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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소모임이 간략하게 후기를 올리는데요,
글쓰기 소모임은 '글쓰기'가 핵심인만큼 후기도 남다르답니다.
바로 모임에서의 서로 나눈 대화를 그대로 기록하는 방식인데요,
한 명씩 써 온 글을 낭독하고 그 글에 대한 소감을 나눈답니다.
모임 회원들의 글들은 개인적인 주제와 소재들이라 공유하기가 어렵지만,
모임 기록은 공유하기로 소모임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어떤 글을 읽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의 모임 기록이라, 기록만 읽으시는 분은 대화 내용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더러 있으실텐데 모임에서 어떤 식으로 대화를 나누는지 분위기를 파악하시는데는 무리가 없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때론 어마어마하게 긴 분량이라 스크롤의 압박이 있을 수 있으니 각오하고 읽어주세요ㅎㅎ
글쓰기 모임에 관심있으신 분은 카페지기(010-4156-7712)에게 연락주시거나 게시글에 덧글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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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017년 5월 23일 오전 11시 ~ 1 : 30
- 참여 : 놀다, 나비, 산티, 바라기
- 기록 : 놀다
* 간식
- 산티 : 마스카라를 포기하고 집 근처 빵집에서 사오신 호두파이와 세모난 빵
- 나비 : 가져 온 방울토마토 한 팩을 카페 부엌에서 꼭지를 일일이 다 따서 씻음
- 바라기 : 오렌지, 참외, 키위 세 가지 과일을 깍아서 두 개의 도시락 통에 가지런히 담아 옴
- 놀다 : 제주 여행가서 사 온 감귤파이와 집에서 쪄 온 호박고구마
놀다 : 자, 이제 시작할까요? 누가 먼저 읽으실래요?
바라기 : 전 좀 먹어야 되는데.
나비 : 나도
놀다 : 우리 그냥 먹고 시작할까요?
산티 : 그럼 제가 먼저 시작할게요. 전 아까부터 먹기 시작해서. 좀 부끄러운데 읽을게요. 웃긴데.
나비 : 별명 얘기했어요? 산티?
산티 : 저 산티. 산티아고에서 ‘아고’ 자르고 ‘산티’.
(일동 웃음) 전 너무 마음에 들어요.
산티 : 제목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주에 요즘 너무 문제가 많다, 혼란스럽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그리고 나서 썼어요.
(산티 낭독)
놀다 : 산티 읽는 도중에 미안한데, 조금만 더 천천히 읽어주면 안될까요? 우리가 들으면서 음미하고 이해할 시간이 부족해서요. 너무 빠르니까 말들이 그냥 귀로 들어왔다가 흘러가버리는 것 같아요.
나비 : 응. 그러니까. 좋은 말인데. 아쉬워요.
산티 : 아, 그럼 어디부터 다시 읽을까요.
놀다 : 다른 사람의 글을 낭독하는 부분부터?
산티 다시 낭독.
산티 : 제가 근데 이 글을 썼을 때, 제가 직장을 지금 안 나가니까 자유시간이 생겼잖아요. 이 자유시간이 대개 행복한건데, 이 시간에 뭔가를 만들어가고 능력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써야한다는 것이 주변의 풍경은 보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올 풍랑같은 시간만 생각하는거죠. 지금 굉장히 소중한 시간인데 그게 또 오히려 독이 되는 순간이 와 버린거예요.
나비 :불안하고 압박감 같은거?
산티 :네. 제가 삶을 대하는 자세이고 태도인 것 같아요. 지금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시간이 되고 환경이 되어도 온전히 누리질 못하고 또 다른 것을 쫓아서. 그런 삶을 살아온거죠. 제가 앞으로 가고 싶은 방향. 거기에 대한 위치와 지위가 될 수도 있고, 성공이란 표현이 될 수도 있고, 명예나 부가 될 수도 있는거고. 그런 욕망에 휘둘리는 거죠. 제가 속도를 조절하고 욕망을 조절할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비:그런 생각을 하게 된게 산티가 행복해지고 싶어서?
산티:그렇죠. 더 나은 삶. 명예를 더 얻을 수 있으면 좋겠고. 말 그대로 욕망이예요.
나비:(산티의 글에서) 행복은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행복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된다고 하잖아요. 근데 그게 대개 추상적으로 들리는 거예요.
산티: 연습인거 같아요 제가 프린터기 없다고 했잖아요. 아는 사람 집에서 뽑고. 오늘 화장을 단순하게 해왔거든요. 마스카라를 안했거든요.(웃음) 화장을 하나 포기하고, 조금 일찍 나와서 빵을 사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빵을 먹을 수 있다, 내가 돈은 좀 들겠지만 나눠먹을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조금 더 순간순간을 어떻게 보면 긍정적으로, 아름답게 감사하며, 그런 연습을 하는.
