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저만치 가고 있습니다.
마당가 밤나무가 하나 둘 여름동안 입고 있던 옷을 벗기 시작하더니,
오르 내리는 기온을 끝내 견뎌내지 못하고
갑자기 불어댄 바람앞에 이젠 거의 알몸이 되었습니다.
나무들이 벗어놓은 옷은 이제 퇴색되어 가랑잎이 되었습니다.
텃밭가에 심어놓은 화살나무입니다.
참빗살나무라고도 합니다.
홋잎나무라도도 하구요.
이른 봄에 새싹으로 올라오는 잎을 나물로 먹습니다.
'홋잎'이라고...그 잎을 따서 차를 만들면 색도 향도
그야말로 봄의 향기 물씬 물씬 입니다.
봄의 향기만이 아니군요.
단풍도 이렇게 예쁩니다.
얼마전 담아 놓은 사진입니다.
예년엔 늦가을까지 감나무에 주렁 주렁 달려있는 감들이 꽤
있었는데, 올해는 드물더라구요. 감도 작황이 좋지 않아
나무에 남겨진 감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요.
이 감들은 주인님이 왜 따지 않았는지 아직도 남아 있더라구요.
이 사진은 지난 번 지리산에서 눈꽃을 만나고 거림쪽으로
하산하면서 만난 늦가을의 정취입니다.
계곡옆으로 난 오솔길에는 가을향기 물씬 물씬 풍기는
나뭇잎들이 융단처럼 깔려 있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돌배'입니다.
아주 좋은 약효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위로 자라는 나무를 올려다보다
나무에 남아있는 돌배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한 번 시험삼아 흔들어 보았더니 이렇게 열매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걸음이 더 가벼워졌습니다.
도반스님의 카메라에 제가 포착되었군요. ㅎㅎ
거림쪽의 등산로가 끝나는 지점에 이렇게 멋진 소나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멋진 산행이 되었느냐고 묻는듯이 말이죠.
거림쪽 마을엔 이렇듯 곶감을 주렁 주렁 매달아 말리는
곳이 있었습니다. 정말 멋지더군요. 곶감을 매달아 말리는
기구도 참 신기하구요.
깍아 매달아 놓고 45일정도면 반건시로 출하를 한다더군요.
좀 내려오니 다른집의 곶감 말리는 곳이 있었는데, 웬 연기가 나더라구요.
유황이라고 하는데, 곶감의 색깔을 예쁘게 한다지요?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던데...맞나요?
거림 마을 앞산엔 가을물이 깊게 들어 있었습니다.
저희집 마당엔 잔잔한 돌들이 깔려 있는데, 나뭇잎이 지기 시작하면서
날마다 나뭇잎 주워내는 일이 작은 일과가 되었습니다.
도량이 청정해야 삼보님이 강림하시기도 하구요.
이젠 그 나뭇잎마져 거의 다 지고 없습니다.
그러니 저만치 가는 가을입니다.
첫댓글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 풍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