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교실 (79) - 오직 금메달
*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사람중 하나가 산타클로스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산타클로스의 생일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죠. (설마??)
그런데 산타클로스는 왜 빨간 옷을 입고 있을까요?
사람 몰래 선물을 전달하려면 흰 설상복이나 아님 아예 공수부대들이 입는
위장 침투복을 입는게 낫지 않을까요?
산타클로스의 옷이 빨간색으로 통일된 건 코카콜라의 판촉행사 이후랍니다.
코카콜라에서 크리스마스 판촉행사를 하는데 산타클로스의 옷을 소비자들의
눈에 강렬하게끔 빨간색으로 했다는군요.
여러분! 산타클로스는 코카콜라의 직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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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의 어느 누구도 똥걸레를 코치로 원하지 않았지만 똥걸레의 얍삽함은
우리 반을 선택했다.
똥행패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똥걸레는 종합우승이 유력한
우리 반을 찍은 것이다.
똥걸레는 특별보너스 20만원도 20만원이었지만 교장에게 찍힌 자신의 신뢰 회복을
위해 우리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그는 우승을 위해 우리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혹독한 고문을 가할 것이다.
똥걸레를 코치로 택하느니 차라리 코브라하고 뽀뽀를 하는걸 택하고 싶었다.
똥걸레와 달리 똥행패는 특별보너스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전종목 우승이라는 야망에만 불타고 있었다.
운동을 운동 그 자체로 인식하지 않고 전투로 인식하는 엄청난 인식의 오류를
똥행패는 범하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건 터무니 없는 망상입니다 라고
깨우쳐 줄 순 없었다.
똥행패가 그렇다면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런 것이었다.
올림픽 대비 태릉선수촌 합훈은 친목도모일 정도의 강훈이 당일부터 시작되었다.
똥행패는 각 종목의 선수 선발을 하지 않았다.
일단 야구부 성민수를 제외한 반 전원에게 강훈련을 시키고 그 훈련에서 살아남는
자를 선발하는 사자의 새끼 훈련 방법을 택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훈련이었다.
똥행패는 종례는 하지도 않고 수업이 다 끝난 우리들에게 교실문을 와락 열고
"운동장으로 모두 튀어나가라" 명령했다.
운동장엔 이미 똥걸레가 가출한 청소년같은 초라한 츄리닝 차림에 자기처럼
빼짝마른 박달나무 지휘봉을 들고 바퀴벌레 스무마리가 등짝에서 경주를 하는
듯한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씨익~ 반갑드라고 나하고 한번 잘 해보잖께"
너따위 하곤 잘 해 보고 자시구도 없어란 말은 가슴속에서만 메아리쳤다.
모든 운동의 기본은 런닝이 아니던가!
우리는 일단 운동장을 똥걸레의 박달나무 지휘봉과 함께 하염없이 뛰었다.
'얘셰끼들 이거 밖에 못 뛴다냐' 하는 똥걸레의 다그침보다
운동장 한켠에서 팔짱만을 끼고 묵묵히 우리들을 쳐다보는 똥행패가 더 두려웠다.
똥걸레의 채찍질을 말없이 지켜만 보던 똥행패가 돌연 구보를 중단시켰다.
"이 자식들 그거 밖에 못뛰나? 그래갖고 어떻게 전종목 우승을 하겠어.
송선생 이 정도로 되겠소?"
똥걸레 송성문 역시 똥행패의 말에는 우리 처럼 바짝 쫄며 긴장했다.
똥행패는 뭐라 대답하려는 똥걸레의 말을 씹고는 우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정도론 안되겠다. 지금 당장 뒷산으로 가서 자신이 들고 뛸 수 있는 최대한의
무게의 돌멩이를 들고 와라"
운동에 있어서 과학적 훈련따위는 전혀 믿지 않고 스파르타식 훈련만이 최고라
믿는 똥행패가 이제는 운동장을 그냥 뛰게 하는 것도 아니고 커다란 돌덩이를
들고 뛰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아이들은 냉큼 뒷산으로 달려가 자신이 들고 뛰어야 할 돌덩이를 골랐는데
되도록이면 적은 것을 고르고 싶었지만 똥행패의 얼굴을 떠올리자니
차마 적은 돌을 고를 수 없었다.
나는 간신히 들 수 있을 정도의 아주 큼지막한 돌을 골랐다.
그냥 들기에도 다리가 휘청거렸다.
하지만 똥행패의 얼굴을 떠올리며 꾸욱 참았다.
고지식한 반 1등 석환이는 들기 조차 힘든 나보다 더 큰 돌을 골랐다.
석환이는 필요 이상의 FM이었다.
그냥 들고 있기에도 버거운 돌을 들고 운동장을 돌 생각을 하니
이미 굳은살이 박힐대로 박힌 엉덩이로 매타작을 당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간사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요따위 생각은 똥행패가 몽둥이를 드는 순간 다 잊혀져 버린다.
똥행패는 후회를 용납치않는 충분한 파워의 소유자다.
아이들 대부분은 그냥 들기에도 버거운 돌덩이들을 골랐지만 조병국은 주먹
두배만한 돌멩이를 골랐다.
