하도록 한다. 예시답안 : 이 시에서 기파랑의 인격은 관념적으로 설명되고 있지 않다. 이 시에서는 눈조차 범하지 못하는 높은 잣나무 가지로 기파랑의 인격이 형상화되는데, 이는 이미지로써 기파랑의 인격을 제시한 것이다. 이렇게 이 시는 기파랑의 인격을 시각 이미지로 제시함으로써 관념적인 설명을 뛰어넘는 감동을 주고 있다. 2. 다음 양주동의 해독을 김완진의 해독과 비교하면서 아래 제시된 활동을 해 보자. (1) 노래에 담긴 뜻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보자. 이끌어주기 : 이 활동은 향가의 해석이 해독자에 따라 달라짐을 확인하게 하는 활동이다. 두 시에서 '달', '물', '돌'등의 시어는 달리 해석되고 있다. 이렇게 해석이 갈리는 부분에 주목하여 노래의 뜻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게 한다. 예시답안 : 김완진 해독본에서 달은 이미 흰 구름을 따라 떠나갔으므로 시적 화자가 직접 볼 수 없으며 단지 상상을 통해 접근할 수 있을 뿐이다. 한편 양주동 해독본에서 달은 흰 구름을 좇아 현재 움직이고 있으므로 시적 화자는 달을 직접 볼 수 있다. 그리고 김완진 해독본에서 '물'은 시적 화자가 존재하는 공간인데 비해 양주동 해독본의 '새파란 물'은 푸르고 맑은 정신 세계를 비추는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김완진 해독본에서 '돌'은 화자가 있는 공간인 '자갈벌'로 의미화되는데 양주동 해독본에서는 '조약돌'로 의미화되었다. (2) 해독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이끌어주기 : 이 활동은 차자 문학의 특성에 대한 특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되었다. 향가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 식으로 표기한 차자 문학이다. 그러나 신라 때의 우리말을 향찰을 통해 재구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예시답안 : 이와 같이 해독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향가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국어의 어순에 따라 표기한 차자 문학인데, 오늘날의 우리가 이를 통하여 신라 때의 우리말을 재구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즉, 학자에 따라 향가에 대한 다른 해독을 하는 이유는 신라시대의 언어 실태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완진의 해독에 의한 '찬기파랑가'는 기파랑이라는 화랑의 고결한 인품과 숭고한 이상을 예찬한 향가이다. 기파랑의 인품을 열거하거나 모습을 직접 묘사하는 대신 비유와 상징으로 세련되게 표현하여, 향가의 문학성이 매우 높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시적 화자는 이슬 밝힌 달이 흰구름을 따라 떠간 언저리를 흐느끼며 바라본다. 또 모래 언덕 깊숙이 냇물이 갈라 들어간 강변에서 그는 기파랑의 모습을 본다. 그러나 기파랑의 모습이라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고, 실은 어슴프레한 저녁 강변의 수풀이었다. 기파랑은 가지가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잣나무 같은 존재로, 눈이라도 감히 덮지 못할 만큼 고결한 존재이다. 시적 화자가 처한 상황은 이처럼 신성한 가치는 사라져 가고, 현실은 수풀만 우거지고 자갈만 가득한 비속한 상황이다. 그런 까닭에 시적 화자는 시름에 잠겨 있었던 것이며, 자갈 벌에서 기파랑이 지녔던 숭고한 마음을 좇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로 시작되는 낙구에서 시상을 고양시켜 기파랑에 대한 흠모의 정을 절실히 표현하고 있다.(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1 이 노래는 신라 경덕왕때 충담사가 화랑인 기파랑을 추모하여 지은 10구체의 향가로 여기에 제시한 작품은 양주동과 김완진의 해독에 따른 것으로 매우 잘 짜여진 미적 구조를 갖춘 작품으로 살필 수 있다. 혹자는 다음과 같이 해석을 하고 있다. 기파랑의 인품을 흰색과 푸른색의 대조에서 빚어지는 청신한 기상으로 표상한 것이다. 우선 흰 달과 새털 같은 구름이 떠 있는 푸른 밤 하늘을 환기하여 색감의 청신성뿐만 아니라 촉감의 신선성도 자아내고 있으며, 새파란 내와 거기에 비치는 달과 조약돌의 흰색이 이루는 대조, 서리가 내린 땅과 푸른 자태로 우뚝 서 있는 잣나무를 대비하였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색감에 의해 청신한 느낌을 주지만 공간적으로도 수평적인 것들인 구름, 시내, 냇가, 지상 등과 수직적인 것들인 달, 시내 속의 달, 마음의 끝, 잣나무 등이 꽉짜인 공간적 조형미를 구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시간적으로 달, 잣나무 등은 영원을 표상하기에 적합한 사물들이다. 이와 같이 시공간적으로 치밀한 기파랑의 뛰어난 인품, 그의 가없는 이상과 드높은 절조를 감각적으로 표상한 작품이다. 