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prolog)
2012년4월8일.화창한 봄날 움트는 가지마다 새 생명의 탄생과 시작을 알리는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주 때아닌 강풍에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시린 겨울날씨를 맛보는 봄속 겨울이였다.하지만 그새 따스한 남녘의 훈풍이 녀석들을 잠재우며 비로서 봄다운 봄을 우리곁에 성큼 안겨 주었다.
몇일 안본것일까?아니다.못본 것일게다.변화무쌍한 날씨탓에 느즈막히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 목련이 제 몫을 대해주고 있을때 이번에는 벛꽃들의 춤사위가 수줍게 고개를 여밀어 활짝핀 미소를 머금은 채 답례를 해댄다.
이에 뒤질세라 따스함을 머금은 온기가 드문드문 피어난 진달래마져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보텐다.이제 정영 기어코 봄이 찾아 온것일까.봄이 왔으니 바쁘긴 꽃들만이 아니다.
춘사월(春四月) 세상은 두터운 옷가지를 벗어 버리고 산뜻한 옷가지로 형형색색의 물감으로 채색을 시작한다.그래선지 김소월님의 "진달래꽃"도 떠오르고 가곡"봄처녀"의 가삿말도 떠오르며 봄의 주제가 되는 것들에 대한 콧노래들이 흥얼 거려진다.
그 싱그럽고 향기로운 봄바람을 가르며 이번에는 배를 타고 가는 낭만산행,바다와 산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그곳,섬 산행을 떠나 가려 하니 마음은 이미 벌써 바쁘기 시작한다.
그럼 이제 섬 산행 제 3탄 ..전북 위도를 향해서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어 보자.
TO 산벗 홍 연
위도(蝟島)를 가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서두르고 준비를 해야한다.섬 산행이다 보니 들어가고 나오는 뱃시간과 산행시간까지 일정에 맞춰 살펴야 하는 수고스럼움을 떠안아야만 한다.
그런 위도는 1963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전북 부안군 위도면에 속하며 가구수 600여호에 인구는 약 1,600여명이 살고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기록을 살펴보면 옛날 고려시대부터 유배지로 이용 되었다 하며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에서 이상국을 꿈꾸는 율도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또한 위도 근해는 칠산어장을 중심으로 조기와 우럭 돔 농어 광어등 고급 어종들이 많아서 낚시꾼들의 사랑과 각광을 많이 받는곳 중에 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도가 늘 풍요롭고 평화스럽기만 하지는 않았다. 1992년 서해 훼리호 사고로 292명의 사망자와 70명의 생존자를 낸 큰 해난사고가 있었으며 핵 방폐장을 둘러싸고 주민과 지자체 정부와 마찰로 인해 아픔과 갈등,그로 인한 첨예하게 대립된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고 태풍으로 인해 수 백여척의 배들이 수장되고 크고 작은 사고로 얼룩지고 멍이든 비운의 섬 이기도 하다.
위도를 들어가기 위해 멀리서 오신 회원님들이 가벼운 담소를 나눈다.전주 익산 광양 고흥 목포 그리고 광주에서 올라오고 내려오신 회원님들덕에 늘 반갑고 그립고 고마운 분들이다.
격포항에서 보면 멀리 위도가 한 눈에 들어오고 수시로 드나드는 배와 포구에 정박해 있는 크고 작은 배들로 인해항구는 늘 부산하게 움직인다.
포구의 관문인 방파제 사이로 두 개의 등대가 마주보고 서 있다.아직까진 물결도 잔잔하고 바람도 쉬어가듯 포구는 따스한 봄햇살이 감돈다.
석벽위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자리한다.방파제를 중심으로 채석강(彩石江)이 모습을 살짝 드러내고 있다.
아직 제철이 아니다.포구에는 고깃배들이 나란히 정박해있다.아마도 풍어기가 되면 포구의 배들은 눈코 뜰새 없이 바빠질것이다.
격포항 여객 터미널.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섬을 오가며 만나고 헤어지면서 섬에서 필요한 물건과 물자들이 수시로 오고가는삶의 교차점이 되어지는 장소이다.