"윤석환 멍청한 새끼 공부하는데만 머리가 돌아가지. 멍청한 놈이라니까
저 돌을 들고 뛰느니 아예 맞고 말겠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들은 어떤 돌멩이를
들고가더라도 맞게 되있어. 똥행패나 똥걸레를 어떻게 보고 있는거야 우하하~"
하며 만족스런 표정으로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머리도 나쁘지만 귀까지 엷은 응석이는 조병국의 말에 망설임 없이
"마저 마저 병국이는 역시 똑똑해. 어차피 맞을텐데 들고 뛰기 편한 돌멩일
골라야지 우히히~"
하며 주먹만한 짱돌 하나를 골랐다.
조병국과 김응석의 행동에 무엇이 옳은것일까 머리가 혼란해 왔다.
그 해답은 지옥 대마왕 똥행패가 가르쳐 줄 것이다.
우리들은 제각기 돌멩이들을 들고 똥행패와 똥걸레 앞에 섰다.
똥행패는 우리들이 들고 온 돌멩이를 보고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아주 잠시였지만 우리들에겐 옷깃에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는 억겁의 세월이었다.
이윽고 똥행패가 입을 열었다.
그의 구두발이 날아 올 것에 대비해 복부에 힘을 모으고 있었다.
"각자가 들고 온 돌멩이를 내려놓고 그 뒤에 서라."
우리들은 영문을 모른 채 돌멩이 뒤에 섰다.
똥행패의 판결의 순간이었다.
"윤석환 너는 김응석과 자리를 바꾸어라. 그리고 조병국 너는 최동혁과 자리를
바꾸어라."
가장 작은 돌을 가져 온 김응석이 가장 큰 돌을 가져온 석환이와 자리를 바꾸었다.
고로 가장 작은 돌을 집어 온 아이가 가장 큰 돌을 들고 뛰게 되는 상황이었다.
언제나 똥행패는 무식한 듯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엔 수학선생다운 정교함이
있었다.
그리하여 그가 최강의 구타머신으로 추앙받는 이유다.
"자 이제부터 운동장을 열바퀴 돈다. 돌멩이를 떨어뜨리는 놈은 돌멩이가 센지
머리가 더 센지 시험해보겠다. 뛰엇!"
똥걸레는 아부를 잊지 않았다.
"아따 선생님은 역시 최곱니다. 애새끼들 후딱들 안 뛰고 뭣들 한다냐"
자신의 머리통보다 더 큰 돌멩이를 앞에 둔 조병국과 김응석은 절망했다.
'끄응~ 이걸 들고 어떻게 뛰지 흑~ 흑~'
똥행패는 똥걸레 코치의 덕분으로 옥체를 몸소 움직이진 않았는데
똥걸레가 대신 돌덩이를 들고 뒤뚱거리며 뛰는 우리들을 박달나무 지휘봉으로
무자비하게 두들겨댔다.
가장 큰 돌멩이를 들고 허부적거리는 조병국과 김응석이 주타겟이었다.
"이 꼴통 셰끼들 싸게 싸게 못 뛴다냐"
'찰싹~ 찰싹~' '에쿠~ 에쿠~'
똥행패는 팔짱만을 끼고 묵묵히 우리들을 지켜봤다.
그의 얼굴엔 사상 유래가 없는 전종목 석권이라는 비감함이 감돌았다.
고문 면에 있어선 똥행패를 압도하는 똥걸레는 우리들에게 구보를 마치고
체조를 시켰다.
체조의 동작은 아주 간단했다.
하나하면 땅에 쪼그려 앉으며 돌을 내리되 지면 위 5센치를 유지하고
둘하면 일어서면서 돌을 머리위로 높이 올리는 것이었다.
이른바 사람잡는 신체조였다.
"하나에 일등을 둘에 하자다"
"하나~" "일등을" "두울~" "하자."
우리들은 황금빛으로 넘어가는 저녁 노을 속에서
오직 금메달만을 향한 강훈련 중이다.
전종목 우승만이 살길인 우리들에겐 은메달이나 동메달은 쓰레기통에
쑤셔 박혀야 한다.
우리의 돌체조를 한켠에서 팔짱을 끼고 묵묵히 지켜보는 똥행패는
'이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오직 금메달이다.' 라고 뇌까리는듯 했다.
구타교실 (80) - 만주의 화적떼
똥행패 감독과 똥걸레 코치라는 환상적인(?) 코칭스탭을 갖춘 우리들은
지옥훈련의 연속이었다.
똥행패는 분명히 우리들에게 체육대회 전종목 우승이라고 했는데
어찌된 노릇인지 뜀뛰기만을 시켰다.
그것도 그냥 뛰게 하는게 아니라 돌덩이를 들고 뛰게 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똥행패가 체육대회를 연습 시키는게 아니라 평양 주요기관 파괴 공작
특수 테러 요원 양성으로 착각하는게 아닌가 싶다.
아님 공은 만져보지도 못하게 하고선 왜 전종목 우승을 못했느냐며 애들을
잡을 속셈인가 뇌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듯 머리가 복잡했다.
혹시 체육대회에 깜짝쇼로 돌덩이 나르기라도 있단 말인가!
하여튼 우리들의 훈련은 가혹했다.
국가대표 육상 선수들 조차, 그냥 들고 있기도 힘든 돌덩이를 든 채
트랙을 돌리고 조금만 어영부영하면 발로 걷어 차고 몽둥이로 때리면
태릉 선수촌에 과연 야밤에 도망가지 않고 몇이나 남을까 의문이었다.
