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회 우리동네 음악회 - ‘3 Bass와의 행복한 만남’
한 때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3 테너가 있었습니다. 플라시드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입니다. 이제 뚱보 아저씨 파바로티는 생존하지 않아 아쉽게도 3 테너의 아름다운 하모니는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6월 4일에 열린 114회 우리동네 음악회는 3 테너가 아니라 ‘3 Bass와의 행복한 만남’ 이였습니다. 바로 이연성, 김대엽, 전준한 3인입니다. 이들은 각각 독일, 이태리, 러시아에서 성악을 전공했습니다. 이 그룹은 멤버들이 공부했던 나라의 이름을 따서 Ge-Ro-I라고 불리웁니다. 이 말은 러시아어로 영웅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이 날도 여지없이 많은 음악애호가들이 면사무소 강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베이스의 감미로운 음색을 바로 눈 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리 흔한 기회가 아닙니다. 원래 해설을 담당하기로 했던 분이 오지 못하고, 이 연성님이 대신 따뜻한 목소리로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이날 3베이스의 뱃노래와 산촌의 매들리로 막을 올렸습니다. “푸른 하늘에 물새가 춤춘다 에야 데야 어서 노 저어라 임 찾아가” 우리의 귀에 익은 뱃노래는 언제 들어도 정겹습니다. 프로그램 상 세 번째 곡은 이연성 베이스의 그리운 마음이였으나, 해설로 인해 숨을 돌리기 위해 김대엽 베이스의 선구자가 독창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음은 독창은 이연성 베이스의 그리운 마음이 잔잔하게 이어졌습니다. 마침 오늘이 전준한 베이스의 생일이라 공연팀에서 직접 생일케이크를 준비했습니다. 관객과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자르는 정겨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종사람들’도 우리 마을에 소재한 번영수산에서 만든 미역 생일꽃바구니를 전달해 생일을 축해 주었습니다.
생일축하에 이어 생일맞이 전준한 베이스의 명태가 독창으로 이어졌습니다. 명태는 저도 자주 듣는 곡인데, 이 날처럼 실감나게 가사를 살린 노래솜씨는 처음 이었습니다. 정말 동해바다를 거닐다 잡혀 덕장에 걸려 마른 안주감으로 시인의 술상에 오르는 명태의 운명이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떠올려 졌습니다.
이날 프로그램은 크게 3부 즉, 한국가곡 스페셜, 러시아/이태리/독일 가곡의 세계, 오페라 속의 아리아 베스트로 구분되었습니다. 3 베이스는 같은 듯 다른 듯 멋진 하모니를 이루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이태리에서 공부한 전준한 베이스, 러시아의 대륙적 면모를 보이는 이연성 베이스, 그리고 독일병정처럼 옷차림에서도 절도가 풍기는 김대엽 베이스. 3베이스는 각자의 개성을 이어지는 2부 ‘여인과 사랑’이라는 부제는 단 3나라의 가곡에서 맘껏 뽐냈습니다.
3베이스가 합창으로 힘차게 부른 ‘먼 길을 따라서’는 청중을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노래 ‘그대를 사랑하오 (Ich liebe dich)가 독일출신 김대엽 베이스에 의해 올려 졌습니다. 그리그가 사랑한 여인 니나에게 바친 노래로 이들은 결혼에 이르게 됩니다. 이 곳은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조수미 소프라노가 불러 많이 알려진 노래입니다. 전준한 베이스의 칸쵸네 ‘넌 왜 울지 않고’가 이어졌습니다. 2부의 마지막 곡은 러시아 민요 ‘검은 눈동자’가 이연성 베이스에 의해 애잔하게 불렸습니다.
3부는 오페라 속에 등장하는 아리아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5곡이 연주되었습니다. 3베이스가 합창으로 올리는 첫 곡은 광대 바보가 등장하는 코믹 오페라 모짜르트의 돈 조반니 중 ‘카탈로그의 아리아’ 였습니다. 행위예술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이연성 베이스가 이 장면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카탈로그는 바람둥이 돈 조반니가 그 동안 사귀었던 여인들의 목록입니다. 돈 조반니의 시동이 돈 조반니의 유혹에 넘어가려는 순진한 소녀에게 카탈로그를 보여 주며, 돈 조반니의 행적을 경고하는 장면입니다. 앞 자리를 가득 매운 어린이 청중들이 좀 민망하긴 햇습니다. 그들이 그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를 바라며 3베이스의 열정적인 아리아에 빠져 들었습니다. 오페라 아리아는 연기가 동반되므로 가사를 못 알아들어도 모션으로 거의 이해가 가능합니다. 물론 사전에 나누어준 우리 말 가사가 있었으나 연주 중에 이를 볼 수는 없지요.



<돈조반니의 여인 카탈로그를 펼쳐들고 열연하는 3베이스>
아리아 독창으로는 김대엽의 ‘아, 나는 승리하였도다’, 이연성의 ‘승리의 순간이 다가왔도다’, 전준한의 중상모략의 아리아’가 불리웠습니다. 이 날의 가장 멋진 하일라이트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에 나오는 ‘약장수의 아리아’를 3베이스가 합창한 것이였습니다. 만병통치약이라고 과대 광고하는 코믹한 연주로 이들의 가창력을 맘껏 뽐내는 순간이였습니다. 연주의 피날레는 앵콜곡 오 솔레미오의 신나는 합창이였씁니다.
베이스의 아름다운 저음을 마이크 없이 직접 듣는 매력은 아주 황홀했습니다. 연주가 끝난 후에도 귓가에 은은히 맴돌고 있습니다. 114회의 우리동네음악회는 강당에 모인 청충들에게 행복한 초여름 밤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첫댓글 중국 출장 다녀오느라고 등재가 늦었습니다.
그러셨군요. 멋진후기 너무감사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