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에 이제는 황사까지 찾아와 숨 한번 제대로 들이킬 수 없다. 어제 밤 내린 비후에 갖는 산행이라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안양 수리산(修理山, 489.2m)으로 간다. 한국산하에서 발표한 100대 인기명산에 들어갈 정도로 산은 높지 않지만, 전망이 뛰어나 수도권 산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명산이다. 만남의 장소 명학역에서 10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가는 길이 멀다.
일찍 집을 나섰더니 만남의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한다. 5년 전 홀로 산행 때는 물어물어 성결대 들머리까지 걸었는데 멀었기에, 남는 시간을 이용해 가는 버스를 찾는다. 오늘 산행코스는 한 달 뒤 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위한 사전 연습으로 긴 일주코스로 한다. 육교 아래 1번 출구 정류장에서 산행할 인원 4명이 마을버스(10:00, 10-1번)에 오른다. 네 정류장이지만 긴 산행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한다.
올라야 할 수리산 관모봉 아래 자리한 성결대학교 캠퍼스(10:07)는 전에 보다 더 많은 건물들이 들어 선 것 같다. 성문중고등학교 이름이 새겨진 후문(10:10) 옆에는 등산로 입구가 우측에 있다는 안내판이 길을 인도 한다. 대학교 경계 돌담을 끼고 오르다 보면, 첫 번째 이정표(10:18)가 명상의 숲으로 유도한다. 이산의 유래는 산의 모습이 독수리가 치솟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졌다는 설과
신라 때 창건한 절이 신심을 닦는 성지라 해서 수리사라 했는데, 그 이후 산 이름도 그렇게 불렀다는 등 여러 설이 있다고 한다.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선 명상의 숲(10:21)에는 등산로 안내도가 있다. 잠시 후에는 다른 성결대 입구인 상록마을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10:27) 관모봉으로 향한다. 숲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얼마 만에 보는 파란하늘과 뭉게구름(10:28)이던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갈림길 이정표에서 우측 방향의 비탈길을 오르면 능선을 만나게 된다. 능선에 위치한 이정표(10:38) 따라 좌측의 관모봉 방향으로 오른다. 처음에는 편안한 육산의 숲(10:39)이 편하지만, 로프 난간이 있는 1차 된비알(10:53)에서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계속 오르다 보면 좀 쉬어 가라고 전망바위가 있다. 전망바위에서 조망(11:02)되는 건너편 관악산의 정상과 능선이 아파트 숲 너머로 가까이 보인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관모봉(冠帽峰, 11:03)은 2차 된비알에 이어 철제 계단을 올라야 한다. 파란 창공아래 휘날리는 태극기 가 있는 관모봉(11:15, 426m)이다. 관은 지난날 머리에 쓰던「쓰게」를 총칭하기도 하고, 또 갓을 나타내면서 벼슬을 상징도 한다. 관모는 관자와 모자를 합한 말로 봉우리 형상이 뾰족해 관모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이정표(11:30)를 보니 이곳에서도 병목안(1.27km)으로 내려간다.
행동식을 하며 휴식을 취한 후에 건너편으로 보이는 정상(11:34)을 향해 간다. 관모봉과 태을봉과의 거리는 740m로 가깝고, 그 중간 관모능선 안부(11:44)에는 갈림길이 있다. 관모봉보다 높기도 하지만, 안부까지 내려 왔다가 올라야 하기에 오르막이 만만치 않다. 정상 태을봉(太乙峰, 489.2m)에 도착(11:58)하여 안내문을 보니, 이산의 옛 이름이 태을산 이었기에 주봉의 이름도 태을봉이 되었다고 한다.
태을(太乙)이란 동양사상에서 우주의 본체 즉 천지만물의 출현 및 성립의 근원을 뜻하며 풍수지리에서는 큰 독수리가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 내리는 모습을 매우 귀한 지상으로 꼽는데 그러한 형상을 말하기도 한다. 정상에서 100m거리에 있는 전망 데크(12:15)로 간다. 일행이 데크 아래 펼쳐진 아파트 숲(12:15)가운데 한 곳을 가리키며, 동네친구가 그곳에 살고 있다고 설명 해준다.
산행을 A, B코스로 나누고, 일행들의 컨디션에 따라 결정키로 공지했다. 동네 친구가 보고 싶어 전망대에서 하산(B코스)해 산본역으로 갈까 의사 타진하니, 모두가 일주코스(A코스)를 원한다. 병풍바위 암릉(12:16)을 지나 슬기봉과 멀리 수암봉까지 가야 될 능선이 ?자(字)모양이다. 병풍바위 입구(12:21)에 위험 안내판 유도 따라 우회한다. 심한 내리막 능선 다음 칼바위 부근에서 점심(13:05~14:05)을 한다.
