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의 화이트 크리스마스_백년만의 작성자 : ds5gto 작성일 : 2002/1/11 오늘은 기분 좋은 날, 이유 없이 기분 좋은 날~ 창 밖을 바라보니 눈이 제법 내린다. 2001/12/25 (화) 크리스마스인 오늘 눈이 오다니 ...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4 년 이후로 처음이란다. 나의 본능은 행동하라고 명령한다 고어텍스, 아이젠, 스틱까지 갖추고 산행길을 나선다.순식간에 화명동 -> 동문 ->북문 ->고당봉 ->금샘 ->금강암 ->범어사로의 코스가 머리 속에 그려진다. 12 : 00 경 북구 보건소 앞 20분쯤 기다리니 산성행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기사는 손을 흔들며 그냥 지나간다. 아마 내 등산복장을 보고는 눈이 덮여 산성 마을까지 운행하지 못한다는 신호인 모양이다. 파리봉 코스로 오르기로 맘먹고 가는데 뒤따라 오는 산성행 버스가 정차하더니 타라고 한다. 이제 차량통행이 되는구나! 그런 생각도 잠깐! 애기소 입구에서 경찰차가 도로를 가로막아 차량 통제를 하고 있다. 차없는 차도로 오르기로 했다. 2~3cm 쌓인 눈을 밟으며 오르는 차도라 정말 그 기분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일생에 이렇게 눈 덮인 차도를 한 번이라도 걸을 수 있을까? 도로 위에 하얀 눈 홀로 내려 쌓였어라 흰 눈 하얀 도로 혼자 걸어 좋아라 밟지 않은 눈 혼자 밟아 쓸쓸해라 산성마을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간간이 다닐 뿐 등산객은 보이지 않는다. 두꺼비 식당에서 칼국수 점심하고 능선에 올라서니 크리스마스는 축복을 내리고 금정은 흰머리 소복하다. 나비암에서 부부등산객을 만난다. 초보인 그들을 하산길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구서동 방면 산행로를 친절히 안내해 주고 고당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첫눈 내린 금정은 걸음 걸음 설레임이고 맘속에 소복한 사랑은 하얗게 그립구나 4 망루에서 기념사진 한 컷으로 흔적을 남기고 등산객이 거의없는 금정산 능선길을 걷노라니 오늘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속에 소중히 기억하고 싶어라 북문에 도착하니 흰눈쌓인 넓은 뜨락 딩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늦게 올라온 등산객이 고당봉에 갔다오면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묻는다.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자 다들 범어사 방면으로 발길을 돌린다. 고당봉에 올라서니 오후 4시 38분 눈 바람이 차갑게 휘몰아친다. 금샘으로 가는 산행로에는 발자국 하나 없는 눈길을 걷는 마음이 새롭구나 금샘은 물 대신 흰눈으로 가득 쌓여 있다. 눈 덮힌 금샘과 북문을 배경으로 카메라에 담고 다시 금강암으로 내려가는 길 또한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는 즐겁고 새로운 나만의 길이다.
오늘도 산행하면서 빠르게만 지나가는 인생속에서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 좋은 것들 남겨두고 슬픔은 덮어두고 복잡한 것은 잠시 잊어버리고 행복한 하루 하루를 맞이하는 날로 기억하고 싶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