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 고3 90% `용돈’ 벌이 알바 희망 실태
-업주 최저임금 위반 기본·`주휴수당’ 존재도 몰라
-“부당 알바 증명 하면, 단 `하루’ 일해도 보상 가능”
‘수능’이라는 관문을 지나 겨울방학까지 맞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관건이다. 그동안 참았던 일들을 맘껏 해보고도 싶겠지만, 대학에 입학하기 전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신이 쓸 용돈 정도는 벌어보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학생들이 예상외로 많다.
생애 처음으로 일자리를 찾아 면접도 보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 성인으로 사회에 나오기 전,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청소년 알바의 실상은 단순히 ‘시행착오’로 간주하기에 지나친 근로조건인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주는 경우는 다반사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주휴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으며, 욕설까지 일삼는 사업주들이 적지 않은 것. 특히 막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이 알바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이때야 말로 이런 사업주들이 호시탐탐 알바생을 착취하는 적기로 여겨진다.
지난 12월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수능을 마친 수험생 547명을 대상으로 ‘수능 후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가’를 물어본 결과 전체의 97.4%가 ‘그렇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거의 모든 수험생이 수능 후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38.3%는 ‘아르바이트가 두렵다’고 밝혔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42.1%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답변이 ‘고용주의 횡포’였다.
학생들은 단기 알바를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고용주의 횡포’에 노출돼도 회피하거나 묵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부당알바 신고 사례가 급증, ‘알바권리’를 찾으려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광주시교육청 산하의 민주인권교육센터(이하 센터)에서 운영하는 안심알바신고센터가 작년 한해(1월부터 11월까지) 광주지역 16개 특성화고등학교 및 학교 밖 청소년의 부당알바 신고 사례를 접수한 결과 총 138건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알바생이 급증하는 하절기와 동절기 두 차례 노동인권 교육이 이뤄지는데, 평균적으로 매달 10여 건 이상 알바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것이다.
신고사례 138건 중 108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위반 사항은 ‘근로계약서 미작성’이다. 센터의 박수희 상담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청소년 중 상당수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을 시 곤란한 상황에서 구제가 어렵다. 단기간을 일하더라도 서면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피해를 예방하고 사후 보상받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 체결해야 하고, 임금과 근로시간이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정확히 기술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한 부씩 보관하도록 돼 있다.
두 번째로 많은 신고사례는 94건이 접수된 ‘최저임금 위반’이다. 주로 학생들은 편의점과 건설업, 소규모 자영업소 등 단기알바로 인기업종에서 일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경우가 드물다.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대체할 인력이 많다는 것이 이들 사업주가 알바생들에게 들이미는 ‘반 협박 카드’인 셈이다.
청소년도 성인과 같은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인 5580원을 법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만약 이를 어기는 고용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한다.
‘최저임금 위반’과 쌍벽을 이루는 것이 ‘주휴 수당 미지급’ 사례다. 부당 알바 사례 138건 중 93건이 ‘주휴수당 미지급’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박수희 안심알바신고센터 상담사는 “대부분의 사업주들이 ‘주휴수당’에 대한 개념조차 갖고 있지 않은데다 학생들도 ‘주휴 수당’을 생소해한다”면서 “주휴수당은 타 업체가 주고 안 주고를 떠나서 반드시 지급돼야 하는 법정임금”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고 1주일간 개근했다면, 일하지 않았더라도 하루치 임금인 ‘주휴수당’을 요구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유급 휴일’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인 경우 금지돼 있는 야간근로 사례가 42건, 알바생이 일으킨 손해에 대해 임금에서 삭감하는 경우와 정해진 날에 임금 전액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 등 임금 지급 원칙 위반 사례가 37건으로 접수됐다.
하루에 한 시간을 일하다 다치더라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고 본인의 실수로 다쳤을 경우에도 당연히 산재 대상이 되지만 사업주가 이를 처리하지 않은 경우가 6건, 학생에게 욕설을 일삼은 경우가 2건이었다.
이러한 모든 경우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박수희 상담사에 따르면, 원래 부당알바에 대한 보상요구 절차에서 노동청의 중재로 고용주와 알바생의 합의가 종용되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지난 11월부터 광주시 비정규직지원센터 등에 상주하는 노무사가 알바생의 권한을 위임받음에 따라 ‘알바권리’ 회복이 한결 수월해지고 있다.
알바생 또한 ‘알바권리’를 침해받았을 시 이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수희 상담사는 “‘본인 입증주의’에 따라 피해자가 피해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근무기록, 임금 수령 기록 등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연장근무에 따른 수당을 받을 수 있는 5인 이상의 사업장의 경우 직원들과 사진을 찍는 등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최저임금 이하를 주는 사업장은 애초에 발을 디디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소년이 근무 중 부당대우를 받았을 때 고용부가 운영하는 종합상담센터(1350)이나 청소년알바신고 대표번호(1644-3119),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www.cyber1388.kr)로 신고하면 된다.
또는 광주시교육청 안심알바신고센터 062-712-6827 등으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