(중략) 주어진 것을 바꾸는 게 아니고 내 선택의 문제고, 내가 집을 사고, 차를 바꾸고 이런건 기쁨이라는거예요. 기쁨과 행복은 다르다는거예요. 행복은 더 고결하고. 순간의 행복은 소멸되지 않은 것들을 찾을 때 그렇다더라구요. 제가 민락동 살다가 장암동 이사갔는데, 햇살이 들어 오는게 너무 좋은 거예요. 매일 닦고 너무 행복했어요. 3년 살고 나니까 지금은 더 넓은 집으로 가고 싶어요. 지금 요즘은 우리 집이 싫어진거예요. 행복은 아니었던거예요. 기쁨이었던거예요.
(중략) 제가 부와 명예를 가져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겠는거예요. 그걸 가지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작가가 얘기하는건 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려움이 있을 때도 행복을 찾는 연습을 했기 때문에, 돈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는거예요. 이게 지금 한 단락을 가져와서 그런데 앞에서부터 읽으면 돈이 어느 정도 행복에 기여한다는 말이 있긴 해요. 전반적인 흐름이 내공이 있는 분인것 같아요. 나는 이런 인격과 수양을 쌓아야되는구나 하는 반성이 있었죠. 저는 자꾸 설명하고 인정받으려 들고. 이게 내공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자존감이 강하면 그걸 설명하지 않아도 뿜어져 나가겠구나. 이 책은 저한테 그런 생각을 많이 가지게 해준 책이예요. 사실 우리 딸이 빌려다 준 책이예요. 장암동 도서관에 가서 엄마한테 책 한권만 빌려다 줘. 그랬더니 갖고 왔어요. 제목이 이거예요.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나비 : 우리 아들도 나한테 골라준 책이 있어. ‘긍정적인 생각..’
산티 : 신간에서 자기가 골라왔다고 하더라구요
바라기 : 저도 휴직하고 느끼는 흐름이 비슷한 것 같아요. 휴직하기 전에는 절망적이었어요. 내가 대개 열심히 노력하고 애쓰고 내가 할 수 있는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불구하고 내쳐진 기분.
나비 : 학교에서?
바라기 : 네. 인정받지 못했다는 감정. 그런게 너무 아팠고. 교직도 성과급이라는걸 매겨서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대개 낮은 등급을 받은거예요. 제가 보기엔 제일 높은 등급을 받은 사람들이.. 보여지는 것만 가지고 평가를 하는거예요. 3학년 담임을 했느냐, 안했느냐. 저는 아이를 돌봐야하기 때문에 담임을 못했거든요.
(산티는) 휴직 들어가자마자 대개 열심히 하고 계시잖아요. 전 아무 것도 안했어요. 노력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픔을 삭히는게 오래 걸렸거든요. 몸도 대개 안 좋아서 누웠다가 일어나지지가 않는거예요.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정말 그때 제 기억으로는 하고 싶은대로 한거같아요. 자고 싶은대로 자고 TV보고 싶은대로 보고. 한 3달 정도는 그랬던것 같아요. 일찍도 안 일어나고. 그리고 나니까 이제 뭘 좀 해볼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갑자기 자유가 많이 주어지니까 애를 데려다주고 제 시간이 많아진거예요. 뭘하면 좋을까 생각해보니까 막연하게 책을 읽어야겠다, 책은 아무리봐도 손해되지 않을 무언가가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은맘이 추천한 책부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여러 번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하은 맘이 단기간에 천 번 읽기, 천 권의 독서를 단기간에 읽고 명성을 얻은건데, 그럼 나도 천권을 읽어보겠다 마음을 품고 많이 읽어보니까 다독도 좋은데 뭔가 마음이 허한거예요. 많이 읽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1년을 보내고,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을 만나게 됐고. 그저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고.. 그 분이 좋은 엄마 관련 강좌를 열었는데, 자기를 발견하는 공부였어요.
저는 한 번도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기질을 갖고 있는지 공부한 적이 없거든요. 근데 그 공부가 저한테는 앞으로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공부였다는걸 나중에 알게 됐어요.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하면서 뭔가를 하려고 했구나. 아직 잘은 모르지만 내가 이런 기질 때문에 내가 아이한테 이렇게 했구나, 하는걸 알게 되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야기하고 있구나, 행동하고 있구나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성취하려고 했지, 내가 가지고 있는거에 집중을 못했어요. 드러내려고 했지, 내 안에 품고 있는게 뭔지 보질 못했어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성공의 정의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그게 아니구나, 하는 것도 깨닫게 되고. 행복을 위한 공부를 하고 싶다면 자기를 아는 공부가 좋겠구나 생각이 들고.
