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시장 회복 따라 업체들 모시기 경쟁
통신장비시장이 상승세로 전환되고 국내외 장비업체들의 신사업 전개가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네트워크 전문가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18일 통신장비 업계에 따르면, 통신서비스(텔코)를 대상으로 한 BcN(광대역통합망), 이동통신시스템 분야를 비롯해 네트워크 보안, 기업용 무선 랜 등 일부 차세대 통신장비 부문에서 네트워크 전문인력 모셔가기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시장 회복을 겨냥해 신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국내외 네트워크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이들 업체가 국내 벤처기업 등에서 전문인력들을 무차별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중소 장비업체에서는 기업내 핵심인력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제 보장과 승진 인사 등으로 맞대응하면서 핵심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네트워크 전문가들을 서로 모셔가기 위한 경쟁이 확산되고, 이들의 인기가 갑자기 치솟고 있는 것은 부분적으로나마 통신장비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반증"이라며 전문가 영입 확산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국내 네트워크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한국화웨이(한국지사장 최호원)는 상반기에 10여명의 네트워크 전문가들을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가 영입한 네트워크 전문가들은 국내 유력 네트워크통합(NI) 업체와 해외 장비업체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전 직장에서 보다 훨씬 좋은 대우와 신시장 개척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를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 4G 기반 차세대 무선통신 R&D센터 설립을 추진중인 지멘스코리아(한국지사장 홀스트 카이저)도 최근 국내 통신사업부문을 대대적으로 보강하기 위한 인력 충원 작업에 나서고 있다.
지멘스코리아는 4G R&D센터 설립을 위한 이동통신 시스템 분야의 엔지니어 뿐 아니라, 광통신ㆍ BcN 등 차세대 통신장비 사업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NI 전문업체인 솔빛텔레콤(대표 김병수)도 최근 방송장비 시장 공략을 위해 차세대DB사업부와 NI전략팀을 신설, 방송 및 네트워크 통합분야에서 오랜기간 경력을 쌓은 영업인력을 최근 대거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솔빛텔레콤은 이들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디지털방송 및 NI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후발 네트워크 및 NI 업체들의 전문인력 영입작업이 이처럼 본격화되자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은 핵심인력 관리를 위한 문단속에 나서는 등 부심하고 있다. 최근 핵심 영업인력들이 해외 장비업체로 대거 이전해 어려움을 겪은 국내의 한 NI업체는 인력 이탈 이후 기업내 핵심 인력들에 대한 처우개선 및 각종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등 인력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한 외국계 네트워크 장비업체도 이번 정기 인사에 예상외의 파격적인 승진인사를 단행하는 등 외부기업의 인력 빼가기에 대해 본격적인 문단속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 전화 시대를 맞아 VoIP(음성데이터통합) 전문가 구인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통신서비스 업체에서는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준비할 운영인력들이 모자란 상황이고, 장비업체들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VoIP 연구개발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이다.
VoIP 전문가 구인난이 이처럼 확산되고 있는 까닭은 VoIP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크게 늘어난 반면 VoIP 전문가들은 2000년 초반 이후 시장이 위축되면서 그 수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 전화 상용서비스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 전화 운영 인력을 대거 영입하고 나선 데다, 국내외 장비업체들이 VoIP 장비시장에 공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연구개발 및 영업인력 구하기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삼성ㆍLG 등 대기업이 미래 신사업 전략을 강화하면서 IP 네트워크 전문가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고, 시스코ㆍ알카텔ㆍ지멘스 등 다국적 장비업체들도 VoIP를 비롯한 IP연구인력과 영업통을 스카우트하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력관리와 자금력에서 근본적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중소 VoIP 업체들은 이들 대기업의 주요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VoIP 중소 벤처업체 사장은 "올 들어 인터넷 별정통신 사업자, 대형 기간통신사업자, 다국적 장비업체 등으로 연구 인력들이 스카우트되는 되는 바람에 한참 진행중인 프로젝트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 업체에서는 해당 연구개발 및 영업인력에 대해 총 연봉의 20∼30% 가량을 올려 주는 특단의 방어전략을 쓰고 있지만, 대기업 및 통신서비스 업체의 전방위적인 스카우트 공세가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VoIP 사업 진출 및 IP 연구개발 사업을 위해 VoIP 전문가 영입작업에 나서고 있는 업체에서도 전문가 품귀현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IP 폰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한 중견 장비업체 관계자는 "IP 폰을 비롯해 해당 신사업부문에 추가로 50여명의 전문인력을 추가 모집할 계획이지만, 실제 마땅한 경력의 전문 엔지니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가의 연봉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지만 워낙 해당 전문가가 적어 신사업 추진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IP 전문가 구인난이 확산되면서 차세대 IT 기술의 큰 축인 IP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이나 통신업체들이 중소업체에서 연구개발 인력을 뺏어 오는 형태의 과거 인력운용 방식 대신, 대기업이나 통신업체들이 중소업체들의 기술력과 인력 풀을 아웃소싱하는 쪽으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