그래도 나나 석환인 병국이와 응석이 덕분에 가벼운 돌을 들고 뛰었지만
응석이와 병국이는 들기조차 힘든 돌덩이로 진짜 안스러울 정도의
고생을 하고 있었다.
격언 한마디 - '머리가 나쁘면 수족이 고생한다'
하지만 M고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어제의 고통을 오늘 생각해보면 참으로 행복한
시절이었구나 회상케되는 참으로 신통한 공간이었다.
똥행패는 운동장 뺑뺑이를 멈추게 하더니
이제는 선수선발을 할건가 하는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아예 뒷산을 뛰라고 했다.
아침에 맨몸으로 구보하는 것도 숨이 턱턱 막히는 산 비탈길을 돌덩이를
들고 뛰려니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게 참으로 아름다웠던 추억이었다.
별게 다 아름다운 추억이 되네 헐헐~
똥걸레는 똥행패의 충실한 개로 새롭게 태어나서 요즘 정력제를 고와 먹었는지
약골인 주제에 산비탈을 다람쥐마냥 팔짝 팔짝 뛰어다니며
아이들에게 쉴새없이 학권을 선사했다.
아이들은 똥걸레의 학권에 목젖을 연타당하다 돌덩이를 떨어뜨려
발등에 찍히기도 하고 가슴팍을 돌멩이로 맞기까지 했다.
이건 도무지 체육대회 연습이 아니라 네이비씰 생존훈련이었다.
데미무어가 전기바리깡으로 머리 민 것을 처절히 후회하게 만들 악독한 훈련.
우리들은 흔히 스파르타식 지도자를 듣기 좋은 말로 맹장이라 부른다.
맹장을 사람의 신체기관 일부로 알면 그건 김응석같은 인간.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해태타이거즈의 김응룡감독이 대표적인 맹장이라
하겠다.
그는 덕아웃에서 의자를 부숴버리기도 하고 끔찍한 욕설을 퍼부어 선수들에게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똥행패에 비한다면 김응룡 감독은 덕장이다.
똥행패 감독은 결코 의자를 부순다거나 욕설을 퍼부으며 미리 공포상태를
조성치 않았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타입이 아니던가
똥행패 감독의 맘에 안드는 눈빛을 발견하는 동시에 바로 그의 핵펀치가
몸의 어느곳엔가 작렬했다.
'크허헉~ 감독님 저 먼저 갑니다. 깔꼬닥~'
이렇듯 우리 반이 체육대회 준비랍시고 돌덩이를 들고 학교 이곳 저곳을
무장공비처럼 날고 뛸 때 다른 반은 각종목 선수 선발을 마치고
단체로 유니폼까지 맞춰서 나름대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팀플레이 연습에
열중이었다.
우리 반과 종합우승을 다툴것으로 예상되는 1반과 5반은
그중에서도 가장 열성이었다.
1반은 위생검열을 빙자한 성고문의 체육선생 최덕환의 반이었고
5반은 여름방학에 우리 반과 친선 축구시합을 해서 실력은 월등했으나
더티한 반칙에 휩쓸려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희대의 노름꾼 정상배
생물선생의 반이었다.
우리 반의 목표는 역시 이 두반이었고 두 반 역시 우리 반을 가장 껄끄럽게
여기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차원이 달랐다. 우리는 1반과 5반의 실력을 두려워 했지만
1반과 5반은 우리 반의 반칙을 두려워 했다.
1반과 5반 역시 물론 학생들 자비를 들여 산것이지만 선수들은 깔끔한 유니폼에
축구화, 농구화, 조깅슈즈들을 신고 있었다.
그에 반해 우리반은 학교의 인민복 교복만치 촌스러운 군청색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TV프로그램 극과 극 시리즈 같이 얘기가 진행되는데 하여튼 계속 비교를 하자면
1반엔 김윤아 선생, 5반엔 윤미정 선생이 각기 코치로 내정되었다.
1반과 5반 아이들이 연습을 마치고 나면 김윤아 선생과 윤미정 선생이
따가운 가을 햇살 속에서 정말 고생했구나 하는 표정으로
"어머 얘들아 수고 많았다" 하며 미리 준비해둔 이온음료를 권했는데
우리 반은 연습이랄 것도 없는 생고생을 마치고 좀 쉬려면 비열한 똥걸레가
음료수를 주며 '아따 아그들아 욕봤다'라는 격려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꼭 꼬투리를 잡아서 깍지끼고 엎드려 뻗쳐니 머리박고 전진,후진으로 그나마의
쉬는 시간을 때우게 했다.
이온음료는 커녕 오염된 수도물조차 마실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하다 못해 인간성 드럽기론 똥걸레 못지않은 백발마녀 마정자도 9반의 코치로
있으면서 수고했다며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건네주었는데
우리반만이 철저히 버림받았다.