(중략)
산티 : 이제 저는 행복하기 힘들었던거 중에 하나는 불안과 두려움인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일요일 오후4시였는데 아이가 시내를 가자는 거예요. 초등학교 4학년인데. 빨리 씻고 밥 먹고 해야 내일 학교 가서 피곤하지 않은데. 이런 생각이 드는거예요. 근데 그냥 나가면 되거든요. 책에 보면 두려움은 항상 있대요. 내일 하루 피곤하면 어때, 그런 식으로. 행복이란걸 어떻게 연습해야 돼?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그 중에 뭐가 있었냐면, 시내에 나가면 저녁을 해결해야 되잖아요. 저녁을 사 먹여야 되잖아요. 성장기인데 키가 안 크면 어떡해. 내가 그 애를 잘 못 해줬을까봐 나중에 그런 마음이 들까봐. 이런 불안. 자꾸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현재를 만족시키기 위해 나가자 그러면 나가고, 먹고 싶다 그러면 먹여야 되고, 그렇다고 니가 안 클수도 있으니까 못 먹어, 그러면 갈등이 되잖아요. 그 중심점을 찾는게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 행복 이퀄(equal?) 미래의 불안과 두려움, 이 두 가지를 중심을 잡는다는건 어려운 일인데. 아까 말씀하신 내 기준을 세워야 된다, 부의 기준, 행복의 기준, 이 정도 선에서 내가 양보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제시한 기준 말고, 내가 만든 기준이 있다면 좀 더 (잘)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바라기 : 아이들 노는거 보는게 지루하니까 관찰을 시작했거든요. 내가 돌봐줘야만 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얘를 보면서 배워지는게 많은거예요. 미래는 불안하고, 과거는 후회되고, 그러면 현재밖에 없잖아요. 얘가 노는걸 지켜봐주고. 얘를 보면 볼수록 느껴지는 건, 아이들은 온전히 현재를 살잖아요. 얘네들한테 배워야겠구나. 그게 너무 좋은거예요. 내가 항상 옳은 게 아니고, 미래라는게 준비할 수 있다고 준비되는게 아니고.
(중략) 제가 통제하는 틀에서 자꾸 벗어나는거예요. 이 안에서 움직이면 완벽한데 아이는 자꾸 자기 하고 싶은 데로 튀어 나가는 거예요. 돌발이 일어나니까 화가 나는거예요...그게 저의 기질이라는 걸 파악하고 나니까, 얘는 대개 자유로운 기질인거예요. 얘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한동안 내가 대개 숙련이 됐구나, 좋은 엄마가 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아이가 3학년 되니까, 아직 멀었구나. 내가 생각하는 학습량이라는게 예전에는 채워졌고, 근데 요즘은 안 되는 거예요. 얘가 지금 머물러있고 싶은 순간이 있는데 제가 자꾸 뺏어오는 거예요. 노는 것도 중요하고 행복도 중요한데 미래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다고 강요하는건 아니지만 얘가 그렇게 느낄 수도 있고, 충돌이 일어나는 거예요. 아이가 커갈수록 내가 흔들리겠구나.
아이한테 얘기를 많이 했어요.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 아이한테도 질문을 자꾸 던지는거예요. 그 균형점을 찾는게 너의 숙제다. 아이를 보면서 두 가지 마음이 들어요. (아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화나고, 해야 될 일 때문에 눈물 흘리고 그러면 또 마음이 아프고. 각자가 찾아가야 되는 숙제가 되는 거예요. 얘 삶은 자기가 찾아가야 되니까. 강요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찾아가는 걸 보여주는거밖에 없겠구나.
산티 : ‘니 기준에서 행복은 뭐야?’ 들었던 강연에서 ‘자신만의 기준으로 찾아봐라’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아이한테 물어보니까 직업이나 이런 걸 이루면 성공이고 행복인 것 같대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할 것 같대요. 사실 아이랑 의정부역 나갈 때 그때 기준이 된 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나 혼자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가족과 함께 살잖아요. 내 기준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준을 맞춰줄 수 있다면 그것도..대신에 나가서 밀가루 먹을 뻔 했는데 밥을 먹은 거, 이런 거에 위안을 찾으면서. 그래도 나름 밥에 고기 먹였어.(웃음) 다음 날 아이들도 피곤해서 짜증낼 줄 알았는데 짜증 안 내더라구요.
