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영화에 보면 볼트모트 말고도 해리를 엄청 괴롭히는 가족들이 등장합니다. 바로 해리의 숙부뻘인 더즐리 씨와 그 가족들입니다. 특히 더즐리 씨는 자기 아들인 두들리 더즐리와 해리를 노골적으로 차별 대우하며 해리에게는 빛도 안 드는 계단 및 방에 기거하게 합니다.
이러한 영화 속의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얼마 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남루한 옷차림에 악취가 풍기는 10대 소녀가 발견되었습니다. 경비원은 이 소녀를 도둑으로 생각하여 경찰에 신고했는데, 알고 보니 이 아파트에 사는 14살 여학생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정인즉슨 아이 아버지는 외도를 통해 이 아이를 얻었고, 경제 사범으로 구속되어 감옥 생활을 하게 되자 부인에게 사실대로 말한 후 아이를 맡아 달라 부탁한 것이었습니다. 졸지에 생판 모르는 집에 얹혀살게 된 아이는 마치 영화 속에서의 해리처럼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을까 말까 한 아파트 공용 창고에서 살아왔다고 합니다. 아이의 엄마는 일부러 아이를 내쫓은 게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미 1남 1녀를 두고 있는 엄마로서 자신이 낳지 않은 아이를 품어 안으려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지만, 아동 학대나 성폭행의 상당수가 계모 혹은 계부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1973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맞아서 숨진 영아 사건의 절반 이상이 계부에 의해 이루어졌고, 이 밖에도 캐나다, 영국, 미국 등에서 수십 년간 수집된 통계 자료는 친자식보다 의붓자식에게 훨씬 더 학대가 빈번히 행해졌음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친자식과 의붓자식을 한 집에서 키워야 하는 경우입니다. 자식이 없거나 박애 정신에서 입양한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별로 생기지 않지만, 전 부인이나 전 남편의 자식들이 특히 희생양이 됩니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친자식과 의붓자식이 한집에서 생활하는 경우 차별 대우를 받는 비율은 86~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신데렐라 효과(Cinderella effect)’라고 부릅니다.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왜 신데렐라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모두들 짐작하실 것입니다. 똑같은 자식인데 왜 유독 의붓자식은 그렇게들 미워하는 것일까요? 사랑으로 키워도 결국 나중에는 배신할 거라는 편견 때문일까요? 아니면 떡 한 조각이라도 친자식에게 가야 될 것을 의붓자식이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심리학자들은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동물의 행태를 연구했습니다. 특히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학자는 캐나다의 맥마스터 대학에 근무하는 마틴 데일리(Martin Daly)와 마고 윌슨(Margo Wilson) 부부입니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계부 혹은 계모와 함께 사는 아동이 학대를 당할 위험은 그렇지 않은 아동의 7배가 넘습니다. 그들은 동물 세계에서 자기 피가 섞이지 않은 새끼를 죽이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집단생활을 하는 사자 무리에서 한 수사자가 패권을 잡게 되면, 다른 수컷의 새끼들을 모두 죽여버리기도 합니다.
그 이유로는 첫째, 한정된 자원을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새끼를 키우는 데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과, 둘째, 이전 수컷의 새끼들이 없어져야 새로 부인이 된 암컷들이 자신과의 성행위에 더 몰두하여 새끼들을 낳게 된다는 것입니다.
데일리와 윌슨은 사람 역시 이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가정했습니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자 복제를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따라서 내 유전자를 갖고 있는 친자식과 그렇지 못한 의붓자식을 놓고 보았을 때, 친자식에게 애정이 기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복잡한 행동을 겨우 사자와 같은 동물 수준에서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겠지요. 인간의 경우 재혼한 남녀는 배우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선 의붓자식 역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한 번 결혼생활에 실패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다시 한 번 가족을 꾸릴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 이번만큼은 화목한 가정을 일구어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많은 의붓부모들은 의붓자식을 차별 없이 키우기 위해 많은 애를 씁니다. 따라서 단순한 경제적, 성적 원인만 갖고 신데렐라 효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재혼한 부부가 또다시 서로 관계가 나빠졌을 때 터지게 됩니다. 더 이상 상대의 환심을 사야 할 목적도 의도도 사라져버렸을 때, 혹은 나아가 상대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판단력이 흐려질 때 그 불똥은 꼭 의붓자식에게 튀기 마련입니다.
과거에는 남편들이 밖에서 낳아 데려온 아이가 참 많았습니다. 이런 아이는 서출이라는 이유로 새엄마나 형제들로부터 차별과 모욕 속에 성장하여 비뚤어지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지금처럼 모질지 않았기에, 성폭력이나 물리적 학대가 심각하게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이에 반해 현재는 이혼을 비롯한 가정 해체가 너무나 흔해졌고, 가족들이 이합집산하여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경우도 보편화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서구 못지않게 아동 성폭력을 비롯하여 물리적, 정신적 학대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습니다.
신데렐라 효과 역시, 우리가 동물의 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직하게 된 심리적 원칙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두운 심리 원칙에 굴복하는 순간, 우리는 해리를 괴롭히는 더즐리 가족과 같은 어리석은 존재, 아니 볼트모트와 같은 사악한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신데렐라 효과 [Cinderella Effect] - 해리 포터와 신데렐라의 공통점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2011. 10. 20., 케이엔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