위도는 일명"고슴도치 섬"이라고 부르고 현지 사람들은 토끼섬 이라고도 부른다.이유인즉, 섬의 형태가 지도를 놓고 보면 고슴도치 내지는 토끼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워진 모양이다.
섬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결코 싼 요금이 아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성수기때는 더 오른다니 4인가족을 기준으로 차량을 도선 하려면 꼭 알아서 점검을 해 두어야 할 것이다.
터미널 내에 비치된 명함들.섬여행을 하게 되면 꼭 필요할 것들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 보는것도 중요 할 것이다.
오늘 우리가 타고 들어갈 철선이 입항을 했다.배가 들어오고 나니 기다렸던 반가운님이 오신냥 벌써 마음은 환해져온다.
위도로 향하는 배를 배웅이라도 해주듯 낮게 날아오던 갈매기 한 마리가 인사를 건낸다.카메라로 순간 캡쳐하기가 어려웠지만 녀석이 포즈를 잘 잡아줘서 멋진 사진을 담아 봤다.
여기서 잠깐,뜬금없이 "새옹지마"란 고사에 대해 한번 알아 보고 가자.옛날 중국에 새옹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어느날 기르던 말 한 마리가 홀로 집을 뛰쳐 나갔다고 한다.
주위에 사람들은 안타까워 하며 새옹이라는 사람에게 위로를 하고 아쉬움을 함께 했는데 새옹이라는 사람은 별스런 일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말이"말이 나갔으니 또 언젠가는 돌아 오겠지요"라며 낙관적인 생각으로 잊고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 어느날 집을 뛰쳐 나갔던 말이 정말 돌아 왔는데 말의 무리들을 이끌고 나타났다고 한다.때아닌 어부지리로 말을 수 십필 얻은 것이다.
그뒤로 좋고 나쁜일이 여러번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때서야 새옹의 일을 겪고 보고 나서야 "새옹지마"라 했다 한다.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여기저기서 여러마리가 나타나 가는길을 심심치 않게 만들어 주었다.마치 새옹옹이 된 기분이랄까.
갈매기도 사진 찍는 것을 아는것일까.태극기가 휘날리는 그 사이로 힘찬 날개짓으로 멋진 포즈를 잡아준다.날으는 갈매기를 배경으로 디카로 찍는다는건 순간 캡쳐가 굉장히 여려운 일이지만 부지런한 손놀림탓에 드디어 내 카메라에 쏙 들어와 멋진 사진 한 장을 만들어주었다.
배를 타고 가는내내 선실내에 있질 않고 차가운 바닷바람에 몸을 맡겨 봤다.봄이라지만 봄바다는 아직 채 차갑다.비록 바람은 차갑지만 수려한 자연경관을 담아 올 수 있음에 기꺼이 수고스러움을 자처했다.저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섬이 위도이다.
갈매기 다리를 자세히 보면 한 쪽 다리가 없다.말없는 동물이라지만 어쩌다가 다리를 잃게 됐는지 저녀석을 보살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진다.
격포항을 떠나올때 부터 우릴 줄곳 따라온 녀석이다.선상에서 과자를 던져주면 받아 먹는데도 타고난 재주를 지녔다.선상에서 던져주는 새우깡은 그들의 간식꺼리다.
격포항을 떠나온지 30여분.선미 프로펠라에서 만들어내는 하얀 포말 거품위로 격포항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만 간다.
격포항에서 위도까지의 직선거리는 약14km.배를타고 가면 약 40여분이면 도착한다.파장금 선착장에 도착을 하게 되면 섬을 일주하는 버스가 대기 하고 있다.이곳 섬에서의 버스는 주민들을 위해 편리를 제공받지만 산행객과 관광객들로 버스는 이곳에서 섬주민들의 발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혹 이곳을 방문하시거든 꼭 버스를 타보시라.개그맨 코미디언도 울고갈 기사님의 입담과 해박한 지식에 웃음은 덤으로 얻는다.관광안내까지 도맡고 있는 기사님의 입담은 지루할줄 모르는 산행길을 열어주기에 충분하다.