짧았지만, 내가 아이를 공부할 분량을 정해주고 감시하게 되는데 너무 불편했어요. 감시를 두 달 했더니 못 견디겠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니 인생은 니 몫이야’, 지금은 전혀 터치 안 해요. 전에는 분량 정해주고, 영어 3번씩 듣고 그랬는데. 딸이 자기가 부족한 걸 느끼면 시작하더라구요. 그렇게 시작한건 지속하더라구요. 그런 믿음을 가지니까, 이제 마음을 비웠어요. 일요일 같은 경우엔 애기가 먼저 일어났어요. 일어난 거 알았거든요. 기분이 안 좋은거예요. 더 누워자고 싶은데. 뻔한거죠. 휴대폰 아니면 컴퓨터 하겠죠. (근데 책에 보면?) 역지사지 하라는거죠. 왜 내가 기분이 안 좋을까. 왜 나는 그게 싫을까. 왜 그걸 못하게 하나. 계속 왜하면서 역지사지했어요.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엄마가 잔다, 아싸, 할 수 있는 기회다, 스마트폰을 할 수 있는 기회네.’ 동상이몽인거예요. 결론은 기대하지 말자. 현상을 그대로 보자. 내가 애가 일어나서 맨 먼저 숙제를 하기를 바라는건 제 기준이예요. 얘는 하고 싶은걸 하고 나중에 한단 말이예요. 그래서 저는 아침에 사실은 핸드폰을 보는 것도 그렇지만, 내가 기대를 안했다면 기분 나쁠 일도 없잖아요. 화는 안 나지만 그래도 정화되서 말이 나가겠죠. 좀 많이 선을 제 안쪽으로 늦췄다고 해야되나, 균형점을 저는 찾고 있어요. 내버려두려구요. 방치는 아니구요. 순영쌤 말대로 책을 읽고 자신에 대해서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찾아가게끔 끌어줘야겠다. 박물관이든 미술관이든. 많이. 그런 방향으로 전환해야겠다.
바라기 : 그걸 구분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걸 구분하고, 바꿀수 있는걸 찾고. 처음엔 분별이 안 됬어요. 안 되는걸 어떻게는 되게 만들려고 하니까 아픈거예요.
(중략) 들여다보니까 저는 울분이 많은 거예요. 성별 때문에 차별 받아야 되는 상황들. 거기에 아이가 들어오니까 또 다른거예요. 애를 돌보는 것도 남편은 도와주는거고, 엄마는 온전히 책임져야 되는 거고. 왜 내가 육아휴직을 해야 되나. 시간이 지나고나서 얘를 돌보면서 깨달은건, 엄마가 된게 대개 행복한거구나 하는걸 깨닫게 된 거예요. 아직도 마음속에 여자로 태어난거에 대한 울분이 반은 해소되고 반은 남아있어요.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은가 들여다보니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다름 사람들은 저처럼 울분을 토하지 않더라구요. 명절도 그렇고. 저는 다름 사람과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 이런걸 느끼고. 제가 바꿀 수 없는 문제에 대개 집착하고 있구나 깨달은거예요. 바꿀 수 없는건 인정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겠더라구요. 아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이도 내가 바꿀 수 없는 거더라구요. 이건 제가 이끌어 간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고,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거에만 집중하고. 근데 아이는 도움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산티 : 맞아요. 쉽지 않은거 같아요. 저는 엄마 정체성을 생각하고 있어요. 엄마로서 자아정체성을 가져야지만 남들 이야기나 다른 아이들 모습에서 흔들리지 않겠구나.
바라기 : 결국 바꿀 수 있는건 나밖에 없어요.
산티 : 다 기준이 다르니까. 자기 정체성에 따라서 다 다르니까요.
놀다 : 자, 이제 다른 분?
나비 : 마무리가 진짜 흐지부지해요. 어제 써가지고. 나비 낭독.
나비 낭독 끝난 후.
나비 : 가기는 두 시전에 도착했어요. 아침 11시에 도착했고. 2시 전에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계속 줄 서있고. 들어간게 4시쯤 들어가고. 거기서 음향체크하고 어쩌고 저쩌고 체크하느라고 보조 엠씨 설명 듣고. 계속 분위기 띄우고 있고. 쉬는 시간도 5분. 식사도 밥버거 주면서 20분 만에 먹고 10분은 정리하고 오라고 그러고. 1층에 벤치가 하나 있긴 있었어요.
바라기 : 출연료 있어요?
나비 : 없어. (중략)...그냥 테이블만 갖다 놓고 아무 말도 없어요. 스탭들도 너무 불친절하고. 이게 뭔 줄인지도 모르고. 이게 뭔 줄이냐고 물어보니까 스포 각서 쓰는 줄이래요. 그러면 얘기를 해줘야 되잖아요. 얘기도 안 해주고....그리고 경호원들이 쭉 서있어. 못가게 막는 것처럼. 물어봤지. 테이블 있는데 가서 앉아 있으면 안 되냐고. 안 된대. 금방 들어갈거라고 그러면서. 1시간 넘게 서있는데 허리 뽀사지는 줄 알았어.
