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숨이 게로록 게로록 거칠어지더니 마지막엔 몸 속을 깨끗히 비우고 떠나셨습니다.
숨이 끊어지던 순간 켁하고 목에 걸린 음식을 뱉어내고 누운 채로 소변도 보셨습니다.
부모님이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셨습니다.
저는 그 시각에 자고 있었는데 꿈에 할머니가 나오셨습니다.
무척 건강해 보이는 할머니는 맛있게 뭘 드시면서 저와 대화를 했습니다.
무얼 드시고 어떤 대화를 했는가는 아빠가 깨우는 순간 잊어버렸지만 아마 드시고 있던건 딸기였던 것 같습니다.
"영주야, 할머니 돌아가셨다."
아빠의 한 마디에 벌떡일어나 안방으로 갔습니다.
이미 깨끗한 한복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말끔히 빗어 넘긴 모습으로 평온하게 잠들어계셨습니다.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은 참 고우셨습니다.
다려놓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새하얀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넘기고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예쁘셨습니다.
마지막엔 눈물을 하나 떨어뜨렸다고하지만 제가 본 할머니는 평온한 미소를 짓고 계셨습니다.
할머니께선 129가 올 때까지 마루에서 뒤척임 없이 누워게셨습니다.
뒤척임도, "여."하고 부르는 소리도, 눈도 뜨지 않고 조용히 잠들어계셨습니다.
누워계신 할머니를 곁에서 가만히 바라보고있자니
가까이 다가가면 "누우냐(누구냐)?"하고 입을 여실 것 같고 배에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은 움치럭움치럭거릴 것 같았습니다.
한참을 서있다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제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엄마가 너무 서럽게 울면 할머니 영혼이 이승에서 떠돌거라하셔서 엉엉 울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 품에서 입술을 앙 다물고 조용히, 할머니가 듣지 못하게 조용히 울었습니다.
아빠는 할머니 시신 앞에서 엄숙히 나무아미타불을 외웠습니다.
광주 병원 장례식장에서 3일장을 지냈습니다.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조문을 위해 찾아와주셨습니다.
장례식 첫날, 저는 닭고기를 맛있게 드시던 할머니가 생각나서 잠들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달 친척 언니들이 할머니를 뵈러 온 날, 저녁 메뉴는 닭 백숙이었는데 할머니가 가장 잘 드셨습니다.
아빠가 속 부대낄 거라고 조금 드시라고 하니까 싫다고 화를 내시며 고기를 손으로 북북 뜯어 드셨습니다.
닭고기를 드시던 날
할머니의 쭈그린 자세, 틀니, 닭다리를 꼭 쥐고계신 마른 손, 입가의 고깃기름, 버럭 화를 냈던 할머니의 큰 목청...
자꾸 생각이 나고 눈물이 새서 누워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 영정에 절을 할 때
왜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던 닭고기와 딸기는 상에 올리지 않았을까 틀니 없이 곶감을 드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고 슬펐습니다.
처음엔 고모들과 큰아버지, 친척분들 모두 조문객을 대접하느라 바쁘게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영정 앞에 섰을 때 일가 친척들의 슬픔은 제게까지 느껴졌습니다.
두호는 입관식 내내 서럽게 울었습니다.
"하흐머니하하할머니이 꺼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반복하며 서럽게 울었습니다.
얼마나 서럽던지 결국 눈물을 숨기던 친척 어른들까지 울리고말았습니다.
두호 때문에 코가 매워지고 눈 앞이 흐려졌습니다.
울지 않으기 위해 할머니 시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육신일 뿐이야. 할머니 진짜 영혼은 벌써 부잣집 사모님 뱃속에 갔을걸. 육신일 뿐이야. 육신일 뿐이야."
혼자 머릿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시신이 묻힌 날엔 비가 내렸습니다.
다행히 묘가 거의 완성 되었을 때부터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급하게 버스로 돌아가는 바람에 완성된 묘엔 작별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할머니
벌써 좋은 곳 가셨죠?
저희 엄만 엉덩이에 화상자국이 있는 사내가 태어나면 그 사내아이가 할머니일거래요.
헌 옷을 새옷으로 갈아입으신 날, 아빠가 할머니 따뜻하게 가시라고 구들 뜨겁게 달궈서 엉덩이 데셨잖아요.
할머니!
좋은 곳으로 꼭 가셔야해요!
3박 4일 장례식을 치루는 동안
할머니꼐 마음 써준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리고요
할머니 한 없이 새옷 갈아입도록 마지막까지 기도해주세요.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할머니 반드시 좋은 곳으로 가실거에요.
첫댓글 영주조카의글을읽다보니 벌써어른이 다된것같구나.할머니을사랑하는마음이 하늘에전해져 할머니께서 좋은곳으로 가셨을거야.항상건강하게 잘있다 다음에만나자.
그렇게 떠나 가는군요. 그렇게....
이쁜 영주가 할머니 잘 보내드렸구나. 잘 했다. 정말 기특하구나. 할머니는 이제야 더욱 편한하고 좋으실것이다. 간곳이 고향이닌까. 사랑한다. 영주~~