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피고 지는 게 인간사라고 하지만,
지난 초봄은 유난히도 춥고
눈도 비도 많이 내려
사람들의 마음을 상당히 춥고 아프게 했다.
석 달도 채 아니 된 지금,
많은 사람들은
‘언제 그랬든가?’하고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잊고 산다.
이제 완연한 여름이다.
세상을 제법 살아본 사람은
머지않아 가을이 오고
또 다시 겨울이 쉬이 다가옴이
선이 보인다.
하여 세월의 흐름에 겁먹지 않는다.
인생사
정말 부질없다.
나는 오늘 아침(2010년 5월 22일)에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조선일보에서
시(詩) 한 수 남기고 하늘로 간 ‘노숙시인’에 관한 기사와
그 노숙시인이 쓴 ‘집시의 기도’를 읽고
멍해지면서
가슴이 너무나 뜨겁게 아려옴에 한 참을 넋을 잃었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게 옳게 사는 걸까?’
‘사람의 행복이란 게 무얼까?’
이 어리석은 물음에
과연 정답은 있는 것일까?
누가 내게 답을 주면 좋겠다.
집시의 기도
-충정로 사랑방에서 한동안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의 시-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쉬웠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의 띠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환을 안긴다.
굶어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술친구도/ 그렇게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소주를 벗 삼아 물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철물점에 사서/ 청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 돼”한다.
그래, 이재/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 그 노숙 시인은 2009년 6월 1일 부천대성병원에서 숨을 거두고,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돼 벽제 화장터로 갔다고 한다.
올 하늘이시여,
이 노숙시인의 영혼에
평안한 안식을 주소서!
아멘.
첫댓글 마음이 저려오는군요~!~누군들 저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겠지요^*^노숙자들의 아픔이 전해 오는군요~~ 그래서 저의 현재의 삶에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집에 까지 오셔서 댓글을 달아 주시니 더욱 용기가 납니다.
좋은글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