산티 : 방송 보면 대개 좋아 보이는데.
나비 : 음향도 처음엔 노래방인줄 알았어.
산티 : 패널들도 말이 대개 많은가 봐요.
나비 :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편집한 사람들은 상 줘야 돼.
산티 : 가보고 싶었는데 안 가봐야겠다
나비 : 가지 마...결론은 생욕을 했어.
바라기 : 너무 재밌어.
나비 : 내 나이에 맞게 곱게, 어울리게, 자연스럽게 나이를 들어가야 되는데, 왜 이렇게 젊은 애들이 이뻐보이지? 그래서 미용실에서도 이 머리가 너무 이뻐보여서 해달라고 했는데. 머리 하고 나서 우리 아들한테 ‘엄마 어때?’ 하니까 ‘못 생겨졌어’. 나중에 우리 애들을 데리고 갔는데, (아마도 카탈로그를) 보여주면서 ‘엄마가 이 머리랑 똑같이 한 거야’ 그러니까 아들이 ‘안 똑같은데’. ‘우리 아들도 못생기게 해주세요’ 그랬어.
바라기 : 젊어서 못 한 거 나중에도 하지 말자 그러셨잖아요. 허리가 아프고 나서 못 해본 게 너무 많은 거예요. 괜찮을 줄 알고 놀이동산 가서 막 탔거든요. 확 꺽이니까 너무 아픈 거예요. 그러고 나니까 너무 슬프더라구요
나비 : 젊어서도 진짜 하고 싶었는데 못해본 일들 있잖아요., 젊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들.
바라기 : 할 수 있으면, 저 같은 경우는 지금이라도 해보고 싶은데 나이가 들더라도 할 수 있으면 해보면 좋겠다. (지금은) 스케이트 같은 것도 못타고.
아이가 뭐하고 싶어 할 때. 놀이공원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비가 오는 거예요. 애가 가자는 거예요. 비와도 갔는데 또 나름 재밌더라구요. 젖고 이런건 있지만 그때 안 갔으면, 어린이대공원이었는데 빗방울에 벚꽃이 막 떨어지고, 너무 예쁜거예요. 그게 대개 강하게 남았고. 눈 올 때도 갔어요. 이 추운에 가야겠느냐 하니까 가겠다는 거에요. 하면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많이 있지만, 했을 때 느끼는 느낌도 많구나. 그래서 기대가 되기도 하는 거예요. 오늘은 어떤 느낌이 있을까.
나비 : 애들한테 끌려가서는 온전하게 기쁘지가 않은 거 같아요. 애들이 하자는거에는 기본적으로 거부감이 있어요.
산티 :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제가 한 말을 애들이 그대로 표출하더라구요. 내가 우리 아이들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겠다. 그렇게 했어야 되는데(하는 말은), 소용없잖아요. 저희 애들이 달고 살더라구요. ‘뭐 할걸’. 지금 말 해봤자 소용없는데. 그게 지나갔는데 왜 말해, 제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더라구요. 그게 무섭더라구요. 제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기 어렵겠구나.
바라기 : 아이들이 손을 잡아끌거든 그건 천사의 손이라고 생각하고 가래요. 아이가 돈가스를 사달라고 하면 남편한테 돈을 받아서 돈가스를 사주고, 돈가스를 살 돈이 없으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 사주래요. 그러면 그건 강한 경제력을 가르쳐주려고 그런 거래요. (중략). 얘 아니면 내가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 싶기도 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산티 : <엄마학교>에 보면, 애가 숨 쉬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라고. 저는 바이블처럼 이걸 계속 읽어요. 작가가 엄마의 모델.. 제 정체성은 그렇게 가고 싶더라그요. 생각 날 때마다 구절구절 읽으려고요. 근데 근본은 안 바뀌어요. 뿌리처럼 깊어서.
나비 : 자연스럽게 엄마는 이런 엄마구나, 아이는 이런 아이구나 받아들이면 안 되나?
산티 : 저는 많이 흔들리더라구요. 저의 시행착오에 따라서 아이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잖아요. 흔들리는 엄마에 따라서 아이들이 좌지우지 되는게 안타깝더라구요. 제가 귀가 얇거든요.
나비 : 유병재가 (SNS에) 올린 어떤 글 보면, 사람은 천만번 흔들려야 인간이 된다고.
산티 : 그 말이 맞는 것 같더라구요. 빛이 없어봐야 빛이 소중한 것도 알고. 모르겠어요. 그 흔들림이 있기 때문에 내 나름의 중심을 잡아서 나아갈 수 있는게 아닌가.
