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 눈이 내린다.
눈은 계곡에 부는 바람의 속성을 오롯이 드러낸다.
비스듬히 사선으로 내리던 눈발이 대만 남은 고추밭 언저리에 이르자 도로 하늘로 솟구친다.
은행나무를 크게 휘감으며 회오리치던 눈보라는 물 마른 계곡으로 달려가서 사라진다.
계곡이 목말라 하는 걸 알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물이 되어 바위 밑에 흐르다 언젠가는 구름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알 일이다.)
손가락이 얼어 목 박는 총의 방아쇠 당기기가 힘든 날씨다.
장갑을 벗고 손을 비빈다.
그때 동네 아저씨가 다급하게 나를 부른다.
언덕길이 미끄러워 경운기를 엎어버렸다고 한다.
다친 곳이 없노라시니 천만다행이다.
접을까말까 하던 차에 긴급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이장님과 함께 경운기와 한참이나 씨름했다.

모조리 지켜 본
이 녀석들이 드뎌 나를 동네사람으로 인정하는 가 보다.
허구헌날 나만 보면 짓던 놈들인데....
존경하는 눈빛을 다 보내다니...
"날도 궂은데 차탁이나 만드시지요?"
이장님이 살가운 미소를 지으며 내가 차탁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며칠전에 두어 개 다듬어 드렸더니...
어디선가 소나무를 몇 둥치나 경운기에 실어 날라 마당에 펼쳐 놓고,
내가 현장 쉬기만 기다렸으니 옳다싶은 모양이다.ㅎㅎ

이때만 하더라도 긴가민가 한 모양 이더라.
"기둥 깎는 일이야 잘 하시겠지만, 엔진톱 쓰는 것이야 우리보다 나을 게 뭐 있겠어요?"
이장님 말씀에 나는 아무 말도 안했다.
(로그빌더를 너무 몰짱하게 보는 거야? 뭐냐? ㅋㅋㅋ)

흡족하신 모양이다.
겉모양을 잘 보고 나이테의 형상을 추정해서 켜다 보면 때로는 예쁜 나뭇결을 얻을 수 있다.
그런 것이 육송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것이다.
비교적 괜찮은 무늬가 나왔다.
무늬는 생기게 하고, 섬유질을 절단하지 않도록 켜는 것이 다탁의 변형을 줄이는 노하우.
에스자로 굽은 나무를 에스자가 드러나도록 켜는 것이 섬유질을 절단하지 않는 방법이다.
때론 일부러 굽은 쪽의 등을 켜기도 한다.
이때 나뭇결은 타원형을 드러낼 것이다.
어렵사리 구한 소나무를 아무렇게나 자르거나, 우연하게 무늬가 나오게 켜는 것은 프로 빌더의 태도가 아닐 것이다.
자! 그럼 엔진톱으로 썰렁썰렁 썰어 다탁 만드는 방법을 보이고자 합니다.

원목의 그루터기로 다탁을 만드는 법.
엎어서 쓰면 다탁이 됩니다.
네 개의 발은 만들거나 생김새에 따라선 세 개의 다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갈라지지 않게 말리는 법이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숙제! ㅋㅋ

삼 등분한 위 선을 옆으로 켭니다.
물론 어떤 경우가 테이블의 표면을 예쁘게 할 것인지 예측해야 합니다.

켤 곳을 연필로 표시합니다.
양 마구리에 표시하고, 먹줄로 양쪽을 잇는 선을 그어야 좋겠으나, 숙련된 분은 그냥 해도 무방합니다. ㅋㅋ
저는 필링(껍질 벗기기)하기 싫어서 그냥합니다. ㅎㅎ

한 쪽 발을 자르고 다듬었습니다.
또 한 쪽을 같은 방법으로 하면되겠죠?

헉! 벌써 다 만들었습니다.
가운데를 파낼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엔진톱 바의 길이가 가공 부재보다 짧을 때는 양쪽에서 찔러 켜기를 해야 하는데,
약 5도쯤 상단으로 켜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운데 흠이 남을 수 있습니다.


다탁 세 개 만들 무렵,
존경하는 이장님께서는 삽겹살을 굽기 시작합니다. ㅋㅋ
그 이후는 회원님께서 미루어 짐작하소서^^
안녕^^
첫댓글 어쩜 저렇게 이쁜 무늬가 나올수 있을까
너무 이뻐요
근디 교장셈은 나무를 가지고 노는것처럼 너무 다루는게
존경스럽습니다 그런 재주 부럽기도 하고요
노골적 칭찬 환영^^
이장님은 잘 계시지요?
이장님은 저녁마다 회의 간대요.
ㅎㅎㅎㅎ 존경의 눈빛 맞네요~
저마다 자신의 영역에 경지라는 것이 있게 마련인데...
오, 한 마디 한 마디에 고개를 끄덕일 뿐입니다.
나무도 사진도 글도
마루님 손끝만 닿으면...
'짠'하고 작품이 되고마는군요~~!!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배부른 犬公 3 입니다)
숙제 1. 탱자나무 몽둥이를 들고 서서 갈라지면 죽인다 엄포를 놓습니다.
2. 죽을때 까지 갈라지지 않겠다고 서약을 합니다.
3. 말 안들으면 뙤약볕에 내놓고 불질을 하겠다고 협박합니다.
4. 화목 난로 옆에 두고 갈라지면 들어간다는 것을 암시해줍니다.
트고 찢어진 데는 후시딘을 바르는 게 어떨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