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흥 여행10 - 월왕전을 내려와 챵챠오즈제 운하와 골목길을 걸어서 소흥주를 맛보다!
10월 18일 88 路 버스를 타고 루쉰꾸리 魯迅故里(노신고리) 에 도착해 노신고거 며 육유와
당완의 슬픈 사랑 이야기 가 전해지는 심원 沈園 을 구경하고는 푸산쿵위엔 府山公园
(부산공원)에 도착해서는 콰이지산(會稽山 회계산) 을 올라 월왕전 에서 구천 을 회상합니다.
부산공원을 나오니 가로수가 늘어선 차가 다니지 않는 고풍스러운 거리 가 나타나는데
环山河(환산하) 운하 가 보이고 그 옆 골목이 꽤나 고풍스러운게 2003년 유네스코
문화 유산 을 수상한 남북 1km 에 달한다는 챵차오즈제 仓桥直街(창교직가) 거리 입니다.
운하 를 따라 늘어선 거리 챵차오즈제 仓桥直街 는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게 관광객
이나 젊은 연인들이 좋아하는 소로 인데... 닝보(宁波 영파) 에서 본 난탕라오지에
南塘老街 ( 남당노가) 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지라 천천히 걸으며 골목을 구경 합니다.
챵차오즈제 仓桥直街(창교직가) 운하에 우펑선 (乌蓬船 오봉선) 이
떠다니는 모습을 보니 사오싱(소흥) 을 비롯해 중국에는 운하 가
거미줄 처럼 연결된지라 동양의 베니스 라 불리는 도시들이 많습니다.
이 운하 를 북상했던 조선 선비 최부의 표해록 (漂海錄) 이 떠오르는데...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엔닌의 입당구법순례기 와 더불어 중국 3대 기행문 이라고 합니다.
베네치아 상인과 일본인 승려 그리고 조선의 사대부 선비가 중국을 여행한 기록 이지요?
최부(崔溥) 는 조선 성종때에 제주 추쇄경차관으로 부임하였다가 1488년 정월 부친상 을
당해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에 태풍을 만나 표류하게 되었으니... 일행들은 배를 띄운
최부를 원망 하며 하늘에 빌면서 초조감과 절망으로 사색이 되는데, 44명이 탄 배는
표류하여 생사를 넘나드는 14일간의 표류 끝에 천신만고로 중국 절강성 연해에 표착합니다.
일행은 연안에서 두차례나 해적 을 만나 짐을 뺏기고 모진 매질 을 당하며 죽음의 순간
을 여러차레 넘기고 구사일생으로 탈출하나..... 이번에는 왜구로 오인 되어
고초를 겪은후에 간신히 의심에서 풀려 북경으로 호송 되는데, 관인의 호송을
받게되어 절강성 도저소에서 출발하여 영파 를 거쳐 여기 사오싱(소흥) 에 도착합니다.
최부 등은 소흥 남쪽 감호(鑑湖) 에 이르니.... 호수는 ‘거울같이 투명한 물빛' 을 자랑하며
빛나고 산봉우리와 비취빛 바위가 물그림자에 어우러져 있었으니 4개의 철문 으로 된
홍문을 지나 10리쯤 가자 소흥 관부 가 나타났고 호송관인 적룡의 인도로 뭍에 오릅니다.
소흥부 도로와 저자의 번화함 이며 사람과 물자의 풍성함은 영파부의 3배 나 되는 것
같다고 적었는데, 2월 4일 관부에 도착한 최부 일행은 다시 한번 심문 을 받으니
심문은 총병관 등 관리와 무장한 병사가 늘어서고...... 형구를 갖춘채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으나 최부 는 전혀 굴하지 않고 당당한 태도 로 질문에 답합니다.
중국 관리는 “처음에 그대들을 왜선(倭船) 으로 간주해 위협하고 겁탈하여 사로
잡아 죽이려 했다. 그대가 만약 조선인 이라면 그대 나라의 역대 연혁 과
도읍, 산천, 인물, 풍속, 제사 의식, 상제, 호구, 병제, 전부(田賦) 와
의관 제도 를 자세히 써 오라. 그것을 여러 기관에서 대질하여 시비 를 따질 것이다.