나비 : 엄마한테 맞추지 못하는데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맞출 수 있을까. 우리 아들이 엄마도 누구 엄마처럼 맛있는 간식 해놓으면 안돼? 그 엄마는 뭘 해놓는데? 우동이나 00. 그럼 사먹어. (일동 웃음)
산티 :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중략)
놀다 : 바라기~ 이제 읽으실까요?
바라기 : 네 저는 제목은 ‘풀꽃다발을 엮으며’
바라기 낭독 후.
바라기 : 이날 친구 엄마하고 얘기하다가 늦어졌는데, 그 엄마 아이가 꿈이 선생님이래요. 그래도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게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나중에 드는 생각은 지방직이 되면 처우나 이런 것들이 나빠질거고. 밖에서 바라볼 때는 단단한 장벽이었는데. 변화되어가겠구나. 흐름을 막을 수는 없겠구나.
세간에 얘기 되는, 시간이 흐르면 쓸모없는 지식이 된다고 얘기하잖아요. 지금 이 아이들이 해야 되는게 뭐지?,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여기에 적진 않았지만, 학교로 돌아가면 무엇을 가르쳐야 되는 거지? 이런 고민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용은 아닌 것 같아요. 이걸 찾아가는 방법? 그거에 하나가 책 읽기고. 아이가 책을 읽고, 질문을 던지고 내가 원하는 걸 찾아가는 걸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내 아이한테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현장에서 아이들한테는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썼던 것 같아요.
산티 : 지식이 무용지물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진짜 공부라는 느낌을 못 받고 학교 공부는 다른데 목적이 있다보니까. 사실은 학문이거든요. 학문은 무너져내릴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그런 지식과 창의성이 많이 요구되는 사회잖아요. 지식과 자신만의 경험, 소통. 그것들로부터 창의성이 나온다고 데니스 홍인가, 로봇공학자가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저는 대개 공감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시대가 변한다해서 지식 그 자체가 나쁜건 아닌데 우리가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학문을 아는 즐거움을 알게끔 유도해주면, 제 교육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치게만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치기 전에 알려주고. 다 정답이 있는 양 그렇게 평가를 하고, 진짜 공부가 뭔지를 느끼지 못 할 뿐이지. 아이들은 원래 그대로 놔두면 뭔가를 배우고 느끼는 걸 좋아하고, 그럴만한 창의성도 있다..
바라기 : 초등학교는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은 고학년이 아니어서 그런지, 저학년까지는 배우는게 재밌고, 그런데 중학교까지도 그나마 나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가면 대학이라는게 있다보니까.
(중략) 방송에서 핀란드 다녀온 걸 본거예요. 학교 건물자체도 건물이 멋있고 이런 걸 떠나서. 학교 밖에 놀이터가 있고. 흙놀이 할수 있는데도 있고. 의무적으로 나가서 놀아야 된대요. 일정한 시간에 나가서 놀아야 되고. 영하 25여도 나가서 놀아야 된대요. 교실에 남아있으면 안된대요. 핀란드 보니까 그게 대개 부럽더라구요. 단순하게 부럽다, 우리나라는 그게 안된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나비 : 다른 밴드에서 누가 올려준 영상을 봤는데. 무어 감독인가.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음 침공은 어디?” 중 ‘교육을 제일 잘한다는 나라 핀란드’라는 영상) 핀란드에서 하는 교육이 제일 생각나는게 저학년들한테 각설탕을 주면서 구조물을 만들라고 한대. 쌓는게 대개 힘들대요. 그게 실패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그거 보고 정말 교육에 대한 철학 자체가 다르구나.
산티 : 그런 것 같아요. 우리 교육은 실패하지 않는 아이들을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가는 방향인 것 같아요. 실패의 두려움이 자존감에도 대개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조금만 어려움이 와도 그냥 꺽이는거죠. 실패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도전 자체도 안하고.
놀다 : 잠깐 5분만 쉴까요?
휴식 후.
놀다 : 저 읽을게요.
낭독 후.
놀다 : 예전에 뉴스에서 한참 나왔었어요. 최고은이라고. 시나리오 작가였어요. (말은 막 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ㅠ)
나비 : 물질적인게 대개 부족했잖아요. 꿈을 쫗아가는 거에 대해서 불안이라던지. 그 본인(최고은)이 학교 다닐 때.