이와는 달리 김완진의 해독에 의하면 이 작품은 어두운 시대 현실을 걱정한 마음이 기파랑에 대한 흠모의 정으로 표현된다. 혹자는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화자는 시름에 잠겨, 신성한 가치가 사라져 가고 세속적인 현실의 논리가 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눈도 덮지 못하는 기파랑의 고결한 인품은 현실에서 찾을 수 없고 수풀만 우거지고 자갈만 가득한, 비속한 정경이 제시되고 있는 데서 화자가 대상을 그리워하는 근본 취지를 엿볼 수 있다. 이 노래는 10구체 향가가 약간 변형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앞의 5구와 뒤의 3구에서 각기 현실과 이상을 대비시키고, '아아'로 시작되는 낙구(落句)에서 시상(詩想)을 고양시켜 흠모의 정을 절실히 표현한 작품으로, 월명사의 「제망매가(祭亡妹歌)」와 함께 향가의 빼어난 서정성을 잘 보여 준다. 또한 이 작품은 기파랑이라는 인물의 인품을 정적 소재와 동적 소재의 조화에 의해 이루어지는 청신함, 안정미, 생동감을 통해 표상하고 있다. 우선 달과 구름이 떠 있는 밤 하늘, 물, 그리고 거기에 비치는 달, 눈이 내린 땅과 잣나무가 대조된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색감에 의해 청신한 느낌을 주지만 수평적인 것들인 구름, 시냇물, 지상과 수직적인 것들인 달, 물 속의 달, 마음의 끝, 잣나무가 공간적인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또 잣나무와 흰 구름, 달이 조화되어 정중동(靜中動)의 모습이 부각되어 있는데, 특히 '달', '수풀', '잣나무' 등은 영원과 생명을 표상하는 사물이다. 이같이 시.공간적으로 완결된 구조 속에 색감을 내포한 자연물을 통해 기파랑의 뛰어난 인품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여기서 '달'은 우리 고전 시가에서 광명과 염원을 상징하듯, 여기서도 서정적 자아가 바라보는 광명의 달이며, 그를 통하여 기파랑의 고매한 자태를 그려 볼 수 있는 그리움이 어려 있는 달이다. 그리고 낙구의 잣나무는 고결한 인품을 상징하며, 곧게 뻗은 가지는 강직한 성품을 나타낸다. 눈이 잣나무에 닥치는 시련이나 역경, 혹은 유혹을 비유하는 것이라면, 이 잣가지는 기파랑의 인격을 역경에 굴하지 않는 굳고 곧은 것으로 표현해 주는 중심 소재이다. 이해와 감상2 이 노래는 기파랑이 화랑으로서 평소에 지녔던 인품을 기림에 있어 고고한 인격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자연물인 달과의 문답 형식으로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다. 즉, 이 노래는 달과의 문답을 통해 기파랑의 인품을 찬양한 작품으로 이해된다. 하늘의 달마저 기파랑의 뜻을 따르고 있다고 함으로써 기파랑에 대한 찬양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작중 화자는 기파랑이 지닌 '마음의 가장자리'만이라도 따르고 싶어한다. 그가 지향하는 세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라야 할 이상의 세계이다. 그래서 화자는 마지막 구절에서 기파랑을 더할 수 없는 고매한 인격자로서, 서리조차 모르는 높은 잣나무 가지로 형상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찬 기파랑가가 지닌 이러한 고도의 상징적 표현은 향가의 문학성이 매우 높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우리 고려 시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상적인 면이 전혀 없고, 미래 지향적이고 진취적인 기상과 의지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해와 감상3 신라 경덕왕 때 충담(忠談)이 화랑 기파랑(耆婆郎)을 추모하여 지은 10구체 향가. ≪삼국유사≫ 권2 기이편(紀異篇) 제2 경덕왕 충담사 표훈대덕조(景德王忠談師表訓大德條)에 실려 전한다.{C;〔창작경위〕}} ≪삼국유사≫에 전하는 다른 시가에 비하여 부대설화(附帶說話)가 자세하지 못하다. 단지 경덕왕이 “…… 대사의 〈찬기파랑사뇌가〉가 그 뜻이 매우 높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냐?”고 물으매, 충담이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왕이 “그렇다면 짐을 위하여 〈안민가〉를 지어라.”고 하여 충담이 〈안민가〉를 지었다는 기록만으로 이 시가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다. 원 가사를 양주동(梁柱東)은 다음과 같이 읽었다. 〔가 사〕 이 노래의 원문과 그 해독 및 현대어 풀이는 다음과 같다. 흰 구름으로 가렸던 하늘이 열리매 파란 하늘에 나타나는 달은 오히려 흰 구름을 따르고 있는 것 같다. 하늘로 향했던 시선이 아래로 향하니 새파란 나리에 기랑의 모습이 있다. 하늘의 달은 나리에 있는 기랑의 모습이다. 파란 하늘과 새파란 나리에 언제나 살아 있는 기랑을 이 시의 화자(話者)는 그 마음의 한 끝이라도 닮아가고자 한다. 그러면서 서리도 내리지 못할 잣가지와 화판(花判)으로 비유하여 기랑을 찬미하고 있다.