여행을 다녀 온 샛별님께서 제주올레코스가 프린팅 된 등산용 수건을 선물한다. 언젠가 꼭 가봐야 할 코스이기에 선물이 더 감사하다. 또한 목포의 무화과 막걸리에 직접무친 야채 묵은 환상적인 식단으로 봄소식을 입 안 가득 머금게 한다. 옛날에 사진을 찍었다는 자칭 악어 바위(14:17)를 열심히 찾았는데, 우회로가 있는 위험구간에 있어 통과한다. 밧줄바위(14:23)를 지나 슬기봉 이정표(14:38)에서 암릉이 끝난다.
슬기봉(瑟基峰, 469.3m)은 두 번째로 높은 봉이라 하는데, 별도의 표시석은 없다. 슬기봉 전망 포인트(14:39)보다는 실제는 군 시설이 있는 통제된 봉우리가 더 높다. 전에는 슬기봉을 큰 용이란 뜻의 거룡봉이라 불렀다는데, 그 연원이나 내력은 확실치 않다. 산허리를 도는 수암봉가는 긴 데크를 지날 때는 옆이 단애를 이뤄 아찔하다. 군 시설(14:49)아래 임도로 내려가면 수암봉 가는 사각정(15:03)이 반긴다.
전에는 데크로 수암봉을 오르게 했는데, 이제 데크는 수리사로 가는 길이고 옆으로 된 비탈길이 수암봉으로 안내한다. 응달로 된 허리 길은 언 땅이 녹아 질퍽거리며 미끄럽다. 능선과 마주치는 이정표(15:14)부터는 평탄한 길과 함께 군부대 철조망(15:18)이 한동안 따라 온다. 산행시간이 점심시간 포함 5시간이 넘어가자, 일행들이 힘들어 하니 안타깝다. 헬기장서 본 수암봉(15:43)이 오늘따라 높기만 하다.
데크 계단을 하나둘 올라 수암봉(秀巖峰) 정상(15:57)에 올라서니, 힘들여 올라 온 만큼 사방으로 보이는 조망이 시원스럽다. 오늘 오른 4개의 봉우리 중에서 높이는 제일 낮지만 전망은 최고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전망대(16:01)로 이동한다. 전망대(16:05)의 위치는 행정구역이 안산시로 바뀌어 있다. 발아래로 서해안 고속도로 조남 분기점 및 안산시 일대, 시화호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암봉으로 이뤄진 정상이기에 조심스럽게 능선으로 하산(16:15)을 서두른다. 처음 이산을 혼자 찾았을 때, 하산하면서 알바를 두 번씩이나 했던 능선을 걷자니 옛날 황당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명품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쉼터(16:27)에서 잠깐 쉬어가고도 싶지만, 산행시간이 길어져 바로 하산한다. 가다보면 왼편은 예비군 훈련장으로 사격 연습장이 있어 우측으로 우회(16:33)시킨다.
수암봉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찍어 준 젊은 친구가 내려온다. 인사를 나누고 이정표에 표시된 창박골에 대해 물어보니, 본인이 거기에 살고 있는데 거리도 병목안 보다 가깝다고 한다. 뒤풀이 식당도 꼬막 비빔밥을 잘하는 곳을 추천하며 안내를 해주겠다고 한다. 최경환 성지 갈림길(16:38)을 지나, 병목안 갈림길 이정표를 보니 창박골이 625m나 가깝다. 친절한 안내를 받아 버스 종점인 날머리(17:03)에 도착한다.
창박골에도 아파트 타운이 있는데, 그곳에 산다는 산을 좋아한다는 친구가 고맙다. 처음 먹는 벌교 꼬막 비빔밥(17:22)에 복분자 술을 함께하니, 최고의 뒤풀이가 된다. 이정표상 거리 8.5km를 식사시간 포함 7시간이나 걸렸다.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오르기로 약속한 숫자보다는 가야될 산이 더 많아, 한번 가게 되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문제다. 그로 인해 친구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다음 산행은 가볍게...수고 많았습니다.
2014. 3. 21(金). 수리산 산행을 하고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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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연과 책 속에서... 원문보기 글쓴이: leepuco
첫댓글 대장님의 수고로 편안한해설에 많은것을 배우고 느끼게되며 감정이 살아있다는것을...
봉사에 감사드립니다^^
바다님도 살아 있네요. 그 긴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하였으니...
얼마남지 않은 제주도 한라산 산행도 무난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모처럼만에 맑은 하늘을 보니 마음도 상쾌하고
특이하게 생긴 바위들...
대장님의 산의 가이드 역할에 좋은 산들을 만킥 할수있어 늘 감사하지요
이렇게 산의 유래도 함께...
이제는 비가 내린 뒷날로 산행 날짜를 잡아야 되겠어요.
파란 하늘에 감동을 받다니, 이웃을 잘 만나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