서둘러 나오는 산행객들.격포에서 40여분을 왔지만 물빛은 격포항과는 사뭇 차원이 다르다.맑은 공기와 오염되지 않는 바닷가.그 사이로 시원하고 깨끗한 바람 한 점이 산행객들을 맞이해 준다.
잔잔한 바닷가의 포구.한적하고 평화롭기까지 하다.정영 이곳이 홍길동이 이상국을 꿈꾸는 율도국이란 말인가?일본 오키나와 섬을 가면 홍길동이 활동했던 흔적이 있다고 하는데 실존인물 홍길동이 과연 어디에서 이상국을 건설했는지 그 진실과 실체는 아직도 학술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시원하게 탁 트인 조망에 가슴마져 상쾌하다.아늑해 보이는 해변이 위도 해수욕장이다.위도 내에는 이곳을 비롯 3곳의 해수욕장이 더 있다.
남도의 산행을 할때면 흔하게 보는 생강나무가 여기서도 꽃을 피웠다.
진달래를 보니 이런 시 하나쯤은 있어야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진 달 래 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서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우리네 아낙들은 진달래꽃잎를 넣서 화전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그 때를 떠올리며 막걸리 한 잔에 진달래 몇잎을 띄워 마셔본다.이때만 맛볼 수 있는 막걸리 맛이야 말로 천하일미(天下一味)그 자체이다.
망월봉 정상..
해발고도 255m 경도 126도 18분 02초
위도 35도 36분 20초 내가 서있는 지점이다.
위도의 정상 망월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한 마디로 거칠것 없이 맑고 시원하고 상쾌하다.정상에서 바라보면 고군산열도와 새만금방조제가 아스라이 눈에 들어온다. 저 어디쯤 2월에다녀온 신시도와 대각산이 있을거란 생각에 잠시 그때를 회상해본다.
처음 아는 사실이지만 동백꽃도 토종이 있고 재래종이 있다고 한다.장미꽃처럼 피는것들은 재래종이라고 하는데 꽃잎이 질때면 토종과 달리 지는꽃잎이 지져분 하다고 한다.
위도를 나가기 위해 파장금 항에서 기다리는중 우리가 타고 나갈 배가 입항을 하고 있다
격포항을 끼고 바닷가를 바라보면 우측에 우뚝솟은 채석강(彩石江)이 자리하고 있다.중생대 백악기시대에 걸쳐 이루어진 암반은 지금으로부터 약 수 억 수 만년 동안 침식과 퇴화,풍화작용에 의해서 생겨난 자연현상이지만 그 모습이 아름다워 마치 한 권 한 권 책을 쌓아 놓은것처럼 생겼다.
채석강의 이름의유래는 옛중국의 당나라시인 이태백이 뱃놀이를 하다 술에 취해 달을 따려고 물에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비슷해서 불리워진 이름이다.
얼핏 한 눈에 봐도 한반도의 역사가 지질학적 생태학적으로 매우 귀중하고 소중한 학술적 가치가 클것으로 여겨진다.1976년 4월 전라북도 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되었고 이어 2004년11월17일 명승 제13호로 지정되었다.
섬에서의 산행.하루가 즐거웠다.빠르게 빠르게 사는 세상이라지만 하루쯤 여유를 찾는다는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없다고 종종 말을 한다.
그 여유가 기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활력과 충전,그리고 잠시 나를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되어줌은 또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지..
인생에 있어서 성공의 목표는 가치있는 삶을 살았을때 비로서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쥐어진다.올바른 생각이 올바른 삶을 낳고 그 올바름이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는 그래서 건강해야만 하는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무릇 봄이란 자고 나면 바뀌고 돌아서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꿈꾼다.산너머 남촌에선 이미 꽃들이 지즐대고 바람의 끝은 가끔씩 열정의 바다를 꿈꾸게 해준다.
그래서 섬이란 늘 돌아서면 그립고 안보면 간절이 생각나게 만든다.그 섬산행이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서 줄런지 벌써부터 마음은 또다른 섬산행을 준비하고 있다.
2012.4.10
산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