최부는 중국말은 할줄 모르지만 "조선은 한자문화권" 이니 "글로 쓰면 대화" 가 되는지라
“연혁과 도읍은 단군 에서 시작하는데 당요(唐堯) 의 시대와 같다. 국호는
조선 이며 도읍은 평양 으로, 대대로 천여년 동안을 누렸다. 주나라 무왕 이
기자(箕子) 를 조선에 봉한뒤 평양에 도읍 을 정하고 팔조(八條) 로써 백성을 가르쳤다."
"지금 나라 사람들이 예의로써 풍속 을 이룬 것은 이것(기자)에서 비롯된 것 이다.
그후 연나라 사람 위만(衛滿) 이 망명해 조선에 들어와
기자의 후예인 기준(箕準) 을 축출하니 기준이 마한으로 달아나 도읍을 삼았다...."
최부 의 남다른 기개와 해박한 지식 에 명나라 관리들도 탄복 하고 특히나...
소흥부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 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최부 에게
존경을 표하며 예물과 여비 등을 내어주며 손님 으로서 융숭한 대접을 합니다.
그런데 최부 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호송관인 적룡의 군리 한명이 자신의
일행인 김도종 을 때려 다치게 한 일도 관부에 알리자 총병관은
그 군리를 잡아 벌을 주고 적룡에게도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 장형 을 내립니다.
최부는 소흥부 관리 들의 융숭한 대접으로 회계, 산음 등 소흥부의 여러 고적을 둘러보고
왕희지가 수계를 지냈다는 난정 를 찾아 볼 기회를 가지는데, 소흥부 관리들은 최부가
왕희지 “난정집서” 의 한구절을 읊자 다시한번 그의 박학함과 문화적 소양 에 감탄합니다.
그러고는 오른쪽으로 트인 자그만 마당이 나오는데 거기 세 사람이 앉아 차 를 마시는
조각상을 지나니 운하 인데... 狀元軒(장원헌) 이라는 가게로 들어가서는 소흥의
명물인 소흥주 를 구경하는데 주인이 두가지 종류의 술을 따라 주는지라 시음해 봅니다.
누구 여행기에 이 근처에서 “보물찾는 이야기 장원루” 라는 뜻의 식당 쉰바오지좡위엔루
(寻宝记状元楼 ) 에서 회계산 상표 소흥주 를 마셨다고 했으니.....
거긴 状元楼(장원루) 글자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하지만 이 집은 상점인데다가 옛날 방식대로 오른쪽에서 왼쪽 으로 쓰네요! 다른 집인가?
원래는 루쉰꾸리 서쪽으로 여기서는 동쪽인 루쉰(魯迅 노신) 이 쓴 공을기(孔乙己 쿵이지)
에 나오는 주인공 공을기가 자주 다니던 식당인 함형주점(咸亨酒店) 에 들러
식사 를 하면서 샤오싱의 유명한 황주 샤오싱주 (黃酒 紹興酒) 를 마시고 싶었으니......
함형주점 소승주 안주 타이띠아오주채 는 한그릇에 10위안이며 튀김 두부인 초우또우푸 는
6위안이고 술에 절인 게요리는 20위안 그리고 일종의 삼겹살 요리는 28위안 이라고
들었는데...... 거긴 가지 못하고 여기 상점 에서 소흥주 (연한것과 진한것 2잔) 맛을 봅니다?
소흥주 술의 도수 는 중국의 일반 백주 (白酒 빠이지우) 보다는 약하며 우리나라 청주
보다는 조금 센 것 같은데.... 색깔이 황색 이며 향은 독특한 누룩의 냄새를 가지고
있어서 처음엔 약간 거부 반응 을 보일수도 있지만 한번 황주의 맛에 익숙해지면
즐겨 마신다는데 대만에선 연회자리나 결혼식 피로연 에 잘 올라오는 술이라고 합니다.
소흥주를 2잔이나 시음도 했겠다, 왠만하면 소흥주 한병을 사고 싶어 가격을 물으니 58원과
68원 두 종류를 말하는데 울 마눌, 아직 여행 초반인데 무겁기도 하고 또 들고 다니다가
깨뜨리면 어떡하냐며 귀국할때 사자고 만류해 돌아서는데 결국 기회가 없어 사지는 못합니다?
