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만큼 부위별 맛의 버라이어티를 뽐내는 것도 없다.
심지어 돼지고기는 부속고기라는 것도 있다.
사전에도 없는 말로 갈매기살부터 아구살, 새끼집, 돈낭, 막창, 도듬, 염통, 감투, 유통 등 이름만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물론 순대도 부위로 따진다면 광의의 부속고기에 포함된다.
부속고기 중에 갈매기살에 주목하는 이유는 '특별해서'이다.
갈매기살의 첫 경험은 누구에게나 '이게 돼지고기야'부터 '갈매기살이 어느 부위야'라는 의문으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갈매기살이 갈매기와 아무런 연관이 없음은 물론이다.
갈매기살은 돼지 내장의 횡경막과 간 사이에 붙은 살로 간막이살, 가로막이살의 잘못된 명칭이지만 이미 오랫동안 그렇게 불려오고 있다.
계절적으로 가을의 절정을 넘어 밤공기도 싸해진 이즈음 불맛나는 고기가 제격이다.
갈매기살 집이 전국 곳곳에 많지만 가장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분당의 뒷산 넘어 오포읍 부근에 '황소고집'(031-339-0661) 식당이 있다.
이 집 갈매기살은 수입산 냉장 갈매기살이 아니라 국내 농장에서 직접 공급되기 때문에 싱싱함과 쫄깃한 맛이 으뜸이고 센 숯불에서 구워먹는 불맛이 최고라고 주인 김영태씨는 귀띔했다.
갈매기살의 또 다른 매력의 하나는 양이 많이 나오지 않는 돼지고기의 특수부위임에도 가격이 매우 착하다는 점이다.
갈매기살 500g에 2만5천원이고 소막창도 양, 가격 모두 똑같아 4인이 가면 갈매기살, 소막창 500g씩 먹으면 좋지만 양껏 먹으려 갈매기살 250g을 절로 추가주문하게 된다.
황소고집은 흙바닥에 드럼통개조 테이블을 놓고 고기굽는 냄새와 연기를 풍기는 선술집 분위기가 오히려 운치있다.
이 집 갈매기살 맛있게 먹는 팁 한가지.
상추에 잘 구워진 갈매기살과 구운 통마늘 한쪽, 청양고추를 작게 잘라 된장과 함께 싸서 한입에 흡입.
에피타이저 격으로 나오는 콩나물김칫국이 갈매기 살의 맛을 배가시킨다.
이 집은 갈매기살과 절친이 있는데 바로 소막창이다.
혹자는 막창에 꽂혀 갈매기살보다 더 과식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황소고집은 이름에 걸맞게 먹는 절차에도 고집이 묻어 있다.
갈매기살에 이은 막창파티까지 끝나면 국수 형제, 비빔국수와 잔치국수 두 가지를 꼭 다 먹어줘야 하는 이유가 있다.
국수를 참 맛나게 삶고 잘 비비고 말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게 찌그러진 양푼에 나오는 국수로 마무리를 한다.
특히 빨간 비빔국수는 요즘 맛있는 음식 앞에 붙는 최고의 접두어 '마약'을 붙여도 전혀 과하지 않을 정도이다.
네비에 황소고집을 직접 치거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능원리 171-4'의 주소를 네비에 찍고 가도 되지만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올라가는 초입에 있어서 찾아가기 어렵지 않다.
이 집 가기 전 거쳐갈 수도 있는 분 야탑동에 갈매기살 골목이 있지만 굳이 고개를 넘어서 고집스레 찾아가고야 마는 이유는 먹고 나서 분명해진다.
이 집도 동네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건물 1,2층과 옆 허름한 천막까지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집이다.
고기집들이 황소고집이라는 상호를 쓰는 곳들이 있지만 이 집 2호점은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뿐이다.
점심이나 저녁식사 때 맞춰 간다면 최소 30분 이상 기다림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편안하고 점잖은 식사를 원한다면 5시를 전후해 이른 저녁을 먹는다고 생각하고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