흐느끼며 바라보매 이슬 밝힌 달이 흰구름 따라 떠 간 언저리에 모래 가른 물가에 기랑의 모습이올시[모습과도 같은] 수풀이여.['기파랑의 모습이로구나'하고 생각했는데 실은 어슴푸레한 저녁 강변의 수풀이었다.] 일오(逸烏)내[내[川]의 이름] 자갈 벌에서 낭이 지니시던 마음의 갓을 좇고[따르고] 있노라. 아아, 잣나무 가지 높아 눈이라도 덮지 못할 고깔이여[화랑의 우두머리여]. [시적 화자의 추모의 정이 집약된 구절로 신라의 이상적인 남성상인 기파랑의 인격을 잣나무에 비유하여 그의 정신적 숭고함을 찬양하고 있다.]
1-5행 : 기랑의 모습 6-8행 : 기랑의 원만한 인품(人品) 9-10행 : 기랑의 고결한 절개 예찬 1-5행 : ‘이슬, 흰구름, 모래 가른 물가 → 수풀 → 기랑의 모습’의 사고 과정과 표현을 통해 기랑의 고결한 모습을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6-8행 : 기랑의 인품을 ‘자갈’에 비유하여 원만하고 강직한 성품을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9-10행 : ‘눈’을 이겨내는 ‘잣나무 가지’에 기파랑을 비유하여 그의 고고한 절개를 예찬하고 있다.
‘찬기파랑가’는 기파랑이라는 화랑의 고결한 인품과 숭고한 이상을 예찬한 향가이다. 기파랑의 인품을 열거하거나 모습을 직접 묘사하는 대신 비유와 상징으로 세련되게 표현하여, 향가의 문학성이 매우 높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시적 화자는 이슬 밝힌 달이 흰 구름을 따라 떠간 언저리를 흐느끼며 바라본다. 또 모래 언덕에 깊숙이 냇물이 갈라 들어간 강변에서 그는 기파랑의 모습을 본다. 그러나 기파랑의 모습이라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고, 실은 어슴프레한 저녁 강변의 수풀이었다. 기파랑은 가지가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잣나무 같은 존재로, 눈이라도 감히 덮지 못할 만큼 고결한 존재이다. 시적 화자가 처한 상황은 이처럼 신성한 가치는 사라져 가고, 현실은 수풀만 우거지고 자갈만 가득한 비속한 상황이다. 그런 까닭에 시적 화자는 시름에 잠겨 있었던 것이며, 자갈 벌에서 기파랑이 지녔던 숭고한 마음을 좇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로 시작되는 낙구(落句)에서 시상(詩想)을 고양시켜 기파랑에 대한 흠모의 정을 절실히 표현하고 있다. (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
생몰년 미상. 신라 경덕왕 때의 승려. 향가에 능하였다. 특히 그가 지은 〈찬기파랑가 讚耆婆郎歌〉와 경덕왕을 위하여 지은 〈안민가 安民歌〉 등은 유명하다. 765년(경덕왕 24) 3월 3일 왕이 귀정문(歸正門)의 누상에 올라 신하들에게 “누가 길에서 위의 있는 승려를 데려올 수 있겠느냐.” 하였다.
'찬 기파랑가'는 어떤가? 특정 인물에 대한 찬양과 추모의 시이되 그 저변에 사회성. 역사성이 잠재해 있다는 점에 우리는 특별히 유의코자 한다. 신라사에서 화랑단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새삼 상기한다면 화랑을 기린 노래가 단순한 찬양가에 머무를 수 없고 어떤 의미로든 신라 왕조의 역사 및 사회적 변동 양상과 무관치 않음을 깨닫게 된다. 경덕왕이 이를 두고 이를테면 '善(鄕)歌' 라는 표현을 피하면서 굳이 '其意甚高' 라는 의미심장한 평가를 내렸다고 본다. 또 그런 노래가 이미 궁궐에까지 유입되었을 것이다. 단순한 서정시라면 임금의 처소에까지 들어가서 그의 뇌리에 남아 있을 리가 없다. '찬 기파랑가'는 개인적인 진술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또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작품의 문면에는 '화랑'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 확실하지 않으나 하나쯤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노래를 사회성과 격리시킨다면 문학과 사회의 상호 관계를 좁게 해석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설사 기파랑을 간주하지 않고서도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