여기 사오싱의 함형주점 은 그 이름이 유명해지고 보니.... 남경 진회하 (秦淮河) 에도
있고, 상해 외탄 (外灘) 에도 있으며..... 우리나라 서울 청계천 입구 부근에
공을기 중화식당 이 몇년전에 개업을 했다고도 하는데, 물론 저런 집에서 술은
황주인 소흥주 를 마셔야 제격인데 황주는 청주처럼 데워서 마시는게 좋다고 합니다.
소흥주 는 찹쌀에 약재를 넣고 보리누룩으로 발효시켜 감호(鑒湖) 의 물을 길어서 담그는데
알콜 도수는 15-20% 로 짙은 갈색을 띠는지라... 白酒(백주) 가 아닌 黃酒(황주) 로
불리며 약간 쓴맛이 도는게 원홍주 (元紅酒 위앤홍지우) 로 소흥주의 80% 를 차지 합니다.
원홍주 (元紅酒)를 2~3년간 묵힌게 선양주 (善釀酒 산니엔지우) 이며 여기에 찹쌀을 10%
정도 더 넣은 고급술을 가반주 (加飯酒, 지아환지우) 라 부르는데, 찹쌀을 20% 더
넣고 은은한 단맛이 도는 향긋한 술을 향설주 (香雪酒, 시앙쉬에지우) 라고 부른다 합니다.
원홍주 (元紅酒)라는 이름은 술가마에 붉은 칠 을 하므로 붙여진 것이라 하기도 하며,
또는 과거시험에 장원하듯이 첫번째로 맛있는 술이라는데서 붙여진
것이라 하는데, 향설주 (香雪酒) 는 물 대신에 소흥지방의 조소(糟燒) 를
사용하여 빚으므로 도수가 20% 정도로 비교적 높으며 달고 향이 진하다 고 합니다.
예로부터 감호(鑒湖) 의 물을 길어서 빚은 소흥주는 그 "향기가 만리까지 퍼진다" 고
하는데, 세계 3대 양조주 는 포도주 와 맥주 그리고 소흥주 라고 하니....
소흥주는 겨울에는 청주 처럼 데워서 먹고 여름에는 매실 을 넣어 차게해서 마신답니다.
소흥에서는 딸아이 를 갖게 되면 가반주를 빚어 미녀나 꽃을 그려넣은(花雕) 항아리 에
담아 두었다가 딸의 혼례를 치르는 날 축하주 로 내놓는 습속이 있었다고 하는데...
오래 묵힌 것은 "진년(陳年)" 이고, 더 오래 묵힌 것은 "화조주(花凋酒)" 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진(陳)" 은 오래되었음을 뜻하는 말이니... 중국사람들이 "좋은 술은 오래
묵히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好酒不陳)" 라고 할 때 쓰는 단어로
처녀 나이가 자꾸 차게 되어 꺼내게 되면 술은 "진년(陳年)" 이라 하는 것이라네요?
그런데 세월이 더 지나 노처녀 의 경우에는 꽃이 시들었다는 뜻 을 나타내는 글자인
"화조(花凋)" 두 글자를 쓰서 "화조주(화띠이아오)" 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이 술은 화조주 외에 여아주 (女兒酒, 뉘얼지우) 또는 女兒紅(여아홍) 이라고도 한답니다.
여씨춘추와 죄씨춘추 에 보면 와신상담 의 고사로 유명한 월나라왕 구천 이 오나라
부차를 치러 갈 때 병사들과 함께 여기 소흥주를 나누어 마시고 출전했으며.....
소동파 가 동파육을 안주로 소흥주 를 마셨고, 삼국지와 수호전에 영웅 호걸 들이 마신
술이며...... 오바마 대통령 이 중국에 왔을때 시진핑 과 함께 건배한 술 이기도 합니다.
첫댓글 소흥은 소흥주가 유명하군요.딸을 가지면면 술은 담아서 그술을 결혼식날 축하주로 내는 전통이 있군요.
우리나라사람들도 배울만한 전통입니다.
저 전통의 소흥주......
그리 독하지도 않고 마실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