M고가 지옥이라면 우리반은 지옥중의 상지옥인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분명히 전생에 만주의 50명의 화적떼들로 무고한 양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후 집단처형을 당해서 M고 1학년 4반으로 윤회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똥행패는 주인 아씨를 구하려다 우리들에게 죽임을 당한 힘깨나 썼던
돌쇠란 말인가
"아따 이 셰끼 뭔 잡생각을 한다냐"
목젖으로 날아오는 똥걸레의 수도 공격
'크허헉~~ 도대체 저 자는 전생에 무엇이었단 말인가? 음냐~'
모진 스파르타 훈련을 마치고 돌덩이를 든 자세때문이었는지 양팔을
축~ 늘어뜨려 앞으로 모은 오랑우탄의 자세로 집 골목에 들어서는데
아주 가끔씩 우정 출연해주는 방위 형이 나타났다.
"어! 동혁이구나. 요즘 군대에서 체육대회 준비를 하는데
운동이 곧 전투라며 강훈련으로 참 힘들다."
나는 대꾸 할 기력도 없어서 위,아래만 훑다가 마지막 기력을 전수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고수처럼 한마디 해줬다.
"형은 S고를 나와 잘 모르겠지만 혹시 M고의 똥행패 선생이라고 알어?
나 그 선생 반이야"
그 형도 학창시절 소문을 통해 똥행패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 형은 잠시 나를 위해 묵념해 주고 돌아 섰다.
"하여튼 군대를 다닌다는 건 힘든일이라네 랄랄라~"
군대를 다닌다는 표현도 참 어색하지만 학교가 군대 같다는 건 더 어색한
일이다.
'안 그렇니. 네모박스 안에 별 세개로 찍혀있는 저 하늘의 오리온아?'
구타교실 (별판) - 인물열전 김응석(1)
구타 machine 똥행패의 하루 일과 대부분이 학생들 패는 것이라면
우리 반의 부동의 꼴찌 김응석 하루 일과의 대부분은 맞는 것이다.
폭력 교사의 유무를 떠나서 내가 선생이더라도 김응석같은 자식은
죽도록 팰 것이다.
안 그랬다간 홧병으로 몸져누워 제 명에 못 죽을 것이다.
김응석은 똥행패의 주요 먹이였지만 똥걸레를 비롯한 거의 모든 선생들의
타겟이기도 했다.
똥걸레의 영어 시간,
똥걸레는 누구나 다 아는 전화 생활영어를 자신만이 아는 양
특유의 더티한 발음으로 진행중이다. 그러더니 우리들에게 질문을 했다.
"아따 내가 지금꺼정 설명을 했는데 확인 겸 묻겠다. 전화 잘못거셨는데요는
뭐라고 한다냐?" <= 정답 You have the wrong number.
(이얍의 놀라운 영어 실력 으쓱~)
아이들 대부분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괜히 대답해봤자
똥걸레에게 꼬투리를 잡혀 맞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똥걸레와의 수업 시간엔 입을 다무는 게 상책이었다.
그때 장난기가 발동한 진철이가 김응석의 어깨를 툭툭쳤다.
"응석아. 너 똥걸레한테 점수 딸 좋은 기회다.
내가 말해주는 대로 손들고 대답해."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김응석은 너무도 고마워했다.
"You are idiot. Fuck My ASS."
"우어어. 쉽네. 히히 고마워"
무엇이 두려우랴! 출정하여라.
"선생님 저요 저요."
똥걸레는 꼴통 김응석이 자진해서 손을 드는 기이한 현상에 놀랐지만
진정한 놀라움은 뒤에 기다리고 있었다.
"아따 4반 꼴통이 어쩐일이다냐. 그래 뭐다냐?"
"You are idiot. Fuck My ASS." <= 해석 안함. 이 욕은 벨처투수가 박찬호한테
한 욕 보다 더 심한걸로만 알면 됨.
"뭐... 뭐... 뭣이라고라."
똥걸레는 너무도 놀래서 턱이 빠져 바닥에 구를 만큼 입을 쩍벌렸다.
아무리 실력이 없어도 똥걸레도 그 정도는 해석할 줄 알았다.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놀라움에 비스킷을 받아 먹으려는
하마들처럼 입을 쩍 벌렸다.
"너 이 꼴통셰끼 다시 한번 말해 봐."
"우히히 놀랍죠? 정말 놀랐죠. 헤헤~"
김응석은 그새 앞쪽은 까먹었다. 놀라운 건망증의 소유자.
"You 음... 뭐더라 그래 Fuck My ASS."
애쓰에 강세를 주고.
똥걸레는 분노를 재확인하고 자신의 흥분 발동장치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김응석은 전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쾌거에
흡족해 하고 있었다.
"임마, 김응석 너 미쳤어?"
라는 나의 말은 흡족한 표정의 김응석의
"뭐 이정도야 기본이지." 에 함몰되었다.
똥걸레는 자신의 흥분발동기 예열장치의 가열을 완료했다.
"저... 저... 꼬... 꼴통셰끼 시방 뭐시라고 지껄였다냐. 이 꼴통셰끼"
김응석이 벨처가 아니 듯 똥걸레 역시 박찬호가 아니었다.
똥걸레는 박찬호처럼 이단 옆차기 내지 가위차기를 하지 않는다.
똥걸레는 황급히 양복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자신의 살상 무기중 하나인
터보 라이터를 꺼내 김응석에게 달려가 목젖을 때리기 시작했다.
"요 싹바가지 없는 셰끼를 봤당가 퍽~ 퍽~ 퍽~"
"켁~ 켁~ 선생님 왜 이러세요."