놀다 : 늘 밝고 환하게 웃고 다녔기 때문에. 보기엔 잘 몰랐어요. 다만 가난했어요. 학교에서 같이 생활할 때 화장품이나 옷 같은거 선배들한테 많이 빌려서 썼던 것 같아요. 학생운동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을 것 같은데 자세히는 듣지 못했어요. 학생운동할 때는 후배들 챙기는 선배가 단대별로 달랐거든요. 고은이랑 저는 단대가 틀려서. 근데 나중에 듣기에는 고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학생운동에 집중을 못한다고. 그래서 몇 달 학교를 떠나 있기도 했고. 나중에 다시 돌아왔지만. 제가 학교 나오고 나서는 연락이 끊겨서 소식은 못 들었어요.
(중략)
바라기 : 그 분은 그렇게 안 살면 안될 것 같으니까 그랬던 것 같고. 일상적인 사람들은 그런 삶을 선택하기가 두렵고. 모든 사람이 달을 쫓으며 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놀다의 글이 현실적이고 공감가고. 제 관점에서 보면 놀다의 삶도 뛰어 들어가서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산티 : 드라마틱하고.
바라기 : ..좌절하고.. 그런 부분들이 마음에 와닿는것 같아요. 놀다의 삶 자체가 대개 버라이어티.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의 폭도 대개 넓고. 말씀하신 것처럼 주변의 가까운 분들이 돌아가신 경험이 많다고 얘기하신게 기억나는데 그게, 놀다의 글 속에 많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나비 : 놀다 만나기 전에 그 기사를 읽었었는데. 대개 놀랐어.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젊은 사람이. 이해가 안됐어. 주변사람들이 왜 방치했지? 왜 도움을 구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놀다처럼 한 방향만 보고 달려간 사람들에 대한 질투는 없었는데, 사람이 아까운거지. 그렇게 허무하게 갔다는 게. 죽는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바라기 : 마지막 부분에 쓰기도 했지만, 일찍 죽더라도 하고 싶은걸 하다가 죽는다면 미련이나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먹고 사는 일에 집중하면서 안정적으로 100살을 살았다해도 하고 싶은걸 미루면서 살았다면 그게 행복일 수 있을까. 죽는 순간 ‘그거 해볼 걸’ 하는 후회를 하지 않을까. 얼만큼을 사느냐가 행복의 기준은 아닌거 같아요. 어차피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요. 매 순간순간 무엇에 집중하며 사는가가 중요한 거 같아요. 무엇을 이루었는냐는 결과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았느냐하는.
나비 : 근데 그 사람의 발견된 상황이 대개 막 애처로워 보이는 거. 냉골에 몸은 아팠고, 며칠 동안 굶었고 이런 상황이.
놀다 : 음..저는 고은이가 후회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았으니까...(중략)
(중략)
산티 : 어떤 기준을 정해놓고 거기에 도달하려고하면 불안과 갈등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현재 순간의 최선이라고 믿는 것을 할 때 그렇게 하다 보니 거기에 도달했더라 이렇게 되면 좋은데. 과정에 의미를 부여해야한다고 하는, 결과에 너무 올인하지 말고. 내가 가고 있는 과정, 과정, 하루하루 성장함의 가치를 갖고,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날그날 의미를 두자.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됐어요. 자꾸 뭔가를 염두에 두고 가려고 하니까 조바심이 나고. 굉장히 속도에 쫓기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바라기 : 포기할 때 하나의 문이 닫히면 하나가 또 열린다더라구요. 이거는 포기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 가르침을 주겠지, 이렇게 마음을 바꾸니까 편안하게 포기하게 도는. (가르침을) 안 줘도 어쩔 수 없지, 자꾸 나에게 되뇌이니까 여기에서 또 배움이 있더라구요.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패턴이 있는데. 예를 들면 ‘이 모임에 와도 집중이 안 되고 그럴 바에는 포기할건 포기하고, 여기에서 가르침과 배움을 얻을 수 있을거야’ 하고 집중하니깐 좀 해소가 되더라구요.
산티 : 행복을 배워야 한다는게 추상적이고 배워야 한다는게 이해가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사실 욕망을 버려라, (그런데) 욕망을 어떻게 버려야하는지는 알려주지 않거든요, 행복을 추구해라, 행복을 어떻게 추구해야하는지는 알려주지 않거든요.
나비 : 그런 책들이 자기를 더 감옥에 가두는 것 같은 느낌이야.
산티 : 항상 즐겁고 행복하진 않으시잖아요? 그럼 행복을 찾지 말자 이런건 아니실거잖아요.
