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의 수록곡들 중레서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는 각별하다. 뮤지션의 순수한 진심과 음악의 의도와 이만큼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으로 시작해 ‘그대, 별이 지는 밤으로’ ‘열일곱 그리고 스물넷’ ‘사랑해’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제목만으로도 절절함이 전해지는 소박한 자기 고백이다. 창작력은 빛났고 노랫말은 진솔하면서도 소박해 마치 그 당시 젊음들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김종진의 노래는 흔히 정의하는 절창은 아니지만 과장되지 않은 정직함을 지니고 있어 ‘사랑해’나 ‘열일곱 그리고 스물넷’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함에 있어 흐트러짐이 없다. 진정한 연주인으로 남고자 했던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최상의 스튜디오 세션의 도움과 본인들의 기본적 실력과 아이디어로 구현된 연주곡들은 이후 진지하게 음악을 하고자 했던 후배 뮤지션들에게 모범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그리고 이는 앨범의 구성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요소이기도 했다.
현재 관점에서 놀라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통용됐다는 사실. 이례적으로 라이브 앨범을 그것도 두 장짜리로 발표해 성공을 거둔 기록은 이들이 얼마만큼의 인지도를 누리고 있었는가를 증명해준다. 평단은 그들의 음악에 비교적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단지 이들의 음악을 장르적으로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는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정의내리지 못했다.
사실 돌이켜보면 음악으로써 소중한 의미를 획득한 이름들 대부분은 명칭상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서구에 비견할 만한 환경을 정립한 전문가들의 등장은 90년대 후반의 일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역시 80년대 동아기획으로 대변되는 감성으로 설명되는 편이 이해가 쉽다.
따라서 일부로부터 최선의 선택으로 여겨졌던 생경한 이름들과의 유사성에 봄여름가을겨울을 대입하는 방식이 와닿을리 없었다. 80년대의 이름들과 그 속에 자리한 봄여름가을겨울이 여러 해석에도 오늘날까지 소중하게 기억되는 건 어쩌면 그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