"니가 지금 몰라서 그런다냐 선생님한테 욕설을 퍼부어. 이 개잡놈의 새끼."
"전 욕 안 했어요."
"이 새끼가 그래도."
똥걸레는 곧이어 대걸레 자루를 꺼내 김응석의 얼굴을 문대다가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교무실까지 끌고 가 무릎을 꿇린 채 슬리퍼로
따귀세례를 퍼부었다. 집요한 똥걸레 음...
그러나 그 장면을 교무실에 들른 똥행패에게 들키고 말았다.
똥행패는 전에 없이 흥분한 표정의 똥걸레에게 물었다.
"김응석 이 자식이 뭘 잘못한 거요?"
"선생님 이 셰끼가 수업 시간에 대답을 해보래니까 대뜸 일어나
Fuck My ASS 라지 뭡니까."
똥행패는 똥걸레의 말이 채 다 끝나기 전 주먹을 들어 김응석의 머리를
내리찧었다.
김응석은 '때려봐. 약오르지' 하는 말하는 두더지처럼 땅바닥으로 푹 꺼졌다.
"이 자식은 원래 그런 놈이요. 뜻도 모르고 떠벌인걸거요.
김응석! 어서 썩 교실로 꺼져."
김응석은 똥걸레에게 그렇게 당하고도 영문을 몰라 연신 고개만을
갸웃거렸다.
김응석은 이후 수업 시간에도 매맞을 건수가 없으면 개발이라도 해서
얻어맞다가 마지막으로 황금박쥐의 국어시간에 프린트 분실을 이유로
오늘 구타의 대미를 장식했다.
황금박쥐는 근래 들어 부쩍 교회 얘기가 많아졌는데 오늘도 교회 얘기로
수업을 끝맺었다.
"너희들도 신앙생활 좀 해라. 신앙이란 건 참 좋은 거야.
내가 얼마 전부터 교회를 다니는데 마음의 평안도 찾아오고 너무 좋더라.
너희들도 예수믿고 구원받아라. 아멘"
다른 이가 그런 말을 했다면 심각한 고려의 대상이 되었겠지만
M고 3대 마인 중의 한명인 황금박쥐가 그런 말을 하는 데 별로 교회에 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런데 김응석은 어찌된 영문인지 손을 번쩍 들고 황금박쥐에게 질문을 했다.
우리는 그가 손을 들 때 마다 긴장을 해야 했다.
"선생님, 정말 예수님한테 열심히 기도 드리면 소원을 들어주시나요."
황금박쥐는 자신의 말을 다 지겨워하는데 김응석이나마 적극적으로 호응을
해 주는 데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럼, 열심히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
"나쁜 머리도 좋아질 수 있나요?"
황금박쥐는 김응석의 대답하기 힘든 질문에 당황했지만 이번 순간만은
신앙인이고 싶어서 응석에게 목검을 휘두르진 않았다.
'예수님, 알라신의 이름으로 참아야 하느니라. 아멘~'
"하하~ 열심히 기도 드리면 머리가 좋아질 수도 있다고 볼 수도 보여질 수도
추측이 가능하리라고 믿어질까가 되겠지. 하하"
김응석은 황금박쥐의 그 말에 황금박쥐가 메시아라도 되는 양
경배하고 어두운 삶 속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모습이었다.
"그래 나에게도 기회는 있어. 평생을 이렇게 살 수 만은 없잖아.
구원 받아서 똑똑해지자"
이리하여 김응석의 끝없는 교회순례길이 펼쳐지게 되었다.
그는 과연 머리가 좋아지는 신비의 명약을 발견할 것인가?
구타교실 (별판) - 인물열전 김응석(2)
김응석은 방과 후 자신의 머리가 좋아질 명약을 찾기 위해 교회를 찾아 헤맸다.
허름한 건물의 2층에 교회간판이 보였다.
'천제교회'
"천제, 오호라 천제, 좋았어."
천제교회의 천제란 하느님의 제자를 줄여 천제였다.
하지만 김응석은 천제를 천재로 알고 있었다.
그 자식은 원래 그런 놈이다.
김응석은 교회 문을 빼꼼히 열고 얼굴만을 내밀었다.
혼자 성경책을 읽고 있던 여전도사는 머리는 빡빡밀고 게슴츠레한 눈동자를 한
아이가 머리를 내밀자 깜짝 놀랐다.
"어머 놀랬잖아. 무슨 일로 여기 왔지?"
"아 예 저 천재가 되고 싶어서 왔는데요."
"뭐라구? 훗~ 여긴 학원이 아냐 교회지."
"예 맞아요. 교회를 찾아왔어요. 전 구원받아서 천재가 되고 싶어요."
여신도는 김응석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 교회는 헌금이나 뜯어먹는
사이비교회였던 것이다.
그래서 맘에 들건 안 들건 한 명의 신도라도 더 모으는 게 중요했다.
"정말 열심히 기도하고 성경책 읽으면 구원받아서 똑똑해질 수 있나요."
여전도사는 이러한 질문에 뭐라 대답해야할지 막막했다. 지금까지 교회를
찾아 온 숱한 사람들 중에 구원받아 똑똑해지겠다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열심히 신앙 생활하면 그렇게 될 수 있어. 그리고 마침
잘됐네. 오늘밤 9시에 수요정기예배가 있으니까 집에 갔다가 와."