나비 : 기분이 꿀꿀한데? 뭔가 신나는 일을 찾는거죠. 쇼핑을 할까, 누구를 만날까.. 나는 구체적으로 뭔가를 이뤄야하고, 이루고 싶고 이런 욕망이, 나는 이 모임을 오면서 없어졌어. 예전에는 애들 땜에 안달복달하고.. 이제는 그냥 어쩔 때는 방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들한테 그래 너 하고 싶은대로 해, 이렇게 되는 거예요. 얘한테 쏟던 열정을 내가 하고 싶은 거에. ‘뭐 하고 싶지?’ 생각하는데 더 써요. (중략)
산티 : 저는 여기 오면 좀 다양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는게 저는 굉장히 음.. 자극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비슷해서 친숙하긴 하지만 또 다른 쪽에.
나비 : 나는 오늘도 생각이 정리가 안되네.
(중략)
바라기 : 그거같애요. 자기 공부, 엄마 공부, 이런거 하게 된 계기는 나는 나를 공부할거야. 깨달을거야 이런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아이한테 주는 것, 엄마한테 받았던 것, 자기 자신에 대한 공부가 되고, 내가 원하는 게 뭐고, 내 꿈과 욕망을 생각하게 되고. 처음에 출발이 나는 이걸 공부해서 이렇게 계획해서 가는 건 아닌 것 같고. 나는 계속 변화되어가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대개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가 뭐가 되지 않아도. 과거와 다른 내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되겠구나. 저는 의미를 대개 추구하는 것 같아요. 의미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걸 알게 된 거에요.
내가 이런 걸 왜 못하지? 그걸 항상 배우고 싶고. 안 되는 내가 대개 힘들고. 매사가 진지하고. 저는 이런 기질이고, 이렇게 살 수 밖에 없고. 그걸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지면서 그들이 가진 삶의 장점도 보게 되고.
나비 :갑자기 드는 생각은, 내 목표는 자유로워지는게 아닌가. 무슨 생각을 했냐면, 저녁에 집에 갈 때 달이 떠 있잖아요. 누가 나를 상자에 가둬놓고 구멍을 뚫어서 나를 바라보는게 아닌가. 구멍이 달이고.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을 내가 감당할 수 없어서 못 벗어나고 그 틀 안에서 갇혀 살았고. 애들이 항상 버거웠어요. 애들은 항상 짐 같고, 애들이 나를 엄마라는 틀에 가둬놓는 것 같고.
애들이 크면서 조금.. ‘(나비는) 이래서 이런 것 같애’ 사람들의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나에 대해 조금 알게 되고. 내가 애들을 보는 시선도 좀 자유로워지고. 나 자체도 좀 자유로워지고. 내가 하고 싶은게 보이고 시작하고.
바라기 :자유롭고 싶은건 누구나 그런 마음을 갖고 있긴 하지만. 저는 자유가 대개 무서운 사람이예요. 혼자 뭔가를 결정하는게 어렵거든요. 놀다 이야기를 들으면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혼자 영화 보러 가는 것도 작년이 처음이었고. 나비님한테는 또 다른 삶의 영역. 그래서 그걸 펼쳐가는 것이 나비님의 삶을 대개 풍성하게 해 줄 수도 있겠다. 저는 못하는 부분이고, 그렇게 경험한 삶을 다른 누군가가 지켜보고 그걸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은 대리만족도 되고. 나를 반추하는 삶의 경험으로도 보여지고. 저는 나비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삶을 표현할 수 있는 기법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게 글인데,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나비의 삶이 어떤 표현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펼쳐지면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가 될 수 도 있고, 기쁨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걸 찾아보시면 삶이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산티 : 저는 질문 중에 꼭 그런 모델이 있어야하나. 꼭 그거에 맞춰 나를 변화시켜야하나. (나비의) 그 질문이 대개 신선했어요.
나비 : 나는 그게 힘이 들어
산티 : 그게 과연 꼭 있어야하나. 내 모습 그대로.. 한번 생각해봐야겠어요.
바라기 : 작년에 모임에서 읽은 책 중에 <춤추는 고래>였나.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는 말이 저는 참 좋더라구요. ‘내가 왜 글을 쓰려고 하는거지?’ 하는 고민과 그게 맞물려지면서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게 대개 중요하구나.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법들을 가지고 있지?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떤 분들은 바로 대답이 나오는 분들도 있고, 그런 질문이 당혹스러운 분도 있고. 생각해보지 않아서 어렵다는 거예요. 주로 글쓰기나 그림이나. 저희 아이를 보면 주로 행동으로 이렇게 표현을 하는데. 제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할 때 ‘저 분은 어떤 표현방법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지? 나와 다른 방법을 가지고 있나?’ 생각해요. 나비의 삶이나 글이 항상 잘 연결되어 있어요. 글만 봐도 누구 글인지 알 수 있고.
(그 후로도 십여 분 쯤 더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저도 대화에 동참하면서 기록을 안 했더니 기억이 안나는 관계로 중략^^;;)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2.16 16:3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2.17 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