하지만 김응석은 집엘 가지 않고 여전도사에게 온갖 황당한
얘기를 해대며 괴롭혔다.
"제가 있잖아요 어쩌구 저쩌구......."
"호호 좀 피곤하구나 이따 얘기하자."
이윽고 교회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더니 이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특히 수요 예배엔 목사가 병을 고치는 특별한
시간이 있어서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의자도 없고 돗자리만 깔아 놓은 자리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예배가 시작되자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흰 머플러를 하고 머리에
기름을 바른 목사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신도들은 사기꾼 기질이 풀풀 넘치는 목사를 보자 열광하기 시작했다.
"목사님! 목사님!"
"할렐루루루 룰루루루야"
교회 내부는 록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목사는 할렐루야를 요들하듯이 떨며 특이하게 외쳤다.
"자. 기도합시다."
신도들은 목사가 기도 한마디씩을 끝낼 때마다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거나 눈물을 펑펑 흘렸다.
여전도사도 연신 저는 죄인입니다 하며 무아지경에 빠져 기도를 올렸다.
그때 기도는 않고 몸을 배배틀던 김응석이 여전도사를 쳤다.
"아줌마, 저 급한데 여기 화장실이 어딨어요?"
여전도사는 응석이의 말은 씹고 계속 기도만을 올렸다.
"으아아악~ 아줌마! 뭐라고 중얼거리지만 말고 화장실이 어딨어요?
쌀거 같단 말예요."
여전도사는 기도를 예정보다 짧게 끝내고 찐드기 김응석에게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었다.
"기도중엔 그런 말 하면 안돼. 화장실은 바깥으로 나가서 계단 중간에 있어."
"미안해요. 이번만이에요. 헤헤"
'음... 내가 괜히 붙잡았어.'
목사는 이어서 횡설수설 떠들어댔지만 설교의 결론은 언제나 돈이었다.
"죄진 자 들이여. 신체나 정신으로 고통받는 자 들이여 다 내게로 오라.
내게로 와서 모든 고통을 벗고 천국으로 가는 티켓을 얻어라.
믿어라 바쳐라 돈 왕창 갖다 바쳐라."
사람들은 목사의 헛소리에 감동 받으며 무릎꿇고 대성통곡을 하는 사람,
제자리에서 펄펄 뛰는 사람, 학질에 걸린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다
쓰러지는 사람, 김응석처럼 코딱지만 파는 인간 등등
여러 가지였지만 대체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순서가 다가왔다.
돌팔이 목사의 환자치료의 순간이었다.
"자 병들고 아픈 자들 다 내게로 오라. 선한 사마리아 여인, 앉은뱅이,
장님, 귀머거리 다 내게로 와서 놀라운 신의 은총을 받으라."
돌팔이 목사의 앞으로 나가는 환자들은 미리 짠 돌팔이 환자들이었다.
그는 각본대로 놀라운 기적을 창출했다.
사이비 목사의 치료는 모두가 동일했다. 손바닥으로 온몸을 치면 장님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일어섰다.
하지만 기적이 통하지 않는 환자가 있었다.
돌머리를 고쳐보겠다고 앞으로 나간 김응석이었다.
목사는 각본에 없던 못 보던 아이에 놀랐다.
"학생은 멀쩡한 것 같은데 어디가 아픈가?"
"예. 아저씨 전 머리가 나빠서요. 머리가 좋아지고 싶습니다."
"머리? 머리가 좋아지고 싶다고"
"예"
'쩝~ 오늘은 뭐 이런 황당한 놈이 온 거야. 에이 모르겠다.'
하며 닥치는 대로 손바닥으로 응석이의 온 몸을 쳤다.
"으아아아아아. 아저씨 그만 때려요. 맞아서 머리가 좋아졌으면 벌써
천재가 됐어요."
목사는 김응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임마, 너 누구한테 일당 받고 여기 온 거야? 그만 내려 가"
"예?"
"아~~~~~ 하느님의 제자인 이 목자는 이런 중증 정신박약아의 머리도
치료를 해주었습니다. 놀라운 기적을 보시오. 여러분?"
김응석은 히프만을 어루만졌다.
"아 맞아서 엉덩이에 있는 피딱지가 떨어진 것 같아요. 아 쓰라려."
목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횡설수설해댔다.
"이 정신박약아 어린양 피딱지가 떨어지는 듯한 고통을 벗고
머리를 깨쳤습니다."
사람들은 '저 애가 정신박약아였대' 라고 쑥덕거리더니
또 다시 열광의 도가니였다.
"오 할렐루야! 오 할렐루야!"
뭐라고 또 중얼거리려는 김응석을 목사는 펄쩍펄쩍 뛰는 척 하면서
발로 제자리로 들어가라며 차 댔다.
"임마, 잔말 말고 후딱 들어 가."
김응석은 머리를 저으며 자리로 들어갔다.
'우씨~ 저 아저씨 사기꾼 아냐. 머리가 하나도 안 좋아진 것 같은데.'
목사는 계속 헛소리를 해댔다.
"이런 기적을 본적 있습니까? 장님을 눈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우는 것까지 모자라 저런 중증 정신박약아까지
정신을 맑게 해 주었습니다. 할렐루루루 룰루루루야"
"오 할렐루야! 오 할렐루야!"
단숨에 천제교회는 믿습니다 라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교회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지팡이를 짚은 꼬부랑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하늘로 흔들었고
아기를 데리고 온 아줌마는 애도 포대기 채 내팽개치며 머리를 산발을 하고
펄쩍펄쩍 뛰었다.
'쩝~ 황금박쥐 선생은 이런 곳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니 참 희한하네.'
"자 이 하느님의 제자의 성전을 하루빨리 지을 수 있도록 바쳐라. 왕창 바쳐라.
마누라하고 애만 빼고 다 갖다 바쳐라.
마누라도 예쁘면 바쳐도 된다. 히히~
천국의 문이 그대의 콧구멍 앞에 있노라"
목사의 울부짖음 아래 주목적인 헌금통이 돌았다.
허름한 차림의 사람들조차도 돈을 뭉텅이 채로 헌금통에 집어 넣었다.
헌금통이 김응석 앞까지 왔다.
"학생도 구원받으려면 헌금해야지."
"우어어 제가 돈이 없거든요."
주머니를 뒤지던 김응석은 안되겠다는 듯 손목에서 오천원 짜리
전자시계를 풀었다.
"이거라도 받으세요."
여전도사는 기도 안 찼다.
"학생! 여긴 전당포가 아냐. 그리고 전당포에서도 이따위 전자시계는 안 받아."
예배가 끝나자 신도들은 너도나도 목사의 손을 잡으려고 발버둥쳤다.
구원받은 김응석도 사람들을 밀치고 목사의 손을 움켜잡았다.
목사는 성령이 충만한 듯 아주 온화한 표정으로 김응석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 한번만 더 우리 교회에 와서 깽판 치면 죽여버리겠어. 어서 꺼져"
"우어어어어어어어"
하늘나라, 모든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구타교실 (81) - 이쁜이 교생
그동안의 혹독한 훈련의 성과와 기량 점검 차원에서 치뤄진 8반과의 축구 연습
시합에서 우리들은 압승을 거뒀다.
4:0 승이었다. 8반 아이들도 열심히 뛴다고 뛰었지만 죽음의 위협까지 느끼며
목숨을 걸고 뛰는 우리 반에 비한다면 8반 아이들의 각오는 소풍나온 정도의
기분에 불과했다.
조병국은 세팍타크로와 격구에만 있다는 포지션 killer였다.
병국이는 축구였지만 발보다 손을 더 많이 써서 두골을 넣었다.
탱크같은 반칙머신 조병국 앞에서 상대 수비수는 무기력했다.
우리들은 매우 기뻐했고 전종목 우승에의 기대가 헛된 꿈이 아님을 느꼈다.
하지만 똥행패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8반 선생은 오히려 시합때 잘하면 된다고 8반 아이들을 위로했지만 우리들은
못한 것만을 지적받고 구두발에 몇번을 걷어채여야 했다.
이에 똥걸레는 우리가 4:0으로 이긴게 불만이라는 듯
"아따 이셰끼들 더 넣을 수 있었는데 그것밖에 못하당가" 하며 시합이 끝난
직후 우리들을 바로 뺑뺑이 돌렸다.
세상 어느 곳에 4:0 으로 이기고도 얻어맞고 뺑뺑이 도는 팀이 있으랴?
하지만 여기있다. 서울 M고의 1학년 4반,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축구팀!
우리들이 승리의 기쁨을 채 느끼지도 못하고 애 밴 미친 년처럼 학교의
이곳 저곳을 돌덩이를 들고 뛰어 다닐때 학교 안으로 대학생 젊은 남,녀
무리가 들어왔다.
그들은 교생 실습차 온 대학생들이었던 것이다.
우리들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역경이 닥쳐와도 젊은 여자에 대해선 끈질긴
집착을 보였다.
밟히고 또 짓밟혀도 끈질기게 일어나는 들풀같은 강인한 생명력
'헤헤~ 왠 젊은 여자들이냐 흐흐~'
산을 세,네번 넘어야 밭고랑 매는 할머니밖에 볼 수 없는 심심산골의 군바리들
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제각기 자신의 머리통만한 돌덩이 하나씩을 들고
그들을 쳐다봤다.
조병국이 여대생들을 보고 입을 가만히 둘리 없었다.
"오 조것들 죽이는데. 윤미정 저리 가라네. 한동안 살 맛 나겠구만 우하하~"
우리들은 양장 차림이 약간은 어색한 그들을 입을 헤 벌리고 신기한 눈으로
쳐다 봤지만 교생들은 우리를 더 신기한 눈으로 한동안 주시했다.
대개는 정상적인 학교를 마쳤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들이 뒤에선 웬 빼짝아른
인간 하나가 몽둥이를 휘두르며
"아따 애새끼들 후딱 후딱 못뛴다냐. 확 조져불어야 한당께" 라고 외치고
아이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머리통만한 돌덩이들을 들고 미친 놈들처럼
뛰어다니니 참 신기할 것이다.
교생들의 M고에의 첫 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음...M고가 체고란 얘긴 못들었는데 어찌 된 일이야'
교생들은 강렬한 인상을 안고 임시교무실인 과학실에서 교무주임에게 M고의 소개와
대강의 교육 일정을 하달받았다.
강재구 교무주임은 아주 우수한 학교인 M고로 교생실습을 나온 것을 환영한다는
의례적인 거짓말을 짧게 하고는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정작 하고 싶은 말을
장황하게 교생들에게 했다.
그말은 마치 매너리즘에 빠질대로 빠진 교도관이 신입 경비교도대원들에게 하는
유의 사항과도 같았다.
"흠~ 흠~ 선생님들, 애들이 선생님들이 젊다고 깔보고 버릇없이 굴겁니다.
애새끼들은 좋은말로 하면 말을 절대 안 들어 처먹으니까.
버릇없이 구는 놈들은 가차없이 때리세요.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담임선생님이나 나에게 말씀을 해주시면 확 밟아 버릴테니
걱정마십쇼. 이 점 상당히 중요합니다. 밑줄 쫘악~
애새끼들은 패야 말을 듣는다. 암 그렇고 말고"
3학년 만을 주로 맡아 1학년들은 강재구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 역시 악질이었다.
전임 함춘봉 교무주임처럼 촌지는 꼬박 꼬박 잘 챙겨 먹었고 그의 무용담으로는
영하 10도는 될 한겨울에 맘에 안든다며 아이들을 운동장에 팬티만 입혀
엎드려 뻗쳐 시켜 놓고 주전자로 등에 물을 부으며
'요 놈 맛이 어떠냐' 며 입맛을 다셨다 한다.
영하 10도에서 등짝에 부어진 물은 바로 얼음을 형성했다.
이른바 얼음고문~
강재구 교무주임은 학생들을 거의 죄수와 동일시했다.
'애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인격체로 보지마라.'
'잘 대해줘봤자 고마움을 알기는 커녕 깔보고 기어오르는 자식들이다.'라는 식의
말 뿐이었다.
교생들은 당황했다.
두려움반 기대반으로 찾아 온 학교에서 수백명의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필승' 따위의 구호를 외치고 뛰어다니다 얻어터지고 있고 교무주임이라는 자는
학생들을 강간따위나 저지른 파렴치범 취급을 하니 도저히 정상적인
인문계 고교라고 믿기지 않았다.
'음...운동장을 뛰고 구르는 애들을 보면 체육고 같기도 하고
교무주임이란 사람의 말을 들으면 소년교도소 같기도 하구 아무래도 영 이상한
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온거 같아'
교생들은 각자 반 배정을 받았다.
"오수비 선생님은 변형태 선생님 반인 1학년 4반입니다."
하며 교무주임은 오수비의 얼굴을 매우 안됐다는 듯 쳐다 보았다.
물론 오수비의 얼굴이 아주 예뻐서 쳐다 봤을지도 모른다.
각자의 반배정을 마치고 교무주임은 오수비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저렇게 이쁘고 가녀린 것이 인간 백정의 반에 배정되다니 흑~ 흑~'
"이 반배정은 무작위로 한거니 절대 바꿀 수 없는거요. 에흠~"
그 멘트는 가엾은 오수비를 위한 멘트였다.
오수비는 교무주임의 이상한 행동에 영문도 모른 채 첫인사를 위해 학생부실로
변형태를 찾아 갔다.
똥행패는 학생부실에서 체력단련기구를 가지고 내일의 구타를 위한 체력단련을
하고 있었다.
오수비가 학생부실 문을 열자. 학생부 선생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형같은 얼굴에 8등신 미녀가 학생부실로 들어온 것이다.
"선생님, 제가 1학년 4반으로 배정받은 교생 오수비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다른 학생부 선생들은 반갑다며 손을 잡고 열심히 하라고 서로 말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했지만 똥행패는 스프링이 튀어나갈듯 체력단련기를 '아흔아홉~' '백~'
을 채우고서야 오수비를 쳐다보았다.
오수비는 똥행패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똥행패의 첫인상은 교생이고 뭐고 때려치고 빨리 집에 가버리고 싶었다.
'잉~~~~ 아무래도 내가 이상한 데로 교생실습을 온 것 같아 흑흑~'
똥행패는 오수비의 아름다운 용모에 전혀 감흥을 느끼지 못한 무표정이었다.
똥행패는 예쁜 여자에 대해서 별느낌이 없다. 그렇다면 혹 호모?
'야 이자식아 침대에 누워서 뒤돌아'
'으아아아아아아악~~~'
으~ 끔찍하다.
똥행패가 호모라면 숱한 호모들이 본래의 성을 택하려 들 것이다.
"자네가 우리 반 교생인가. 잘 해 봐" 한마디 뿐이었다.
다른 학생부 선생들은 그들이 존경하는 똥행패의 말이 끝날때끼진 입닥치고 조용히
있다가 똥행패의 짤막한 말이 끝나자 오수비에게 달겨 들었다.
커피부터 시작해서 있지도 않은 회식 일정까지 잡았다.
오수비의 당황한 눈엔 똥행패의 책상 위에 놓인 그가 베트콩 머리를 짤라
들고 찍은 사진이 비쳐왔다.
'아~ 내가 이런 해괴망측한 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할 수 있을까'
말문이 막힌 오수비 주위론 유뷰남이건 총각을 가리지 않고 각다귀 떼처럼
떠들어 대는 학생부 선생들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